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 정권 교체 여론은 높으나 야권 단일화는 지지부진

최창근
2023년 10월 31일 오후 8:21 업데이트: 2023년 12월 16일 오후 9:57

내년 1월 13일 총통·입법원 동시 선거를 앞둔 대만 정계의 화두는 야권 단일화이다.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현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에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단일화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10월 31일 자 연합보, 중국시보 등 대만 신문들의 보도에 따르면, 현 제1야당 중국국민당(국민당)과 제2야당 대만민중당(민중당)은 총통 후보 단일화를 위한 비공개 협상을 진행했다. 전날인 10월 30일 타이베이 시장 관저에서 진행된 1시간 30분 동안의 협상은 성과가 없었다고 매체들은 보도했다.

국민당 측에서는 주리룬 당 주석과 장쥔팅 부비서장이, 민중당에서는 총통 후보 커원저 당 주석과 저우위슈 경선캠프 주임이 각각 참여했다. 국민당 후보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은 불참했다.

국민·민중 양당은 총통 후보 단일화라는 대전제에는 합의했으나 선출 방식 등 각론에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주리룬 국민당 주석은 “양당 간 이념,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 관련 부분만 협상을 진행했다.”면서 “후보 단일화 문제는 커원저 후보, 허우유이 후보 등이 모두 모여 의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사자인 커원저 후보는 “협력이 대결보다 낫다.”면서 양당 간 만남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허우유이 후보의 의견을 존중한다.”면서 “당사자가 자리에 없는 상황에서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하여 대만 매체들은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와의 협력에 대해 언급하지 않던 커 후보가 양당 협력에 대해 국민당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언급하여 진일보한 입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커원저 후보는 단일화 협상 마감시한에 대해서 정·부총통 후보 등록 접수 시작일인 11월 20일까지라고 밝혔다. 다만 허우유이 후보 측은 10월 말까지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이견이 커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0월 24일 대만민의기금회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민진당의 완전 집권(총통 당선 및 입법원 과반 달성)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진당의 완전 집권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1.6%에 불과했다.

이는 2016년부터 민진당이 총통과 입법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민진당의 독단이 강화되고 야당의 견제와 균형 역할이 퇴색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민진당은 지난 2018년과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에 뒤졌다.

메이리다오전자보는 지난 10월 24∼25일 대만 성인 10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커원저, 허우유이 후보가 각각 총통과 부총통으로 출마했을 때 커원저 후보 지지율은 47.4%로 35.3%의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를 앞선다는 자체 여론 조서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허우유이 총통, 커원저 부총통’ 조합의 경우에도 허우유이 총통 후보가 46.1%로 36.8%의 라이칭더 후보를 제쳤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민진당 양당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총통·부총통 러닝메이트가 아닌 총통·행정원장(국무총리 해당) 조합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만식 이원집정부제라 할 수 있는 쌍수장(雙首長)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만에서 행정원장은 내각을 통솔하는 실질적인 힘을 갖지만 부총통은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