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책 효과 있나?” 온라인서 기후위기 회의론 확산

톰 오지메크
2024년 01월 19일 오전 10:30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2:03

“기후위기론, 정치색 짙은 현대판 종말론”
비판 측 “젊은 층에 퍼져…유튜브 검열해야”

유튜브를 이용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기후위기론에 반기를 드는 ‘기후위기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좌파 성향 비영리단체인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기후 정책은 효과가 없다’, ‘기후 과학을 신뢰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유익하거나 무해하다’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크게 증가했다.

또한 유튜브 10대 청소년 이용자들 가운데 약 3분의 1이 ‘기후 정책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 또는 ‘기후위기론은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거짓 주장’ 등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사람들, 특히 젊은 층에서 종말적 재앙을 강조하는 기후 내러티브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CCDH는 이를 다르게 해석했다. 그들은 “유튜브와 같은 대형 플랫폼은 기후 변화에 관한 과학적 합의에 모순되는 이런 콘텐츠를 ‘검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기후 부정(New Climate Denial)’

CCDH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유튜브 채널 96개에 게시된 동영상 1만 2000개에서 스크립트를 수집한 뒤, 기후 내러티브 관점에서 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기후 정책은 효과가 없다’ 등의 내러티브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CCDH는 이 내러티브를 ‘새로운 기후 부정’으로 명명했다.

기후 정책 무용론에 관한 내러티브는 이 기간에 전체 중 9%에서 30%로 급증했다. 또 ‘기후 과학을 신뢰할 수 없다’는 내용의 콘텐츠는 23%에서 35%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유익하거나 무해하다’는 콘텐츠는 4%에서 6%로 늘어났다.

2020년 1월 1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시위 | Mohammed Farooq/AFP via Getty Images/연합

CCDH가 이번 조사의 하나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약 33%는 “기후 정책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답했으며, 약 30%는 “기후 과학과 기후 운동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CCDH는 “‘새로운 기후 부정’이라는 내러티브의 확산은 기후 행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이런 콘텐츠에 대해 수익 창출을 제한하거나 알고리즘 노출을 막는 등의 정책을 마련하고 검열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피스 미국지부의 수석 전략가인 찰리 크레이는 이 보고서에 관한 성명에서 “기후 위기 부정론자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세계 각국에 침투하고 있다”며 “이들이 젊은층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부정론을 지속적으로 퍼뜨린다면, 잠재적으로 지구의 미래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반대로 전 세계 과학자, 기후환경 전문가 1878명(2024년 1월 18일 기준)은 “기후 위기는 없다(There is no climate emergency)”는 내용을 담은 ‘세계기후선언(WCD)’에 공동 서명했다.

여기에는 노르웨이 출신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이바르 예베르, 미국 MIT 공대의 기후학자 리처드 린젠 교수, 한국의 박석순 이화여대 명예교수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자 및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글로벌 기후환경 전문가 모임인 클린텔(CLINTEL)은 선언문을 통해 “기후 위기는 없다”고 천명했다.

이어 “기후 과학은 정치적 요소를 줄여야 하는 반면, 기후 정책은 과학적 요소를 더해야 한다”며 “기후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 예측의 불확실성, 사실보다 과장된 부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정책 결정자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정책으로 인해 예상되는 편익부터 실제로 투입될 비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2018년 12월 12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연설하고 있다. | Czarek Sokolowski/AP Photo/연합뉴스

속 빈 강정(Nothingburger)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지난해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금 우리는 기후 재앙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와 관련된 공포스러운 이야기가 매주 새롭게 나오고 있다”며 고어 전 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경고성 발언들은 공포를 조장할 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기후 변화의 일부 측면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패닉에 빠질 정도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미국 에너지부 차관을 지낸 뉴욕대 토목도시공학부의 스티븐 쿠닌 교수는 “인류가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 될 수 있지만 비상사태,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실제로 기후 전문가의 약 95%가 기후위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주장처럼 한순간에 재앙이 일어날 일은 없다. 기후 변화는 분명 우리가 직면한 문제지만, 우리는 그것을 충분히 제어하고 다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마디로 말하자면, 기후위기론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과학적 근거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쿠닌 교수는 “일부 세력에 의해 기후 변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과장되고 있다. 그들은 악영향만 강조하고, 기후 변화의 이점은 완전히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산화탄소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며 “전 세계 바이오매스(생물체의 총량)를 늘리고 성장을 촉진해 농업을 활성화한다”고 설명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