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친다”에 권한 위임론까지 …中 매체, 연이어 시진핑 비판

리징(李淨)
2024년 01월 7일 오후 6:39 업데이트: 2024년 01월 7일 오후 8:13

경제 침체, 권력 독점에 경제매체 중심으로 ‘경고음’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대한 중국 매체들의 비판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시진핑이 ‘나라를 망친다(誤國)’는 논조의 사설을 게재한 데 이어 경제매체 제일재경이 ‘권한 위임(放權)’에 관한 사설을 게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4일, 제일재경은 ‘최고의 약속은 권한을 (하부에) 넘겨주는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이 사설은 먼저 중국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 환경이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며, 수요 위축, 공급 충격, 전망 약세, 통화 완화, 긴축 신용 등의 문제가 여전히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민영경제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많이 있지만, 민간기업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의 관건은 권한의 경계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가는 자율적으로 기업을 경영할 절대적 권리가 있다”는 점을 권력이 인지하고 행동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설은 또 “45년간의 개혁개방은 중국 경제 도약의 역사가 정부의 권한 위임과 자주권 확대의 역사임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사설은 이어 “각 산업의 생생한 사례는 권한 위임이 가장 철저한 산업이 경제에서 가장 활발한 산업이며, 국민의 정당한 권리가 효과적으로 보호되고 자유롭게 행사되는 분야가 가치 창출이 가장 활발한 분야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제일재경의 이 사설은 게재되자 곧 화제가 됐다. 상하이 화동정법대 퉁즈웨이(童之偉) 교수는 웨이보에 “‘최고의 약속은 권한을 넘겨주는 것’이라는 관점에 동의한다”며 “권력에서 한발 물러서고, 큰 걸음으로 물러서고, 지속적으로 물러서는 것이 과업 성공의 열쇠다. 개혁개방의 성공이 이를 웅변적으로 증명한다”고 했다.

해당 사설을 공유한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는 “민간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 세수의 70% 이상, 고용의 80% 이상을 기여한다”,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것은 사회 발전의 법칙에 위배되며 반드시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당국의 통제가 오히려 경제회복의 걸림돌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중국의 대표적 경제매체인 차이신망도 최근 베이징 당국을 비판하는 듯한 글을 실었다. 리커창 전 중국 총리의 장례식이 끝나고 나흘째인 지난해 11월 6일, ‘차이신주간’은 ‘개혁은 새로운 돌파구가 시급하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이 글은 “창장(長江)과 황허(黃河)는 거꾸로 흐르지 않을 것”이라는 리커창의 생전 어록을 인용해 “일부 관료들”이 개혁개방에 역행하며 시장에 지나치게 관여한다고 비판했다.

차이신은 최근 당내 반(反)시진핑 진영의 목소리를 자주 대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차이신 주간은 지난해 12월 25일 마오쩌둥 출생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사상노선을 되새기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실사구시는 덩샤오핑의 대표적 사상이자, 마오쩌둥이 모두 옳았던 것은 아니라는 반성과 비판의 의미가 담겼다.

이 사설은 덩샤오핑의 발언을 인용해 “개혁개방의 성공은 책이 아니라 실천에 의존해야 하며, 실사구시에 의존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실사구시를 거스르면 당과 국가를 망칠 수 있다”는 시진핑의 말까지 인용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이 사설이 마오쩌둥의 길을 따르고 있는 시진핑을 비판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 사설은 바로 다음 날 오전 차이신 웹사이트와 앱, 웨이보 공식계정에서 삭제됐다.

또한 이날 차이신의 편집장인 후수리(胡舒立)의 웨이보 게시글도 모두 삭제돼 분분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차이신 미디어의 설립자 후수리는 공산당 내 친개혁파 언론인으로, 상대적으로 과감한 발언을 해왔다. 2021년 중국 공산당 내부의 권력 투쟁이 격화할 때 후수리는 웨이보에 ‘돼지머리(豬頭)’와 관련된 차이신의 기사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웨이보에 “돼지머리가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념과 큰 관련이 있다. 이런 오명을 쓴 사람을 누가 식탁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려 하겠는가”라고 했다. 여기의 ‘돼지머리’는 시진핑을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재미 시사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시진핑이 마오쩌둥 노선을 걷기로 결심했고, 차이신이 이 시점에 이런 사설을 실은 것은 당내 두 노선 간의 투쟁이 치열하고 노골화됐음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