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대만 건물에 中 네티즌 “튼튼하네…본토였으면”

강우찬
2024년 04월 4일 오후 4:41 업데이트: 2024년 04월 5일 오전 10:56

지난 3일, 대만에서 발생한 규모 7.2 강진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기울어진 대만 건물이 중국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일부가 파손돼 기울어지긴 했지만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고 버티면서 사람들을 구조할 시간이 확보됐다는 것이다. 겉은 멀쩡하지만 충격에 두부처럼 허물어져 ‘두부 공정’으로 불리는 중국의 부실시공으로 불똥이 튀었다.

대만 당국에 따르면, 3일 저녁 10시까지 집계된 인명피해는 사망자 9명, 부상자 1011명이다. 또한 해안선 주변의 무너진 터널과 도로에 100여 명이 갇혀 구조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지진은 리히터 규모 7.2로 대만에서는 1999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강한 지진이었다. 대만 전역은 물론 중국 본토 여러 곳에서도 진동이 감지됐다.

아직 구조가 진행 중이지만, 원자폭단 32개와 맞먹는 충격에도 인명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게 외신의 평가다. AP통신은 내진 설계 등 대만의 지진 대비가 잘 돼 있어 수도 타이베이 역시 강한 진동에도 큰 피해가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도 대만의 피해 상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피해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반응 속에서도 특히 화롄시의 8층짜리 건물이 기울어진 채 쓰러지지 않는 모습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다수 네티즌은 2008년 중국의 쓰촨 대지진(규모 8.0), 2013년 야안 지진(규모 7.0), 2023년 간쑤 지진(규모 6.2) 등 비슷한 규모의 지진을 언급하며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진 않아 구조할 시간을 번 것”, “내진 기준을 준수해 지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만 건설업체들은 성실하다. 중국이라면 작업이 기준대로 되지 않았을 것”라는 견해를 밝혔다.

“내진 능력을 입증하려면 전혀 무너지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박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본토에서 비슷한 지진이 발생했다면 훨씬 피해가 컸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네티즌은 “규모 8 (쓰촨성) 원촨 지진 때는 도시가 폐허가 됐다”며 “만약 대만 건물들이 중국 본토의 30층 아파트라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질문했다. “문제는 기준이 아니라 그걸 시행하는 사람들의 자질”이라며 “본토 건물들이 내진 설계대로 지어졌는지 의문”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중국 쓰촨성 윈촨현의 지진 피해 지역. 2008.5.24 | Nicky Loh–Pool/Getty Images

지난달 31일 강풍에 아파트 창문이 날아가 11층에서 잠자고 있던 일가족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었다. 강풍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중국 아파트와 지진에도 버틴 대만 건물은 비교 불가라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당국이 공식 발표한 2008년 5월 12일 쓰촨 대지진 사망자는 6만9227명, 부상자는 37만4643명, 실종자는 1만7923명이다. 그러나 현지 민간단체가 집계한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실제 사망자는 약 30만 명이다. 이중 3만 명이 수업 중이던 학생들이었다.

쓰촨 지진 때는 학교 6898개를 비롯해 21만6천채의 건물이 붕괴됐다. 그러나 건물 붕괴로 다수의 학생들이 사망·매몰된 현장 바로 옆에 있던 관공서 건물은 멀쩡해 논란이 일었다. 학교 건물 붕괴로 사망한 학생의 부모들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공산당 간부와 관리들이 머무는 관공서 건물은 내진설계가 적용됐지만 정작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는 부실시공으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감독당국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당국이 사망한 학생 수를 은폐하고 있다며 자체 조사에 나선 시민조사단 활동은 경찰의 방해와 체포로 무산됐고, 지진 구조대원들의 희생과 미담을 부각하는 기사가 언론을 뒤덮으면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사그라들었다.

대만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25년 전 규모 7.6 지진으로 2400명이 숨지고 10만 명이 부상하며 건물 5만 채가 파손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지진 대응을 강화했으며 내진 설계 기준을 지속적으로 상향해 또 다시 발생할지 모를 재난에 대비해왔다.

중국 지진국 산하 지진예측연구소 객원연구원이자 미국 미주리 과학기술대의 지진학자 스티븐 가오(중국명 가오샹싱) 교수는 AP 통신에 “대만의 지진 대비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