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미국 대선 별 관심없는데, 중공 관영언론은 왜 열심히 보도하나

중위안(鍾原)
2020년 10월 27일
업데이트: 2020년 10월 27일

선호 후보 전망 기울자, 美 금권정치 비판으로 전환
민주주의·선거제도 흠집내고 사회주의 선전에 집중
외국 정치부패 비난할수록 중공 고위층 부패도 부각

 

미국 대선은 중국 공산당(중공)에도 큰 관심사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중공은 미국 대선 과정을 주시했다. 대선 결과가 정권의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중공은 사상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트럼프는 경제, 군사, 외교, 교육 등 전 방면에서 강경 정책으로 중공을 압박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대선을 앞둔 중공 관영언론들의 태도다. 언뜻 생각하면 중공은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의 승리를 원할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에서도 그렇게 관측해왔다.

실제로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인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 시절, 중공에 유화적인 정책을 주도했다. 그는 “중국의 발전이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올봄 중공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신문인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장은 “중국에 진정으로 바람직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중국에 강경한 정책을 펴겠지만 바이든은 국제적 연대로 중국을 압박하고, 트럼프는 단독주의이기 때문에 바이든이 더 힘든 상대라는 게 골자였다.

이에 대해서는 ‘본심 감추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중 여론이 고조된 미국을 상대로 ‘중국이 원하는 후보’인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유도하는 연막작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미 국가방첩안보센터(NCSC)의 윌리엄 에버니나국장은 의회 보고에서 “중국 정부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명확하게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막상 대선이 다가오자 중공도 더는 본심을 감추기가 어려워진 모습이다. 관영매체의 보도에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 10월 23일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은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극장에서 중공 바이러스 팬데믹 억제 정책을 밝히고 있다. 이날 공화당 후보 도널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2차례 현장 유세를 벌였다. | Drew Angerer/Getty Images

미 대선을 보도하는 신화통신의 초조한 기색

중공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며칠 동안 내놓은 미 대선 기사에서 선거 유세 현장 사진을 한 장도 싣지 않았다. 지난 24일 ‘자신에게 사전투표한 트럼프,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 힘을 쏟는 바이든’(综述:特朗普提前投票给自己 拜登发力“摇摆州”宾州)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대선 막판 경합주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둘의 유세 방식은 크게 다르다. 트럼프는 현장 유세, 바이든은 방송 인터뷰 등 실내 활동 위주다.

신화통신은 “나는 트럼프라는 사람에게 투표했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트럼프가 경합주 4곳을 마라톤식 선거 운동에 나섰다고 했고, 바이든에 대해서도 같은 날 두 차례의 ‘드라이브 스루’ 선거 유세를 벌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 사진은 없었다. 신화통신은 미국 선거의 실상을,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트럼프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더더욱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또한 기사는 바이든의 ‘이메일 스캔들’은 물론 그가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는 점마저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16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 동안 바이든 캠프가 5430만 달러(약 613억원)의 비용을 들여 TV와 라디오 광고를, 트럼프 캠프는 약 2100만 달(약 237억원)러의 광고를 각각 내보냈다”며 미 대선을 ‘돈 태우기 게임’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이제 선거 판세보다는 미국 정치권의 부패나 민주주의 선거제도의 단점 부각으로 보도 초점을 옮기는 모양새다.

신화통신은 25일자 기사 ‘미국 선거의 배후에는 돈과 정치가 결탁하고 있다(美国选举背后的金钱与政治勾连)’는 민주주의 흠집내기라는 방향성을 더 극명하게 드러냈다.

기사는 “금권정치는 이미 미국의 심층적인 문제가 되었고, 그 부정적 영향은 광범위하게 깊어지고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당선된 13명의 미국 대통령 중 트루먼 한 명만이 순자산 100만 달러 미만이었고 나머지 12명 중에는 천만, 억만장자도 적지 않게 있다”고 전했다.

미국 선거 배후에 있는 돈과 정치의 유착을 비난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현 중공 지도부인 19기 중앙위원들과 비교하면 신화통신이 지적한 “천만, 억만장자”는 부끄러운 수준일 것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중공 중앙위원 204명과 후보위원 168명의 재산이 중국 전체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몇 퍼센트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 중공 관리 가운데 프롤레타리아(노동자 계급)는 한 명도 없다.

이들은 저마다 돈방석에 앉아 자신들은 믿지도 않는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를 매일같이 대중에게 외치며 “중국의 프롤레타리아를 대표한다”고 외친다.

신화통신 기사 ‘미국 선거의 배후에는 돈과 정치가 결탁하고 있다’(美国选举背后的金钱与政治勾连) | 신화통신 화면 캡처

신화통신 보도에 담긴 ‘민주주의’에 대한 적개심

신화통신은 “돈에 집착하는 것이 우리(미국) 정치 체제와 일상생활에서의 가장 큰 폐단”이라는 한 미국인의 말을 인용해 미국 대선이 불공정하다고 전했다.

선거는 부정부패로 얼룩지기도 하지만, 민의를 대표해 일할 봉사자들을 뽑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신화통신 기사는 비록 미국인을 내세웠지만, 정권이 품고 있던 민주주의, 민주적 제도에 대한 적개심을 대신 드러냈다.

중공은 이번 미국 대선에 깊게 관련된 일부 정치인에게 거액의 사업 기회를 제공했음이 미국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선거 막판 터져 나온 이슈에, 중공은 다 된 밥에 재를 빠뜨린 꼴이 됐다.

원칙대로 승부에 임하는 선수는 묵묵히 최선을 다할 뿐이지만, 몰래 반칙한 선수는 도둑이 제 발 저린 식으로 더 반발하기 마련이다.

중공은 중국에서 늘 하는 방식대로 뇌물과 부정부패, 포섭으로 목적 달성을 꿈꿨지만, 좌절이 현실화하면서 모든 것이 부당하게 보일 법하다. 독재정권이 민주사회에 가진 일관된 적개심을 드러낸 것이다.

중공은 200만명 이상 군대와 150만명의 무장경찰을 거느리고도 맨주먹으로 맞서던 홍콩 시민들을 두려워했다.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을 강행한 이유가 그것이다. 자유와 민주의 목소리는 독재정권을 두려워 벌벌 떨게 만든다.

지난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미원조 70주년’ 기념식에서는 6·25전쟁 참전을 “미국의 침략에 맞선 전투”라며 결사항전의 정신 계승이 강조됐다.

미국의 강력한 민주주의는 홍콩 시민들보다 더 무섭다. 중공이 전쟁을 외치는 것은 두려움이 극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홍콩 범민주 진영이 지난 7월 12일 실시한 입법회 예비선거의 투표장 앞에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유권자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사회주의 우월성 선전하는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25일자 기사에서 미국 사회의 빈부격차를 지적하며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과시하려 했다. 심각한 자가당착이다. 중국 사회의 빈부격차는 심각한 지경이다.

중공은 정권수립 71년이 지났지만, 수천만 명의 빈곤퇴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리커창 총리는 “6억 명의 월평균 소득이 1000위안(약 16만원)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중공의 권력자들은 중국 최대의 재산을 차지하고도 자국의 빈부격차에 관심 없다. 미국의 빈부격차를 지적하는 관영매체 기사는 그저 미국 내부의 갈등을 조장해 어부지리를 노리려는 것이다.

사실 대다수 중국인은 미 대선에 별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중공 관영매체는 왜 대선 보도에 열을 올릴까.

위챗 등 중국산 메신저 앱을 통해 미국 내 중국인들에게 당의 입장을 전달하고 알려 이에 따르도록 하고, 미국 내 중국 매체들과 중국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는 정치인과 기업에 움직임을 재촉하기 위함이다.

중공 그 자신은 정권과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지만,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는 미국 사회의 자유를 마음껏 이용하며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내에서는 중공에 대한 견해와 목소리가 엇갈렸지만, 이제는 바이든 후보마저 대중 강경책을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미국인들의 목소리는 점차 하나로 모이고 있다.

미국 대선 보도에 중공 관영매체가 일희일비하며 매달리는 또 다른 이유다.

위 기사 내용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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