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털렸다” 중국인 엔지니어, AI 영업비밀 수백 건 빼내

에바 푸
2024년 03월 8일 오후 2:11 업데이트: 2024년 03월 8일 오후 2:12

기밀 정보 권한 얻자 자료 빼돌려…중국 업체에서 접촉
美 법무부 “용인할 수 없는 행위”, FBI는 中 공산당까지 거론

전직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인공지능(AI) 관련 영업비밀을 수백 건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중국인 린웨이 딩(38)은 지난 6일(현지 시간) 영업비밀 절도 혐의로 기소돼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어크 지역에 있는 자택에서 체포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2019년 구글에 고용된 딩은 이 회사의 슈퍼컴퓨팅 데이터 센터와 관련한 기밀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있었다.

이를 악용해 2022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관련 정보 수백 건을 빼돌려 개인 클라우드 계정에 올렸다.

그는 이런 절도 행각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의 한 AI 기술 업체와 접촉했다. 중국 업체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와 월급 1만 4800달러(약 2000만 원), 연간 보너스 등을 제안하며 그를 영입하고자 했다.

딩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구글에는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몰래 중국 업체에서 근무한 것이다. 2022년 10월 중국에 간 그는 이듬해 3월까지 머물며 이 업체의 투자금 유치를 위한 투자자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딩은 직접 중국에 기반을 둔 AI 관련 스타트업을 설립해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구글의 슈퍼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자신이 설립한 스타트업을 홍보하기까지 했다.

그러는 사이, 딩은 구글의 다른 직원에게 자신의 출입증을 스캔해 줄 것을 부탁했다. 실제로는 중국에 머물고 있었지만, 미국의 구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든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구글 스토어 | AP Photo/Eric Risberg, File/연합뉴스

1년 넘게 구글에서 근무하는 동시에 중국의 두 회사에서도 일한 딩은 지난해 12월 구글 측에 퇴사 의사를 밝혔다.

이후 그와 관련한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한 구글은 딩의 네트워크 활동 기록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기밀 자료를 개인 클라우드 계정에 올렸음이 밝혀진 것이다.

기술 절도

이번 사건에 대해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우리는 영업비밀 및 첨단기술 절도 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특히 미국의 기술이 적대 세력과 관련된 자들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강력히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은 중국공산당과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첨단기술을 훔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기술 절도는 미국의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레이 국장은 지난달 말 “적대 국가들이 미국 내에서 악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미국의 정치 시스템에 개입하기 위해 생성형 AI 기술을 쓰고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달 리사 모나코 미 법무부 차관도 “AI는 파괴적인 기술”이라며 “중국공산당이 AI 기술을 포함한 미국의 첨단기술을 훔친 뒤, 이를 자국의 군사력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