대만 안보 책임자 “中 회색지대전 정교하고 은밀, 자유민주체제 심각한 도전”

최창근
2023년 12월 16일 오후 9:46 업데이트: 2023년 12월 16일 오후 9:52

“중국의 대(對)대만 인지전‧회색지대전 수법이 정교해지고 은밀해져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구리슝(顧立雄) 대만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은 12월 15일, 대만싱크탱크(臺灣智庫)가 개최한 ‘대만국가비전연속논단(臺灣國家願景系列論壇)’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만싱크탱크는 집권 민진당의 싱크탱크이다.

‘대만 안전’을 주제로 개최된 4번째 포럼 기조 연설자로 나선 그는 “지난 3년 동안 국가안전회의에 재직하면서 내가 해야 할 말은 다 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말은 이미 모두가 다 듣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민진당적 정치인 구리슝은 국민대회(현재는 폐지된 최고 헌법기관) 대표, 입법위원, 행정원 금융감독관리위원회 주임위원 등을 거쳐 지난 2020년 5월 차이잉원 2기 정부 출범시 국가안보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전회의 비서장에 취임했다.

구리슝 비서장은 중국의 대만 선거 개입 문제를 먼저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의 저항 의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전제한 그는 “2024년 총통‧입법원 동시 선거를 한 달 도 채 남겨두지 않은 현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간 장기적인 전략 경쟁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정의했다.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대만은 서태평양상 제1도련선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중국은 강력한 병합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군사 위협, 외교 고립, 사이버 공격, 경제 부문 압력, 인지전 등에 걸쳐 대만은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최대 전체주의 국가 중국의 ‘회색지대전’ 침공을 받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4년 대만 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인지전을 이용한 선거 개입 빈도가 최고조에 달했다. 인지전 전술은 더욱 교묘하고 은밀해져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만에는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차이잉원 정부 출범 후 지난 7년 동안 자본주의 체제의 일원인 대만은 부단한 혁신과 구성원의 노력을 통해 경제력과 민주주의 체제의 가치를 세계 만방에 알렸으며, 이는 민주주의 체제가 겉으로 연약해 보이지만 강력한 내구력을 가졌음을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무력 침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에도 경고했다.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한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중국 공산당이 될 것이다.”라며 “대만해협 양안을 전쟁 직전으로 몰아가는 것은 대만이 아니라 중국이다.”라고 짚었다.

양안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 구리슝 비서장은 해외 싱크탱크의 관련 연구 보고서, 시나리오 등을 언급하며 “한 외국 싱크탱크 연구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 통일 수단으로 무력을 사용할 경우 실제 침공 전 ‘봉쇄 단계’에서만 전 세계에 걸쳐 약 2조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경제 규모 세계 2위 대국이며 대만해협에서 무력 사용 시 중국은 군사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이미 취약해진 중국 경제를 붕괴시켜 중국 공산당 통치의 근간을 흔들기에 충분할 것이다.”라며 “중국의 대만 공격의 대가는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복잡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대중국 인식 변화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중국이 대만 합병을 포기한 적은 없지만, 중국이 미국, 일본, 필리핀 등과 갈등을 벌였고 이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 간 협력으로 이어졌다.”며 “서방 민주주의 세계는 ‘중국 시장이 개방되면 정치 체제도 개혁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게 됐고 권위주의 체제하 1인 독재의 중국이 집단지도체제하의 중국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분석했다.

구리슝은 양안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태를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려는 유일한 당사자이다. 대만이 직면한 중국의 위협은 전 세계가 직면한 공동의 위협이기도 하다. 대만해협은 중국의 ‘내해’가 아니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국제사회 안보에 있어 공동의 중대 이익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신뢰할 수 있고 효과적인 억제력을 구축하겠다는 결의를 가져야 한다.”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의 민진당 정부 출범 후 공식 대화를 단절한 중국 측에 대해서는 “대만은 대중국 전선의 최일선에 서서 비도발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권위주의 체제의 압력에 저항하면서 세계 민주주의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고 정의하며 “차이잉원 총통이 올해 국경절(쌍십절)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대만은 중국과의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대만의 민의를 ‘기반’으로, 호혜와 존엄을 ‘전제’로, 민주적 대화를 ‘절차’로, 현상 유지를 ‘핵심’으로 하여 중국과 상호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교류 기반 구축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며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면 상황에 의해 통제될 것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