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소법원, ‘중국의 파룬궁 탄압 지원 혐의’ 시스코 재판 재개

에바 푸(Eva Fu)
2023년 07월 11일 오전 11:58 업데이트: 2024년 01월 16일 오후 3:14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제9 연방항소법원이 1심에서 기각된, 중국 정권의 파룬궁 박해에 일조한 혐의로 피소된 거대 기술 기업 시스코시스템즈에 대한 재판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1999년부터 중국에서 박해를 받아온 파룬궁 수련자들이 2011년 시스코와 존 챔버스 당시 최고경영자(CEO), 프레디 청 부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이 회사는 파룬궁 수련자들을 식별·추적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중국 공산당에 제공했다.

연방 항소법원은 2014년에 내린 하급 지방법원의 본안 기각 결정을 뒤집으면서 원고의 재심 청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시스코가 고문, 자의적 구금, 실종 및 초법적 살인과 같은, 이미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국제법 위반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파룬궁과의 투쟁에 필수적인 기술 지원을 (중국 공산당에) 제공했다’는 원고의 주장이 충분히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고 결론짓는다.”

재판부 마샤 버존 판사는 결정문에서 “파룬궁과의 투쟁”에 영단어 대신 ‘douzheng’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는 중국어 ‘떠우정(鬥爭·투쟁)’의 발음을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이다.

양측 간의 싸움이나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이 적으로 규정한 개인이나 집단을 상대로 한 폭력적인 대응에 사용되는 용어다. 대중을 선동하는 의미가 강하다.

버존 판사는 시스코가 중국 공산당 정권의 “인권 박해를 돕고 부추기는(aiding and abetting)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제9연방항소법원. | Justin Sullivan/Getty Images

인권법재단(Human Rights Law Foundation)의 상임 이사이자 원고측 수석 변호사인 테리 마쉬(Terri Marsh)는 이러한 발전이 박해를 억제하기 위한 긍정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에포크타임스에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국의 기업들과 경영진은 중국에서 인권 유린 행위를 하면 반드시 처벌받는다. 그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은 책임지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원고는 중국 웹사이트와 다른 곳에서 발견된 시스코의 마케팅 자료를 인용하면서 시스코가 단순히 중국에 위젯(작은 장치)을 판매하는 상업 행위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중국 기술 시장을 장악하려는 열망에서 반체제 인사들을 (희생의) 목표물로 삼아 마케팅을 펼치고, 시장 접근을 대가로 미국의 기술과 재능이 결합된 종합적인 장치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등 정권의 폭력적인 신앙 탄압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원고가 언급한 시스템은 중국 공안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정보 검열 및 감시 시스템인 ‘금순공정(金盾工程)’이다. 원고는 시스코는 중국 정권이 자체적으로 개발할 능력이 없는 시기에 이 시스템의 핵심 설계 및 제작 지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Oracle OpenWorld) 컨퍼런스에 참석한 존 챔버스 시스코 CEO. | Justin Sullivan/Getty Images

원고에 따르면 시스코는 맞춤형 소프트웨어 외에도 파룬궁 박해를 담당하는 중국 요원들이 그들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그들에게 지속적인 ‘기능 교육’과 ‘기술 교육’을 제공했다.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미국 산호세(San Jose) 시스코는 금순공정용 집적 회로 칩과 같은 핵심 구성 요소를 설계 및 제조했으며, 파룬궁 활동과 개인을 식별·차단·추적·억압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보안 소프트웨어에 파룬궁 고유의 특징(시그널)을  결합했다.”

원고는 그 결과 파룬궁 수련자의 인터넷 활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파룬궁 수련자를 식별, 검거, 고문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이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파룬궁 수련자로 의심되거나 알려진 사람들에 대한 상세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프로파일을 구축함으로써 중국 공안이 전국 어디서나 그들의 위치와 동선을 파악해 검거하거나 신앙을 포기하게 할 수 있도록 했다.

2022년 7월 21일, 파룬궁 수련자들이 워싱턴에서 중국 공산당의 파룬궁 박해 23주년을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미국 시민을 포함한 원고 13명은 모두 ‘금순공정’ 기술을 통해 파룬궁 수련자란 사실과 파룬궁 활동 상황이 발각됐으며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동안 구금돼 고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버존 판사는 기소장에 이렇게 썼다.

“원고들이 구금 및 강제노동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감당한 신체적 고문에는 쇠막대기 구타, 전기봉 충격, 잠 안 재우기, 호랑이의자에 앉혀 놓기, 음식물 강제 주입 등이 포함된다.”

버존 판사는 당국이 금순공정 시스템에 저장된 정보를 고문 기간 동안 정신적 압력을 가하는 도구로도 사용했다고 했다.

버존 판사는 또한 시스코가 공산당의 파룬궁 관련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에 주목했다.

2000년대 초 베이징에서 열린 무역 박람회에서 자사의 서비스가 “파룬궁과의 투쟁(douzheng)에 유용하다”고 했고, 2012년 시스코 교육 세션에서 공산당의 선전선동을 그대로 반영해 파룬궁을 “바이러스”와 “역병”으로 묘사한 것 등이다.

한편, 시스코 관계자는 이에 관한 에포크타임스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