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공자학원 정조준…“중국 돈 받은 대학은 내역 공개”

한동훈
2022년 06월 16일 오전 9:05 업데이트: 2022년 06월 16일 오전 11:35

영국 정부가 자국 대학에 외국 개인·기관 자금을 받으면 반드시 신고하도록 했다. 중국의 이념 선전기관으로 지목된 ‘공자학원’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영국 하원의 여야 의원 20여 명은 지난 13일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대학·학생회가 7만5천 파운드(약 1억2천만원) 이상 외국 자금을 받으면 감독기관에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외국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차단해 영국 대학의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사실상 공자학원을 겨냥한 조치다.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대학을 보호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이 당파를 초월해 협력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영국 교육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미셸 도넬란 고등교육 담당 부장관은 이날 하원 심의에 참석해 “공자학원은 앞으로 반드시 자금 출처를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넬란 부장관은 명확하게 공자학원을 지목했다.

그녀는 또 “학문과 언론(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위험이 있을 경우, 대학 측에 공자학원과의 제휴를 중단하라고 명령할 수도 있다”며 “영국의 모든 대학은 (중국어 교육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자학원은 운영비 상당 부분을 중국 정부에서 지원한다. 세계 각국 대학들은 장소만 빌려주고 공짜로, 혹은 지원금까지 받으며 학생들에게 중국 언어와 문화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 앞다퉈 공자학원과 제휴를 맺어왔다. 이는 초중고 등으로도 확대됐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도 뒷받침되면서 공자학원은 2020년 전 세계 162개국에 550개 이상이 설립되기도 했다. 영국에는 30여 개가 운영 중이다.

그러나 공자학원은 점차 기피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개정안 공동발의자 중 한 명인 알리시아 컨즈 의원(보수당)은 이달 초 영국 언론에 공자학원이 중국 정부와 강한 커넥션을 맺고 있으며, 중국이 영국에 맞서 중국어 교육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자학원은 교사나 행정직을 모두 중국인들이 맡는다. 현지에서 중국인을 채용하기도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 직접 파견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은 공자학원을 ‘스파이 소굴’로 보고 있다. 영국도 공자학원 자금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중국 자금뿐만 아니라 공자학원은 영국 정부의 중국어 교육 예산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즈 의원이 소속된 영국 하원 내 중국연구모임(차이나 리서치 그룹)이 최근 발표한 영국 내 공자학원 현황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2015~2024년 지출한 중국어 교육 예산은 최소 2700만 파운드(약 421억원)인데, 이 중 대부분을 공자학원이 가져갔다(조사 보고서 링크).

이 보고서는 “영국 내 공자학원의 숫자와 교육 시스템 전반에 걸친 긴밀한 통합은 비슷한 교육기관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공자학원과 중국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로 볼 때 영국은 공자학원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한 공자학원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느낀 학생들은 자기검열을 하게 됐다고 말했으며, 학원의 중국어 강사들도 대만이나 티베트 문제에 대해 발언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음을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자학원 2004년 한국 서울에 세계 제1호점이 설립됐다. 현재 국내 23개 대학에서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