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水, 눈이 녹아 비와 물이 되다…봄꽃과 자연의 순환을 만끽하는 절기

강우찬
2024년 02월 26일 오후 3:26 업데이트: 2024년 03월 1일 오후 12:59

우수(雨水)는 24절기 중 두 번째 절기다. 봄의 첫날(입춘·立春)이 지나고 15일 후 태양의 황경이 330도 위치에 도달하는 날이다. 눈이 녹아서 비와 물이 된다는 시기이다. 촉촉한 봄비가 내려 풀과 나무가 싹 트고 모든 것이 번성하기 시작하는 때이다.

중국 원나라의 오징(吳澄)이 24절기를 풀이한 책 ‘월령칠십이수집해(月令七十二候集解)’에서는 “정월(正月·첫달) 중순에는 하늘에 물이 생긴다. 봄은 나무(木)에 속하는데, 나무를 살리는 것은 물(水)이므로, 입춘 후에 우수가 이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오징은 또한 “동풍이 불어 이미 얼어붙은 것이 녹아서 흩어지고 비가 내린다”라고도 썼다.

동양의 전통적 관점에서 우수는 다시 5일씩 3개의 때로 구분된다. 첫 5일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기 시작하는 때이고, 그다음 5일은 기러기가 따뜻한 남쪽에서 다시 북쪽으로 날아오는 때이다. 마지막 5일은 봄비가 내린 땅속에 양의 기운이 가득 차 풀과 나무가 돋아나는 때이다.

이러한 3개의 때와 관련된 꽃도 있다. 각각 꽃양배추, 살구꽃, 자두나무꽃(李花·오얏꽃)이다.

첫 시기에 피는 꽃양배추는 브로콜리와 비슷하지만 훨씬 하얀색에 가까운 꽃을 피운다. 꽃양배추가 피어나면 들판은 화려한 금빛으로 물들며 봄이 돌아왔음을 알린다.

두 번째 꽃인 살구꽃은 장비과의 벚나무속에 속하며 꽃잎은 5장으로 연분홍색이다. 살구꽃은 복숭아꽃이나 매화꽃과 비슷해 꽃봉오리일 때는 붉다가 개화 후 점차 색이 옅어지며 나중에는 순백색으로 변한다.

자두나무꽃은 작지만 풍성한 흰색 꽃을 피운다. 소박하고 신선하며 향기로운 향기를 지녔다. 종종 벚꽃으로 오해를 받을 만큼 비슷하게 생겼다. 자두의 순우리말이 ‘오얏’이어서 오얏꽃으로도 불린다.

‘하늘의 선물’ 봄비, 석유만큼이나 귀중한 자원

우수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강수량이 증가하고 기온이 상승한다는 의미다.

눈이 내리고 쌀쌀했던 날씨가 서서히 물러간다. 대지는 상쾌한 봄바람, 촉촉한 공기, 따뜻한 햇살, 잔잔한 비가 내리는 계절을 맞이하게 된다.

봄에 내리는 비는 농부들이 가장 기다리는 하늘의 선물이다. 꾸준한 봄비는 한 해의 풍작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춘야희우(春夜喜雨)’라는 시에서 좋은 비는 봄이 오는 때를 알고 적절한 때에 맞춰 내리며 소리 없이 사물을 적신다고 표현했다.

“좋은 비는 시절(때와 절기)을 알아, 봄이 되니 알아서 내리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찾아 들어와, 만물을 적시면서도 가늘어 소리가 없네. 들길 구름 모두 어두운데, 강에 뜬 배 불빛만이 밝구나.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꽃이 겹겹이 핀 금관성이로다.”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野徑雲俱黑(야경운구흑) 江船火獨明(강선화독명),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 花重錦官城(화중금관성).

2009년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영화 ‘호우시절’의 제목이 바로 두보의 ‘춘야희우’ 첫 구절인 “호우지시절”에서 따온 것이다.

이 시는 만물이 싹트고 자라는 봄철,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오(好·좋을 호)”라고 순박하게 표현했다. 입춘이 초봄을 반기는 절기라면, 우수는 비가 내려 만물을 적시고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늦봄의 기쁨을 묘사하고 있다.

24절기 중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 한 해 중 가장 맛있게 장을 담글 수 있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 일러스트=다슝(인스타그램@daxiongart)

한 해 중 가장 맛있는 장을 담글 수 있는 시기

우수에는 본격적인 농사일에 앞서 장을 담그는 풍습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수에 담근 간장을 최고로 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때에 장을 담그면 가장 발효가 잘돼 좋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역법인 ‘음양력’ 정월에 장을 담그면 약 40일 후인 청명과 곡우 사이에 된장과 장물을 가를 수 있다. 이때부터 발효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져 된장이 맛있게 잘 숙성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 시기에 찹쌀을 튀겨 터져나온 뻥튀기(爆米花)로 한 해 풍년 여부를 점치는 풍습도 있다.

원나라 때 누원례(婁元禮)가 쓴 농업·기상 전문서적인 ‘전가오행(田家五行)’에서는 “우수 때 찹쌀을 마른 솥에 볶아 터뜨린다”며 그 색깔을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춘추전국 시절의 오나라와 월나라에서도 기우제를 지낼 때나 정월 13~14일에 찹쌀을 솥에 볶아, 운을 알아보는 점치기 풍습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한 해의 수확이 하늘의 뜻과 관련 있다며 신성하게 여긴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연결돼 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쌀을 튀겨 풍년 여부를 점치는 풍습은 점차 사라지고 대신 쌀튀김(뻥튀기)을 잔뜩 쌓아두며 풍요로움을 과시하는 풍습이 자리 잡게 됐다.

이제는 그 의미가 희미해지긴 했지만, 오늘날 명절에 먹는 과자처럼 받아들여지는 쌀튀김에 신성한 의미를 담겼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