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탈중국’ 속도…경제 전문가 “이제 시작일 뿐”

마이클 워시번
2024년 04월 18일 오전 10:49 업데이트: 2024년 04월 18일 오전 10:49

애플의 탈중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에 전체 아이폰 중 14%를 인도에서 생산했다. 이는 2022 회계연도의 두 배 수준이다.

인도에서의 아이폰 생산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최근 인도에서 전체 아이폰의 약 67%를 조립했다”며 “인도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중국화에 속도를 내는 것은 애플만이 아니다. 델(Dell), HP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중국에서 발을 빼고 인도나 베트남, 멕시코 등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중국 경제·금융학 교수인 웨이상진은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여기에는 경제적 요인과 정치적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기업들에는 경제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웨이상진 교수는 “과거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에 매력을 느껴 중국에 앞다퉈 진출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중국의 인건비가 인도나 베트남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더 저렴한 국가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 정부의 관세 인상도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중국 당국이 자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의 첨단 기술과 지적재산권 등을 보호하지 않은 채, 자국 기업만 지원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캘리포니아대 경영학과장인 크리스토퍼 탕 교수는 “이런 탈중국화에는 경제적 요인이 가장 강력히 작용하는 것이 맞지만, 정치적·외교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의 애플스토어에서 손님들이 아이폰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아울러 “글로벌 기업들이 지금 당장 중국에서 철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이른바 ‘중국 플러스 원’으로 불리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기존의 중국 사업을 유지하면서,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플러스 원’으로 신흥 시장에도 진출하는 전략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정치적 압박이 커지고, 여기에 비용 압박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신흥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또한 “실제로 델과 HP는 중국에서 발을 빼고 베트남, 멕시코, 태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탕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 의존도를 줄여 공급망 탄력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리스크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그가 말하는 리스크란, 외국 기업을 겨냥한 중국 당국의 보복성 조치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중국 사업자들에게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 회사는 연매출의 10% 이상을 중국에서 벌어들이고 있었는데, 거래 금지 조치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중국 규제 당국은 “이 회사가 특정 보안 표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만 밝힐 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탕 교수는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함에 따라 미국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들어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양국 간 무역 전쟁이 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