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결과, 韓 반도체에 호재일까…전문가들 “불확실성 대응해야”

황효정
2024년 01월 15일 오후 3:38 업데이트: 2024년 01월 15일 오후 10:40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대선) 결과와 관련해 국내 대만 전문가들이 이번 선거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나라에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대만이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 중심에 있는 만큼 향후 ‘반도체 불확실성’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고 세계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이 좀 더 가속할 수 있다”며 “산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지원을 통해 초격차 기술적 우월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라이 당선인은 차이잉원 현 총통보다도 친미·독립 성향이 한층 더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경제·산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양안 갈등이 고조되고 대만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한국 반도체가 ‘반사이익’을 볼 여지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대만 압박에 나설 경우 그간 대만을 통하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위험을 피해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유력한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은 대만에 핵심 경쟁자이자 파트너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 수위가 현재보다 높아지면 글로벌 공급망에 있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에도 ‘불똥’이 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미중 양국이 이른바 ‘관리 모드’로 접어든 만큼 중국이 한국으로까지 전선을 넓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미중 관계가 현재보다 격화한다면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이 미국과 동맹인 한국에도 연쇄적인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진단이다. 반도체에 쓰이는 핵심 광물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은 일례로 지난해 흑연, 게르마늄, 갈륨 등에 대한 수출 통제를 진행한 바 있다.

제16대 대만 정부총통 선거에서 당선된 라이칭더|연합뉴스

이와 관련,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라이칭더 당선인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반도체 역량을 갖고 국제사회를 끌어들여서 중국과 대항하려는 생각을 당연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라이 당선인은 선거 직전 한국 취재진에 “당선되면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신(新)공급망 형성을 위한 안보 대화를 열겠다고 발언했다. 강 교수는 “한국과 대만이 힘을 합친다면 우리에게 더 공간이 생기는 것은 분명하지만, 한중 관계에는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국의 국익을 추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도 연합뉴스에 “라이칭더 당선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미국 투자가 확대되고, 미국이 한미일 협력에 대만을 포괄하는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라이 후보의 당선에 대해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긴요하며, 역내 평화와 번영에도 필수 요소”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만의 선거 결과를 잘 지켜보았으며, 앞으로도 대만과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계속 증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