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中 압박 우려해 일제히 션윈 공연 거부…“중국에 굴복해선 안 돼”

에바 푸
2023년 10월 26일 오전 11:56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19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데 최근 션윈(神韻) 예술단이 한국에서 공연을 열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음에 따라 윤 대통령의 공약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주요 공연장들은 중국공산당의 영향력을 우려해 션윈 공연을 거부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과 한국 간의 문화 교류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리들이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직접 추진해 온 사안이다.

지난 4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미국의 고전가요 ‘아메리칸 파이’를 직접 부른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거래관계가 아니다.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가치동맹'”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2023년 4월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Drew Angerer/Getty Images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 션윈예술단은 지난 17년간 이어진 중국공산당의 방해 공작으로 한국에서 공연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션윈 공연 한국 주관사인 한국파룬따파학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서울의 주요 공연장 두 곳이 중국공산당의 압력으로 인해 대관을 거부했다.

에포크타임스가 입수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주한 중국대사관은 한국 정부와 이 공연장 두 곳에 션윈 공연을 승인할 경우 정치적, 경제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하는 등 수년간 지속적으로 협박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션윈예술단은 ‘공산주의 이전의 중국 전통문화를 보여준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중국의 전통문화를 무용과 음악으로 재현하고 있다. 매년 20여 개국에서 공연을 펼치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세계적인 예술공연으로 평가받는다.

공산주의 침투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트레버 루던은 “션윈 공연이 중국의 전통문화를 되살린다는 이유에서, 중국공산당은 션윈예술단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와 이데올로기에 ‘상당히 위험한 존재’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션윈 공연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방해 공작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지만, 한국만 예외인 상황이다.

한민호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 대표(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수십 년간 이어진 ‘중국의 침투’로 보고 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공산당은 지난 30년간 한국의 수많은 주요 인사들을 포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국방송공사에 보낸 공문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Wpcpey/CC BY 3.0
서울에 있는 주한 중국대사관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Wpcpey/CC BY 3.0

또 “한국에서 션윈 공연이 열리지 못하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방해 공작과 영향력 작전이 통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중국의 뜻에 순순히 따르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 대표는 “션윈 공연은 한국이 미국의 진정한 동맹국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이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해 션윈 공연을 계속 거부한다면, 전 세계 국가들이 한국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이 중국에 굴복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해 공작의 역사

2006년 션윈예술단 창단 이후 중국은 비자 협박부터 경제적 불이익, 외교적 타격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방해 공작을 펼쳤다. 중국의 고위 관리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공문 등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가 션윈 공연 12일 전에 일방적으로 대관 계약 해지를 통보해 법정 소송을 거쳐 어렵게 공연을 치렀다. 한국 주최 측은 중국대사관이 이 공연장의 예술단과 관계자 등에게 “(공연을 허가한다면) 중국 비자 발급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음을 알게 됐다.

통일교 2인자로 불렸던 박보희 전 세계일보 사장은 훗날 션윈 주관사 측에 “우리가 션윈 공연을 막으려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에서 우리가 중국에 투자한 수천억 원의 투자 손실을 각오하라는데 어떡하나”라고 털어놓으며 “션윈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2023년 2월 19일 ‘2023 션윈 월드투어’ 서울 국립극장 공연 커튼콜 | 김국환/에포크타임스

2016년에는 중국대사관이 션윈 공연을 앞두고 서울 KBS홀을 소유한 한국방송공사 측에 “션윈예술단과의 대관 계약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최소 두 차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에포크타임스가 이 공문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중국대사관은 KBS에 “중국과 한국 간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션윈 공연을 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응한 KBS는 이미 수천 장의 티켓이 판매됐음에도 일방적으로 공연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션윈 한국 주최사는 KBS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처음에는 션윈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KBS가 중국대사관이 보낸 공문을 제출하며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은 공연 이틀 기존 판결을 번복했다. 공연을 취소해 KBS가 입게 될 명예 실추와 금전적 피해보다 중국의 반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훨씬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그해 KBS홀에서의 공연은 무산됐다.

이는 션윈예술단이 지난 17년간 한국에서 겪어 온 수많은 대관 계약 취소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한국방송공사가 운영하는 공연장 KBS홀 | Gwanhae Seong
션윈 공연의 한국 담당 코디네이터 루이스 안 | Courtesy of Louis Ahn

이에 대해 션윈 공연의 한국 담당(샌프란시스코 소재) 코디네이터 루이스 안은 “중국공산당이 배후에서 압력을 행사해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관리들은 오랫동안 한국 정부가 그들의 지시를 따르는 것을 즐겨왔다”면서 과거 한국 공무원들에 대해 “그들은 항상 그들(중국 관료들)에게 저자세였다”고 말했다.

2012년 12월,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션윈 공연 유치를 지지하는 서명을 받았다. 이정찬 당시 시의원은 “김형주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한중 관계’를 고려한 서울시가 션윈 공연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션윈 측에 통보했다. 지지 서명을 받아도 소용없을 거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시의원으로서 션윈 공연 개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서울시에서 공연을 허가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큰 실망과 아쉬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션윈예술단의 한국 공연은 최근 들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년간 션윈예술단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공연장을 포함해 총 13곳의 지자체 산하 공연장이 일제히 대관을 거부한 것이다.

한국 주관사 측에 따르면 인천문화예술회관은 내부 회의를 거쳐 공연을 허가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관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민주주의의 취약점

대구 계명대학교 인문국제대학 중국어중국학과의 이지용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공연장 관계자나 담당 공무원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일자리를 잃거나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자기 검열’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경 | 연합뉴스

실제로 2019년 한국 주최 측이 세종문화회관에 대관 문의를 했을 때 담당자는 “션윈 공연을 승인하면 (나는) 해고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한국 정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세종문화회관은 상부의 허가 없이 션윈 측에 대관 승인을 내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 전체가 나서서 중국 정권의 움직임에 숨겨진 진짜 의도를 파악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유민주주의의 취약점을 면밀히 연구하고, 그것을 공략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이런 상황은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미 국무부는 국제종교자유보고서 2개(2016년2020년)와 한국인권보고서 등 보고서 3건을 통해 션윈 공연을 거부하는 한국 정부와 이에 관여한 중국공산당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미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KBS홀의 션윈 공연 취소 사태를 언급하며 “KBS홀이 중국대사관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뒤 이에 응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미셸 박 스틸 하원의원 | Yiyuan Chang/NTD

지난 8월 미셸 박 스틸 하원의원(공화당·캘리포니아주)은 윤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공산당이 션윈 한국 공연을 막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증진하는 데 있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라며 “억압에 맞서 자유를 지키는 것은 민주 정부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정치와 경제를 심도 있게 연구한 이 교수는 한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션윈 한국 공연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방해와 간섭이 한국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며 “자유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역설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원문 보기]
South Korea Blocks US Performing Arts Company, Raising Concerns Over Chinese Influ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