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총통 선거는 다를까? 문답으로 풀어 본 대만 선거제도

뉴스본부
2024년 01월 12일 오후 10:28 업데이트: 2024년 01월 12일 오후 11:29

오늘 1월 13일 대만에서는 총통·입법원 동시 선거가 치러진다. 다방면에서 한국과 유사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대만 선거제도는 다수 한국인에게 낯선 것은 사실이다. 이 속에서 대만 선거와 전망을 문답식으로 풀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대만 선거 제도와 핵심 쟁점을 해설한 최창근 에포크미디어코리아 중국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를 거쳐 대만 국립정치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한국외국어대 정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대만: 우리가 잠시 잊은 가까운 이웃’ ‘대만: 거대한 역사를 품은 작은 행복의 나라’ ‘타이베이: 소박하고 느긋한 행복의 도시’를 비롯하여 한국 첫 덩리쥔(鄧麗君) 평전 ‘가희 덩리쥔: 아시아의 밤을 노래하다’ 등 대만 관련 다수 저서와 논문이 있다.

대만 정부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국가원수를 총통이라 하던데…

“대만(중화민국) 정부는 총통·부총통 산하에 △행정원 △입법원 △사법원 △고시원 △감찰원 등 5원(院)을 두는 5권 분립제입니다. ‘총통(總統)’은 한국에서 ‘대통령’으로 번역하는 영어 ‘프레지던트(President)’를 중국식으로 번역한 어휘입니다. 총통 임기는 4년이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는 중임(重任)제입니다. 부총통도 동시에 선출하고요. 미국식 대통령제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

“1949년 국민정부의 대만 천도, 즉 국부천대(國府遷臺) 후 1987년 대만지구 계엄령 해제 전까지 대만에서는 초(超)헌법적인 통치가 이뤄졌습니다. 총통·부총통도 국민 직접 선거가 아닌 국민대회(國民大會)라 불리는 최고헌법기구에서 간접 선거로 선출했습니다. 임기는 6년이었고요. 1996년 총통 직선제가 복원되어 국민당 소속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이 당선돼 4년 임기의 총통에 취임했습니다.”

대만에는 어떤 종류의 선거가 있나요?

“대만 선거는 3가지, 총통·부총통 선거, 입법원(국회) 선거, 지방선거입니다. 오늘날 대만의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국회’는 입법원(立法院)입니다. 한국처럼 단원제(單院制·unicameralism)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이하게 지난날 대만 국회는 삼원제였습니다. 입법원에 더해 총통·부총통 선출·파면권, 헌법 개정권 등을 가졌던 국민대회가 존재했습니다. 감찰원(監察院) 감찰위원도 기초·광역지방의회 의원들이 간접 선거로 선출하여 국회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요. 그러다 헌법 개정으로 국민대회는 권한 정지(사실상 폐지)되고 감찰원 감찰위원도 총통 직접 임명제로 바뀌어 국회로서의 위상을 상실했습니다.”

“입법원 정원은 113명이고 △지역구(73석) △원주민 해외교포 선거구(6석) △정당 비례대표(34석)로 구성됩니다. 지방선거는 △광역자치단체장(행정원직할시장·현장·시장) △기초자치단체장(향장·진장·시장) △광역자치의회 의원 △기초자치의회 의원(주민대표) △산지원주민자치단체장 △산지원주민자치의회 의원(주민대표) △촌·리장 등을 선출하는 4년 단위 선거입니다. 특이한 점은 한국은 특별·광역시 산하 구(區)는 ‘자치구’로서 구청장은 선출하고 산하 동장은 임명하는데, 이와 반대로 대만은 직할시·시 산하 구는 ‘행정구’로서 구장(구청장)은 임명하고 촌·리장은 선출합니다.”

대만은 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같은 날 하던데 이유가 있나요?

“1996년 총통 직선제 복원 후 4년마다 총통 선거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입법원도 4년마다 선거를 하고요. 그러다 지난 2011~12년 총통 선거와 입법원 선거 일정이 겹쳤습니다. 2011년 12월 입법원 선거가 예정돼 있었고 2012년 3월 총통 선거도 예정이었습니다. 약 3개월 간격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두 번 치러야 했는데 대만 정부는 입법원 선거를 2개월 미루고 총통 선거를 2개월 앞당겨 2012년 1월에 총통·입법원 동시 선거를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2024년 현재까지 같은 날 총통·부총통과 입법위원을 선출하고 있습니다.”

대만 국회에서도 싸움이 잦던데 대만도 정당 간 이전투구(泥田鬪狗)가 치열한가요? 대만에는 어떠한 정당이 있죠?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 국회(입법원) 폭력도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한국, 호주, 영국 의회와 더불어 ‘난장판 국회’로 오명(汚名)을 얻기도 했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됐으나 운용 면에서 후진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만도 각 정당 간 정쟁이 치열합니다.”

“대만의 대표 정당으로는 △민주진보당(民主進步黨·DPP) △중국국민당(中國國民黨·KMT) △대만민중당(臺灣民衆黨·TPP) △시대역량(時代力量·New Power Party) 대만기진(臺灣基進·Taiwan Statebuilding Party)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입법원에 의석을 보유한 원내 정당입니다.”

“원외 주요 정당으로는 △신당(新黨·New Party) △친민당(親民黨·People First Party) △대만단결연맹(臺灣團結聯盟·Taiwan Solidarity Union)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 세 정당은 지난날 입법원의 주요 정당이었습니다.”

대만 총통 후보는 어떤 사람들인가요?

“1월 13일 치러지는 총통 선거는 3파전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집권 민진당, 제1야당 국민당, 제2야당 민중당 등 여야 3당 후보가 걸어온 길도 다르고요.”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는 현직 부총통 겸 민진당 주석입니다. 국립대만대 의과대학을 거쳐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을 졸업한 의사 출신입니다. 국민대회 대표, 입법위원, 타이난(臺南) 시장을 거쳐 2016년 출범한 차이잉원(蔡英文) 정부 제1기 행정원장(국무총리 해당)으로 입각했습니다. 2020년부터는 제2기 차이잉원 정부 부총통을 맡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는 집권 민진당 주석(대표)도 맡고 있습니다. 양안(兩岸) 통일과 독립 문제에 있어서는 현 차이잉원 총통보다 상대적으로 독립에 가까운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허우유이(侯友宜) 국민당 후보는 중앙경찰대학을 졸업한 직업 경찰관 출신입니다. 한국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내정부 경정서장(警政署長), 중앙경찰대학 교장(총장)으로 경찰 경력을 마무리한 후 현 국민당 주석 주리룬(朱立倫) 당시 신베이(新北) 시장에게 발탁되어 신베이 부시장을 8년 지냈습니다. 이후 신베이 시장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됐고 2022년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현직 신베이 시장이죠. 참고로 대만은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직(職)을 유지한 채 총통 선거에 출마 가능합니다. 허우유이가 속한 국민당은 공식 당명이 ‘중국국민당’인 데서도 알 수 있듯 정체성을 중국에 두고 있고 중국에 친화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커원저(柯文哲)도 의사 출신 정치인입니다. 국립대만대 의과대학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립대만대병원 응급의료센터장으로 활동했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며 수도 타이베이(臺北) 시장에 당선됐고 2018년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2019년 대민중당을 창당했고 현재까지 주석을 맡고 있습니다. 대중국 관계에 있어서는 중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 선거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선거 개입까지 한다고 하는데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One China Policy)’ 정책을 내세운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중화민국)을 나눌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합니다. 베이징(北京)의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만이 전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 합법 정부이며, 대만은 하나의 성(省)에 불과하다고도 합니다. 중국은 이른바 ‘국토완정(國土完整)’의 ‘마지막 퍼즐’인 대만을 통일하고자 하고요. 필요시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반면 1949년 제2차 국공내전에서 패배하여 대만으로 천도한 중화민국 정부는 ‘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만은 단 한 번도 점유한 적이 없으며 중화민국(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분리된 별개의 정치 실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태도에서는 양대 정당 간 차이가 있습니다. 역사와 정체성의 연원(淵源)이 중국에 있는 국민당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합니다. 달리 설명하자면 중국과 대만은 하나가 맞으나 ‘누가 중국을 대표하느냐?’ 문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즉 본토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이, 대만에서는 중화민국이 ‘중국’을 대표한다는 것이죠.”

“중국이 아닌 대만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정당 강령에 ‘대만 독립’을 명시하고 있는 민진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합니다. 중국과 대만은 별개라는 입장이죠. 이러한 논리에 기반하여 ‘양국론(兩國論·대만해협 양안에는 중국과 대만이라는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한다)’ 혹은 ‘일변일국론(一邊一國論·대만과 중국은 서로 다른 나라이다)’ 등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1988~2000년 총통으로 재임했던 리덩후이(李登輝), 첫 민진당 출신 총통이었던 천수이볜 등이 이러한 주장을 하며 중국과 다른 대만을 강조했습니다.”

“대만독립론자 간에도 온도 차이는 존재합니다. ‘중화민국은 중화인민공화국과 다른 별개의 정치 실체이며, 대만의 중화민국은 실질적인 독립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호 변경, 헌법 개정 등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하는 온건파가 있습니다. 중화민국 독립의 약자인 ‘화독(華獨)’파라고 불리죠. 다른 표현으로 현상유지(Status quo)파라고도 합니다.”

“강경파는 ‘중화민국’이라는 국호를 버리고 ‘대만공화국’ 등으로 국호를 바꾸어 선명한 독립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대독(臺獨)파라 칭하는 대만 독립론자입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총통인 차이잉원은 화독파로 분류되지만 라이칭더 민진당 총통 후보는 대독파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중국은 보다 선명한 대만 독립노선을 추구하는 총통이 당선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무력 사용도 주저하지 않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대만 관련 뉴스를 보면 ‘92공식’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던데 무엇인가요? 수학 공식 같은 것인가요?

“‘92공식(九二共識)’에서 ‘공식’은 수학 공식(公式·formula)이 아닌 공동인식(共同認識·consensus)의 약자입니다. 영어로는 1992컨센서스(1992 Consensus)라고합니다. 1949년 양안 분단 후 대치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의 중화민국이 양안관계의 기조에 대한 일종의 합의를 도출한 것입니다.”

“1992년 11월, 홍콩에서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兩岸關係協會) 회장과 대만 해협교류기금회(海峽交流基金會)는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각자의 해석에 따른 명칭을 사용(一中各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해협양안관계협회와 해협교류기금회는 양안관계 문제를 전담하는 반관반민(半官半民) 기구입니다. 이 합의는 문건화된 합의서가 아닌 구두(口頭)합의로서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주임위원(통일부 장관 해당)을 지낸 쑤치(蘇起) 현 담강대(淡江大) 교수가 만든 ‘정치 용어’입니다.”

“국민당은 기본적으로 1992컨센서스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진당은 부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대만 측에 ‘1992컨센서스를 존중하라’ 혹은 ‘1992컨센서스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2016년 출범한 현 차이잉원 정부는 현재까지 공식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6년 5월 첫 총통 취임사에서 차이잉원은 1992컨센서스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양안관계에 있어 현상유지파라 할 수 있는 차이잉원 총통은 국제정치학 용어로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취하고 있습니다. 차이잉원은 천수이볜 1기 정부인 2000~2004년 대만의 대(對)중국 문제 전담부처 행정원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장관)을 지내기도 한 양안관계 전문가입니다.”

대만 선거 결과를 전망해 주세요.

“1월 13일 총통·입법원 동시 선거를 앞두고 대만의 각 여론조사 기관들은 1000회 이상 여론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집권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의 당선이 점쳐집니다. 야권 단일화에 실패한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는 2위, 커원저 민중당 후보는 3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입법원 선거에서는 여소야대(輿小野大)가 예상됩니다. 현 제1야당인 국민당과 제2야당 민중당이 전체 입법원 의석 113석의 반수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여론조사 기관들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1위 2위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집계되는 등 박빙(薄氷) 승부가 예상됩니다.”

“‘이변’도 배제할 수 없고요. 선거 결과를 시나리오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우선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총통에 당선되고 민진당이 입법원 과반 의석도 확보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2024년 5월 출범할 라이칭더 정부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입니다. 민진당은 3연속 집권이라는 기록을 쓰며 행정권과 입법권을 장악하는 것이죠.”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가 총통에 당선되고 국민당이 입법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당은 8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하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승하여 장악한 지방권력에 이어 행정권과 입법권마저 장악하여 대만 정치용어로 ‘완전집정(完全執政)’에 성공할 것입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현 차이잉원 총통에게 참패했던 한궈위(韓國瑜) 전 가오슝 시장의 입법원장(국회의장) 지명도 유력시됩니다.”

“△민진당이 대선에서 승리하지만 입법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여소야대’ 정국하에서 소수 정부 형태의 국정 운영이 불가피합니다. 입법부를 장악한 국민·민중 야권 연합과 행정부 간 갈등 속에서 민진당 정부는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되면 2000~2004년, 2004~2008년 천수이볜 총통 재임기와 유사한 정국이 올 수 있습니다. 당시 천수이볜은 총통에 당선됐지만 입법원은 국민당, 친민당, 신당 등 보수 성향 야당이 원내 다수 의석을 점했고 행정부와 입법부의 충돌이 일상화됐었습니다. 이 속에서 제3지대에 속하는 커원저의 민중당이 ‘캐스팅 보드’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민중당은 현재 113석 중 5석의 입법원 의석을 가지고 있으나 커원저 개인 지지율, 민중당 정당 지지율 등을 종합 할 때 원내 의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