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공특위 “중국 AI 발전 통제해야…기술전체주의 확산 우려”

제니 리(Jenny Li)
2024년 01월 25일 오후 5:44 업데이트: 2024년 01월 25일 오후 6:11

미 하원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공특위)’의 마이크 갤러거(공화당·위스콘신주) 위원장은 지난해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공산당이 자국민을 감시하고 억압하는 등의 악의적인 목적으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고 경고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7월과 10월, 미국과 중국의 AI 전문가들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비밀리에 두 차례 만나 신흥 기술의 위험성과 AI 연구 투자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오픈AI, 앤스로픽, 코히어와 같은 미국 AI 연구기관의 전문가들과 중국 칭화대 및 기타 국책기관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성 정상회의’에 미국, 중국, 영국, 한국 등 28개국이 참여해 ‘블레츨리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 국가는 공동 선언문을 통해 “AI가 잠재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AI 관련 기술이 인간 중심적이며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전기공학자 리지신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I 전문가들은 AI의 잠재적 위험성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기술 개발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언제든 남용될 위험도 존재한다”며 “특히 AI 기술이 정보통신기술과 결합될 경우 그 위험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다. 결국 인류 문명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공산당의 자국민 통제

미 상원의원 17명으로 구성된 초당파적 그룹은 2020년 3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은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해 자국 내 소수민족들을 식별하고, 추적하며,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면 인식 기술은 일반 시민을 감시하는 데도 쓰인다. 2019년 발생한 데이터베이스 유출 사건은 호텔, 공원, 관광지 등 중국 전역에 감시 도구가 설치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리지신은 “중국공산당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아니므로 정권 정당성이 없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권력을 잃는 것”이라며 “권력에 대한 위협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국공산당은 AI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 반체제 인사를 식별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심지어 AI 기술을 통해 당에 대한 충성도를 시험하거나 사상 교육을 하는 데까지 나아갔다”고 덧붙였다.

미 하원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공특위)’의 마이크 갤러거(공화당·위스콘신주) 위원장 | Drew Angerer/Getty Images

감시 기술 수출

중국공산당은 자국민 감시에 사용되는 AI 기술을 외국에 수출함으로써 전 세계 AI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에 기반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짐바브웨, 우즈베키스탄 등 수십 개국이 중국공산당의 도움을 받아 자국 내 대규모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거나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닛케이아시아는 2019년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등이 최첨단 공공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의 논설위원인 아키타 히로유키는 “이런 행위는 중국공산당이 다른 나라에 권위주의를 수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유주의 세계 질서에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민주주의의 길을 걷는다면, 미국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가 수월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질서가 점차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공산당은 외국에서 일종의 직업교육센터인 루반 공방(Luban Workshop)을 운영하고 있다. ‘AI 전문인력 양성 지원’이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친중파 양성소’로 보고 있다.

갤러거 위원장은 “중국공산당과의 AI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며 “이 경쟁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하는 데 중공특위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공산당은 AI 기술을 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이를 좌시할 경우 기술 전체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으며, 결국 그 끝은 디스토피아”라고 경고했다.

또한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통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자유 세계가 AI 규칙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인공지능 지수 보고서 2023’을 통해 “AI는 머지않아 한 국가의 경제력, 군사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중국은 AI 기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미국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주요 AI 언어 및 복합 모델을 개발했다. 그 반면에 중국은 2022년 기준 머신러닝 시스템 3개를 개발하는 데 그쳤다.

미국은 AI 기술에 대한 민간 투자에서도 중국을 앞서고 있다. 2022년 미국 민간 투자자들은 474억 달러를 유치했는데, 이는 중국의 약 3.5배에 달하는 규모다. AI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 규모도 미국이 중국보다 3.4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대중(對中) 수출 통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의 대미(對美) 수출을 제한하는 등 ‘자원 무기화’로 맞불을 놓고 있다.

리지신은 “중국공산당은 자국민의 개인 정보를 임의로 수집하고 오용하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AI 산업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이런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따라서 기술 기업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는 자국민의 사생활에 접근해 AI 학습을 위한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중국의 감시 및 검열 기술이 다른 나라보다 뛰어난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