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야권 단일화 실패…민진-국민-민중 3파전

내년 1월 선거전 '사퇴' 방식 단일화 가능성 남아

최창근
2023년 11월 25일 오후 3:32 업데이트: 2023년 12월 16일 오후 9:56

‘대선 후보 단일화 실패!’

11월 24일 오후, 대만 매체들은 일제히 내년 1월 13일 치러질 총통 선거 관련해서 제1야당 중국국민당(국민당)과 제2야당 대만민중당(민중당)의 후보 단일화 실패를 속보로 쏟아냈다.

총통 선거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이날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후보는 당일 오전 부총통 후보로 지명한 우신잉(吳欣盈) 입법위원과 더불어 후보 등록을 했다. 연이어 자오사오캉(趙少康) 중국라디오방송공사(BCC) 사장을 부총통 후보로 지명한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도 독자 후보 등록을 마쳤다. 애플 최대 협력사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郭台銘) 무소속 후보는 이날 오후 전격 사퇴했다. 이로써 대만 총통 선거 최대 쟁점이던 야권 후보 단일화는 무산됐고 대선은 3자 대결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지난 11월 15일,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그 결과 각종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11월 18일 단일 후보를 발표하기로 했다.

여론조사 오차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두 사람은 이견을 보였고,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불발됐지만 국민·민중당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한 배경에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자리했다. 각종 여론조사에 결과 지지율 2∼3위를 달리는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로 후보 단일화를 하더라도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 라이칭더(賴清德) 현 부총통에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민당과 민중당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총통-부총통 후보를 정하기로 지난 15일 합의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오차 범위를 ±3.0(국민당), ±1.5%(민중당)로 할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당 측은 “오차범위 6%(±3.0)로 할 경우 6번의 여론조사에서 5대 1로 앞섰다”고 주장했다. 민중당은 “3%(±1.5%) 오차범위에서 3대 3으로 동률을 이뤘다”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국민당은 “사전 협상에서 통계 오차를 ±3%(합 6%)로 합의했다”고 반박했고 커 후보는 최종 담판에서도 “정권 교체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오차 범위가 잘못됐다는 주장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11월 24일을 앞두고 23일까지 국민당과 민중당은 막판 단일화 협상을 지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최종 단일화에 실패했다.

3파전으로 치러지는 총통 선거에서 현 판세는 라이칭더 후보의 우세(오차 범위 내 1위) 속에 치러질 전망이다. 이어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 커원저 후보의 맹렬한 추격전으로 정리할 수 있다.

대만 인터넷 매체 ‘메이리다오전자보(美麗島電子報·My-Formosa.com)’가 11월 24일 발표한 여론조사(21∼23일 조사) 결과에서 보면 ‘3자 대결’ 시 라이칭더 후보는 31.4%의 지지율로 1위, 허우유이 후보는 31.1%로 근소한 차이 2위였다. 이어 3위 커원저 후보 지지율은 25.2%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초기 20%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던 1·2위 후보 간 격차가 오차범위(±2.7%포인트) 안으로 들어온 혼전 양상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 불발로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은 라이칭더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대선의 남은 변수는 ‘후보 사퇴’에 의한 단일화 가능성이다. 허우유이 후보, 커원저 후보 중 한 사람이 투표일 전 ‘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전격 사퇴할 경우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