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법’ 향후 중-미-대만 관계 어떻게 변하나

리무양
2018년 3월 21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3일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여행법’에 서명하면서 해당 법안이 정식으로 발효됐다. 이로써 미국-대만 간의 모든 상호 방문이 용이해졌으며, 대만의 고위층 관료가 기존보다 존중받는 상태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국무원과 국방부 관료와의 면담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법안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실질적으로 변화했으며 미국-대만 관계가 지속적으로 가열될 것임을 보여준다.

대만 총통부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서명’에 감사를 표했고, 미국 행정부처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양국 관계가 발전될 것이라 밝혔다. 대만 외교부도 성명을 내어 미국에 사의를 표했다.

이를 바라보는 중국의 반응은 과거와 다소 달랐다. 중국 공산당(이하 중공)의 공식적인 반응은 비교적 담담했다. 최근 중공 양회가 중요 단계에 접어들면서 고위층의 과중한 업무로 인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공 외교부는 ‘엄중한 항의’를 거론한 것 외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가 미국을 대상으로 제기한 ‘엄중한 항의’는 대만 정부와의 왕래를 중단하고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지켜달라는 요구뿐이다.

중국의 반응은 “베이징이 워싱턴과 정면충돌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 마찰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중-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교적 담담했던 중국 정부의 반응에 비해 일부 언론과 누리꾼의 반응은 오히려 격렬했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는 ‘대만을 쳐부수자! 트럼프가 대만여행법에 서명했다!’라는 험악한 제목을 사용했고 한 누리꾼은 “너 잘났다! 체면을 조금도 안 주네” “‘반분열국가법(反分裂國家法)’을 가동할 때다”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는 것이 순리다”라며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

“체면이 있다면, 왕이(王毅) 부장은 스스로 얼굴을 때리고 살찐 척하겠다(억지로 허세를 부리고 있다)” “미국을 제제하자.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미국에 거주 중인 처자식의 부동산을 팔아 치우자. 미국에서 고소비로 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불러들이고, 모든 재산을 다시 중국으로 가져오자…” 같이 조롱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또 이들에게 “이건 자신을 제재하는 방안 아닌가?” “하하, 미 제국에 누구의 자녀와 가족이 있는지 알기는 하는가?”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1979년 중-미 수교 이후, 미국과 대만 간의 정부 왕래는 매우 적었다. 있다고 해도 경제 무역이나 교육 분야 정도였고 국방‧외교 등 민감한 분야에서는 전무했다. 대만 총통과 외교부장, 국방부장도 줄곧 미국을 공식 방문한 적 없다. 명문화된 규정은 없었지만 양국은 암묵적으로 이 규칙을 지켜왔다.

공산당이 정권을 탈취한 이후 국민당 정부는 대만으로 물러났다. 미국은 중공을 인정하지 않고 중화민국과 교류했다. 하지만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미 관계가 ‘해동’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대만과의 교류는 단절됐다.

이렇듯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암묵적인 규칙을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상원이 깨뜨리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의 소리(Deutsche Welle)’는 전문가를 인용해 “대만은 미국의 10대 무역 파트너이기에 해당 법안의 통과는 미국의 이익과 직결된다”며 “미국은 대만과의 적절한 접촉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려 한다”라고 주장했다.

국민당 싱크탱크 고문 쩡푸성(曾複生) 교수는 “현재 중-미 양국이 여러 사안에서 불협화음을 내는 와중에 미국이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베이징(北京)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많은 미국 인사가 민주 사회인 대만에 호감을 느끼고 있으며 대만이 국제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대만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쩡푸성 교수는 “더 중요한 점은 트럼프 정부가 이미 중공을 ‘전략적 경쟁 상대’로 지정했고, 미국 국회와 행정부처 역시 이 기회에 중공에 대한 태도를 조정하려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쑤쯔윈(蘇紫雲) 단장(淡江)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문건에 직접 서명하면서 중대한 상징적 의미가 더해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는 대만 정부에 ‘민주주의를 지지하겠다’는 의도를 전달함과 동시에 베이징에는 ‘미국의 정책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법률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더라도 법안은 자동 발효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왜 자동 발효 몇 시간을 남기고 직접 서명했을까? BBC는 “‘타이완 문제의 해결이 여전히 자기 손안에 있다’는 것을 중공에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중-미간에 무역 전쟁은 시작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중공이 경제 무역에서 양보하지 않을 때 대만여행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좋은 카드가 될 것이다.

법안에 직접 서명함으로써 미국-대만 문제를 끝맺고 상황을 정리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마이크 폼페어 신임 국무총리가 국회 청문회를 순조롭게 통과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문제를 조속히 처리했다는 것이다.

법안 통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중-미-대만 삼국 관계의 균형이 깨지고, 이 때문에 중국이 대만에 압박 수위를 높이거나,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시키려는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타이완대학 쩡젠위안(曾建元) 법학 박사는 “무력 사용의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중공은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는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지역의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곧 이 지역과 관련 깊은 미국에 대한 도전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쩡 박사는 “중공이 대만에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외교적으로 곤란을 겪게 하거나, 정치적으로 대만과 국교 관계에 있는 국가들에 조치를 취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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