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종교자유위, 정부에 ‘미국 내 中 영향력 확대’ 대응 촉구

프랭크 팡
2024년 01월 9일 오후 1:47 업데이트: 2024년 01월 21일 오후 7:35

미국의 초당파적 연방기관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가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악의적 영향력에 대응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했다.

USCIRF는 지난 5일 중국의 영향력 확대, 기술 및 종교 자유에 관한 미국 정부 정책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미국 내 초국가적 탄압(해외 거주 자국민 억압)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보고서는 “중국 정권은 미국에 거주하는 위구르족, 티베트인, 기독교인, 파룬궁 수련자, 반체제 인사 등 중국과 관련된 사람들을 추적하고 괴롭히며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 친중파 시위대의 폭행 사건이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당시 친중파 시위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반대하는 반중 시위대를 폭행했다. 이 사건에 중국 영사관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자, 미 의회 의원들은 중국공산당의 초국가적 탄압을 공식적으로 ‘범죄화’하고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비밀경찰서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이 초국가적 탄압의 일환으로 세계 각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비밀경찰서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비밀경찰서는 미국,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일본 등 전 세계 최소 53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지난해 4월 미국 뉴욕에서 비밀경찰서 운영에 관여한 남성 2명이 체포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의 파룬궁 탄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불가(佛家) 전통에 뿌리를 둔 영적 수련법인 파룬궁은 1992년부터 중국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중국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파룬궁 수련자의 수는 7000만 명에서 1억 명 사이로 추산됐다.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은 파룬궁의 인기를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1999년 7월 파룬궁에 대한 대규모 탄압 및 박해를 지시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인 파룬따파 정보센터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의 탄압으로 인해 파룬궁 수련자 수백만 명이 교도소, 강제 수용소 등에 구금됐으며 그중 수십만 명이 고문을 당했다.

이 센터의 사무총장인 레비 브라우드는 지난해 9월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에 관한 미 의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증언에서 “미국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파룬궁 수련자들이 중국공산당 관련자들에 의해 감시당하거나 검열당한 사례를 보고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USCIRF 보고서는 이와 같은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 정부는 국제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중국 정권의 초국가적 탄압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악의적 영향력

아울러 보고서는 “미국 정부는 미국 정치판을 노리는 중국의 악의적 영향력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공산당은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미국의 정책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교활한 형태의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특히 중국은 미국의 전직 국회의원, 정부 고위관리 등을 자신들의 ‘로비스트’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영상 감시 장비 제조업체 ‘하이크비전’을 그 예로 들며 이 업체의 로비스트 가운데 전직 미 의원도 포함돼 있음을 폭로했다.

하이크비전은 중국공산당의 위구르족 탄압을 지원한 혐의로 2019년 10월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추가된 중국 기업 중 한 곳이다.

또한 미 국방부는 2020년 하이크비전을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중국 기업 목록에 추가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도 2021년 이 업체를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으로 지정했다.

USCIRF 보고서는 “미 의회는 외국 로비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중국공산당 등 적대 세력의 로비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이런 종류의 악의적 영향력에 대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