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함으로 신성을 그려낸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

로레인 페리에(Lorraine Ferrier)
2023년 12월 22일 오후 8:27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7

빛과 어둠으로 신성을 묘사한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 단순한 묘사와 독특한 구성으로 경건함을 만들어낸 화가

17세기 프랑스 바로크 시대의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1493~1652). 라 투르는 화려하고 역동적인 화풍이 주를 이뤘던 시대에 세속의 문제점을 정확히 꿰뚫는 풍속화와 경건하고 고요한 종교화를 주로 그렸던 인물이다.

자연주의의 대가

‘목자들의 경배’(1644), 조르주 드 라 투르. 캔버스에 오일. 파리 루브르 박물관 | 공개 도메인

라 투르는 화려하면서 힘 있는 화풍이 인기를 끌었던, 당시 다른 동료 화가들과는 다르게 사물 또는 인물의 형태를 단순화해 묘사했다. 그러면서도 대상의 특징을 섬세히 관찰해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함으로써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을 완성했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는 빛과 어둠의 활용이 눈에 띈다. 그는 명암의 조화 또는 대비를 통해 대상에 입체감을 부여했다. 특히 이러한 기법은 종교화에서 두드러지게 활용되어 고요하면서도 극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신성함의 극치, 라 투르의 ‘신생아’

‘신생아’(1645), 조르주 드 라 투르. 캔버스에 오일. 프랑스 렌 미술관 | 공개 도메인

라 투르의 1645년 작품 ‘신생아’는 보는 이에게 형언하기 힘든 감동을 준다. 이 경건한 작품은 주제를 직접적으로 예수의 탄생이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림 속 구도와 등장인물은 아기 예수와 그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마리아의 어머니 안나를 떠올리게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함은 시대를 초월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신생아’에는 친밀한 구성과 단순한 형태가 어우러져 있다. 또한 짙은 붉은색과 보라, 갈색으로 구성되어 따뜻하고 부드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이러한 묘사는 갓 태어난 아이와 어머니 간의 사랑과 유대감이 온전히 전해지게 한다.

그림 속 인물들이 성경 속 등장인물이라는 전제하에 작품을 살펴보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 마리아의 머리와 팔, 무릎은 삼각형 구도를 이루고 있다. 마리아 옆의 안나 또한 머리와 등, 위로 들어 올린 한쪽 손이 삼각형을 이루며 조화로운 구도를 만든다. 마리아가 입고 있는 옷의 붉은색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의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희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라 투르는 그림 속 많은 요소를 사용해 우리의 시선을 아기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한다. 두 여인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아기를 바라보며 우리의 시선을 자연스레 아기에게로 향하게 한다. 아기의 몸에서는 황금빛이 아름답게 빛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빛은 안나가 들고 있는 촛불에서 나오고 있다. 안나는 한 손으로 촛불을 가려 마치 후광이 비추는 듯 만들어 아기를 축복하고 있다.

이 작품의 전체에서 뿜어나오는 압도적인 침묵은 빛과 어둠, 색깔과 인물의 시선으로 조성되었다. 라 투르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언뜻 평범할 수 있는 작품을 경건하고 비범하게 만들었다.

위대한 예술가

‘목수 요셉’(1640), 조르주 드 라 투르. 캔버스에 오일. 파리 루브르 박물관 | 공개 도메인

라 투르의 작품은 17세기 헨리 2세, 리슐리외 추기경 등 사회 고위층에게 사랑받았다. 1639년경, 그는 루이 13세로부터 ‘왕의 화가’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사후 한동안 예술계에서 잊혀져 있다가, 20세기에야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1915년 독일의 미술사학자 헤르만 보스는 라 투르의 작품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라 투르의 작품은 대부분 서명이 없는 데다 화재로 소실된 작품이 많아 현재 35점만이 그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의 정신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일컬어지는 조르주 드 라 투르는 ‘촛불’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로 신비로운 분위기와 경건함을 조성한 예술가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신성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로레인 페리에는 영국 런던 교외에 거주하며 에포크 타임스에 미술과 장인 정신에 대해 글을 씁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영상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