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 “中 위협 인식 부족”…전문가들 엄중 경고

황효정
2024년 01월 9일 오후 7:21 업데이트: 2024년 01월 10일 오전 8:25

공산주의 중국을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들의 자유민주 진영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 위협이 지속되고 있다.

전통적인 전쟁이 아닌 하이브리드, 초한전(경계를 뛰어넘는 전쟁)으로 위협의 양상이 달라진 만큼 본질을 정확히 알고 대응하기 위한 논의가 뜨겁다.

9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는 ‘국제자유네트워크 2024 국제회의’가 ‘하이브리드 위협과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주제로 ‘한반도선진화재단, 한국세계지역학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공동 주최하에 개최됐다.

이번 회의에는 월러스 그렉슨 전 한미연합사령부 해병대 사령관(예비역 해병대 중장) 겸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데이비드 스틸웰이 각각 기조연설에 나선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중대한 위협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엄중한 경고가 나왔다.

기조연설에 앞서 박재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김현욱 한국세계지역학회장이 축사하며 이번 회의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한국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알찬 기회가 되기를 희망했다.

월레스 그렉슨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한기민/에포크타임스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그렉슨 전 차관보는 “냉전 종식 이후 국방비 지출이 줄었고 방위산업 분야가 효율성이란 미명 아래 통합됐다. 인권은 경제발전에 밀려 부차적인 문제가 됐다. 주요 기업들은 불공정 노동 관행이나 지적재산권 도용 같은 문제를 무시한 채 앞다퉈 중국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이어 “소련 붕괴 후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 대중에게 ‘관심을 중국으로 돌려야 한다’고 설득하기 힘들어졌다”면서 “정책은 오히려 중국을 돕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도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란 믿음이 존재했다고 설명한 그렉슨 전 차관보는 “미국은 초당적인 실수를 네 번의 대통령 임기에 걸쳐서 범했다. 중국이 우리의 기대와 달리 자유화되지도 못하는 국가이며, 사실은 자유화할 의지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늘날 모든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냉전 시대의 시스템을 갖고 있지 못하다. 위협 인식도 부족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중국이 초한전을 통해 은밀하면서도 노골적인 하이브리드 위협을 더 가중하는 사이 민주주의 국가들은 내부 분열을 겪으면서 많은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렉슨 전 차관보의 진단이다. 그는 “오늘 회의는 자유민주주의가 함께 협업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고 또 시의적절하다”며 “중국의 정치전과 하이브리드 위협에 맞서 모두가 협력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서 스틸웰 전 차관보가 기조연설을 했다. 스틸웰 전 차관보 역시 “우리는 30년 동안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인식하지 못한 채 너무나 편안한 날들을 보냈다”며 그렉손 전 사령관의 발언에 동의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한기민/에포크타임스

스틸웰 전 차관보는 영상 연설을 통해 “시진핑 체제하의 중국에서 비롯되는 분명한 위협 요인은 바로 지금 여기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 문제를 협력 네트워크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4년 현시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이번 달 대만의 선거는 중국 정부가 선거 절차를 우회하여 중국의 목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매우 매력적인 대상”이라면서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의 4월, 미국의 11월 총선은 중국 공산당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목표다. 그들의 목표는 우리들의 현 체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스틸웰 전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 문제를 다뤘던 방식들을 소개했다.

스틸웰 전 차관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개별적이 아닌 단체적으로 대응했다. 스틸웰 전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국무부와 국방부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통해 계획의 효율성을 높이고 실행을 훨씬 용이하게 했다”고 말했다.

스틸웰 전 차관보는 나아가 현재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 기회를 통해 중국이 그동안 효과적으로 사용해 온 경제적 이익을 제거해야 한다”고 분석,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자행한 사드 보복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위협은 언제나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조용하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위협을 인지하고 그저 무시하라.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맹목적으로 대응해 왔고, 그것이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해 왔다. 그러한 대응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전에 대응하는 대부분의 방법은 쉽고 추가 자원이나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게 스틸웰 전 차관보의 시각이다.

9~11일까지 3일간 계속되는 이번 콘퍼런스는 6개의 세션으로 구성된다.

1세션은5세대 전쟁: 하이브리드전의 진화와 정치전’, 2세션은대만사태와 중국의 對대만 정치전’, 3세션은중국의 정치전과 유럽 선거 개입’, 4세션은중국의 정치전과 캐나다·호주·태평양제도 선거개입’, 5세션은중국의 정치전과 한국·대만 선거개입’이다.

마지막 날인 11일 오전에는중국의 정치전과 선거개입 대응방안주제로 김현욱 한국세계지역학회장이 진행하는 미디어 세션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