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지운동 1주년…시진핑 “전염병 보도 단속하라” 지시

닝하이중(寧海鐘)
2023년 11월 29일 오후 9:58 업데이트: 2023년 11월 29일 오후 9:58

‘제로 코로나’ 정책에 맞서 ‘백지운동’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서는 또 다른 전염병인 정체불명의 폐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백지운동 1주년을 맞은 시점에 소위 ‘사회 안정’을 내세워 전염병 사태 관련 보도를 억제하는 동시에 백지운동 ‘불씨’ 단속에 나섰다.

최근 작년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로부터 경고를 받고, 학생 간부들은 비밀리에 충성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고, 베이징·상하이의 병원과 거리에 경찰 인력이 증원 배치되고 있다.

시진핑, ‘전염병 보도 단속’ 지시

중앙판공청 내부 사정에 밝은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지난 26일 에포크타임스에 이른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에 대한 외국 언론의 취재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시진핑의 의도”라고 전했다.

시진핑은 이달 미국 캘리포니아를 방문해 바이든과 정상회담을 갖고 대외적으로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최근 여러 국가에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중국에서 발생한 호흡기 질환은 기존의 병원체에 의한 일반적인 폐렴이라고 주장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일부 전문가를 내세워 지금 유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바이러스가 코로나19의 변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국내 언론의 관련 보도를 단속하고 있다. 독감 예방 차원의 방역에 관해서만, 그것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방역에 관해서만 보도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근에 감염성 호흡기 질환이 또다시 창궐하고 있다. 여러 지역의 어린이병원은 환자들로 넘쳐나고, 의료진도 대거 감염되고, ‘백색폐증’ 환자가 속출하고 사망 사례도 나오고 있다. 2019년 말 코로나가 우한에서 발생해 전 세계를 휩쓸던 당시의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유행하는 호흡기 질환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외에도 인플루엔자와 라이노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 전인 24일 중국 국무원 합동 예방·통제 메커니즘은 ‘동계·춘계 코로나19 감염 및 기타 중점 전염병 예방·통제 업무를 잘 해내는 것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즉 24일 발표한 통지와는 달리 26일 위건위 기자회견에서는 코로나19를 최근 호흡기 질환 발병의 병원체에서 뺀 것이다.

지난 21일, 글로벌 공공 질병감시 시스템인 프로메드(ProMED)는 “미확인 폐렴이 중국 북부 지역 어린이들 사이에서 집단 발생하고 있다”며 “이 상황이 중국 당국의 기존 발표와 관련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지난 23일, 베이징의 한 소아과 병원이 아이들과 부모들로 붐비고 있다. | JADE GAO/AFP via Getty Images

중국 당국 긴장… 젊은이들 단속 및 동태 파악에 분주

소식통은 이번 전염병 사태에 당국이 특별히 긴장하는 이유는 백지혁명 1주년과 시기가 겹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베이징 경찰은 이번 주에 특히 바빴다”며 “그들은 작년 백지운동 참가자들의 가택을 집중 방문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베이징의 량샹(良鄉) 대학가, 이좡(亦莊) 경제개발구 등 젊은이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주민위원회와 관리원들은 이미 집집마다 찾아가 젊은이들의 최근 동향을 파악했다.

또한 대학에서는 학생 간부들에게 ‘공산당에 절대 충성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다른 학생들과 함께하지 않겠다’고 서약하고 일반 학생들의 사상과 동태를 파악해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에는 특수경찰 배치, 상하이에는 경찰 증원 배치

소식통은 베이징의 병원 입구에는 한 달 전부터 특수경찰이 배치돼 있고, 상하이 우루무치중루 등 주요 지점에도 평시보다 많은 경찰이 배치됐다고 했다.

지난 26일, 상하이의 우루루치중루 등 주요 지점에 경찰이 증원 배치됐다. | REBECCA BAILEY/AFP via Getty Images/연합

지난해 11월 24일 신장 우루무치의 한 주택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이는 코로나 봉쇄로 구조가 지연됐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틀 후인 11월 26일, 장쑤성 난징미디어대학(南京傳媒學院)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백지를 들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공산당을 타도하자”, “시진핑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가 등장했다. 이 시위 물결이 전국으로 퍼져나가면서 ‘백지운동’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백지운동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당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했다.

작년 11월 26일,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 사람들이 백지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동영상 캡처

지난달 31일 상하이에서는 핼러윈 축제가 열렸다. 이날 축제는 청년들이 중국 당국에 불만을 표출하는 장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과 장쩌민을 암시하는 곰돌이 푸와 두꺼비로 분장한 사람, 흰색 방호복을 입고 ‘다바이(大白·방역 요원의 별명)’로 분장한 사람, 심지어 백지운동을 상징하는 A4 용지를 몸에 붙인 사람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상하이 할로윈 행사에 등장한 장면들. | 인터넷 이미지

중국 당국은 이러한 캐릭터로 분장한 청년들에 대한 응징에 나섰고 이미 여러 명이 체포됐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