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 “中, 중앙집권 강화…경제 개방 신호는 허풍”

정향매
2023년 12월 6일 오후 11:19 업데이트: 2023년 12월 7일 오전 12:17

시진핑 집권하에 중국 공산당은 중앙집권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의 ‘경제 개방 신호’는 허풍이라는 저명 학자의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달 28~29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3년 만에 ‘경제수도’ 상하이를 방문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중국 당국의 경제 회복 계획을 공개했다. “중국 당국의 개방 가속화 중요 신호”라는 중국 학자들의 분석과는 달리 쉬청강(許成鋼)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 경제·제도 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시진핑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 회복이 아니라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중국 당국의 이른바 ‘경제 회복 계획’에 대한 불신을 표했다. 홍콩대 명예교수인 그는 2012년 중국 최고 경제학자상을 받았다.

쉬 교수는 지난 4일, 국립대만대학에서 ‘중국의 전체주의 체제와 그것의 기원’을 주제로 한 연설 중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쉬 교수는 2019년 홍콩에서 발생한 중국 송환 반대 운동 당시 중국 당국의 반응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홍콩은 국제 금융 중심이었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경제 발전에 관심이 있는 한 홍콩 문제를 신중하게 다룰 것이라고 국내외 사람들은 판단했다. 홍콩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유지할 수 없으면 대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당국의 집권에 도전한 게 아니라 홍콩을 통제하는 방식에 반대했을 뿐이지만, 중국 당국은 홍콩의 민주화운동을 가차 없이 탄압했다. 홍콩의 경제 침체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년간 일련의 정책을 만들어 민간 기업을 억압했고, 그 결과 중국 경제는 나날이 침체하고 있다. 쉬 교수는 중국이 현재 직면한 어려움은 여러 문제가 누적된 결과라고 했다. “경제, 금융, 재정 위기가 확대되자 그제야 위기 탈출 수단을 채택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면서도 “관료들이 혜택을 아무리 많이 제공해도 정부에 대한 민간 기업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중국 지방 정부들의 부채는 급증하고 있고, 다수 부동산 기업도 부채로 인해 잇따라 부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먼저 부동산 업체 부도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토지·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무엇을 해도 도움이 안 된다. 이제 중국 공산당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태지만,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동양은 번영하고 서방은 쇠퇴한다’는 판단은 ‘오판’ 

쉬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유에 대해 “이는 시진핑의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짚었다. 

쉬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전제주의 국가이며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 당이 국가를 통제하고 사회의 모든 측면을 지배한다. 중국 공산당은 당으로부터 독립된 조직, 집단, 재산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다. 당국은 사회 모든 재산을 소유하거나 통제할 수 있고, 사유 재산을 박탈할 수 있다. 공산당 간부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인권을 누릴 수도 없다. 

중국식 전체주의의 특징은 권력의 일정 부분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이다. 즉, 지방 정부는 행정권, 자원 분배 권한을 행사하지만, 정책 제정·인사·이념 통제 권한은 여전히 중앙 당국이 갖고 있다. 

쉬 교수는 “전체주의는 문제로 가득 차 있지만 중국 공산당은 권력을 지방 정부에 일부분 배분함으로써 막대한 힘을 얻었다”며 “시진핑은 이러한 힘을 믿고 이른바 ‘동양은 번영하고 서방은 쇠퇴하고 있다(東昇西降)’는 착각을 하게 됐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이니셔티브를 통해 전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은 지방 행정 권력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지방 정부의 권력을 점점 제한하고 있다. ‘무능함’의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체제 내 엘리트층 공감대 형성이 中 공산당 붕괴 조건” 

시진핑의 중앙집권 강화로 인해 중국 지방 공무원들은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속에서 중국 역사의 맥락과 옛 소련 붕괴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 공산당 붕괴 시점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쉬 교수는 “전체주의 체제는 ‘매우 폭력적인 전면 통제’가 특징이다. 체제 내 사람들의 소극적인 저항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쉬 교수는 “예를 들면 북한은 극심한 빈곤에 처해 있음에도 폭력 정권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최악의 상황이다”라며 북한 정권이 연명할 수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마르크스주의 역사적 유물론을 신봉했던 옛 소련 지도자들은 선진적인 제도를 갖춰야만 경제 성장에서 다른 나라를 앞지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경제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낮은 것은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20년간의 개혁 끝에 옛 소련 사회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기존 체제는 개혁할 수 없고, 포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래서 옛 소련의 전체주의 체제는 무너졌다.” 북한 엘리트들 사이에는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의 통치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쉬 교수는 “중국 공산당 고위층과 사회 엘리트층 사이에서 ‘전체주의 체제를 끝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지 외부 사람들은 알 수 없다”며 “중국 공산당의 붕괴 시점은 제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