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합동 훈련서 ‘적국=中’ 명시…대만 “中 풍선 1월에만 57개 발견”

황효정
2024년 02월 5일 오후 5:51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후 7:32

중국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57차례 대만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실시하는 연례 군사훈련에서 가상 적국을 ‘중국’으로 설정했다. 적국을 중국으로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일(현지 시간)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픈 소스 정보 연구원인 데미안 사이먼은 대만 국방부 공개 자료를 인용,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사이먼 연구원은 “하루에 최대 5~6개의 중국 풍선이 대만 영공에 진입했다”면서 대부분이 대만 북부 외해 공역을 지나갔고 일부분은 대만 본섬 상공을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의 쑤쯔윈 연구원은 “중국이 풍선을 이용한 ‘영향력 작전’을 펼치는 데에는 중국군이 대만해협 주변뿐만이 아닌 대만 상공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목적의 심리전”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더해 국방안전연구원 산하 중공정치군사작전개념연구소 커융썬 연구원은 중국 풍선의 비행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고, 이와 함께 점점 더 대만 본섬에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성층권 작전부대’ 설립을 통한 ‘제5 군종’을 창설하는 행보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그뿐만 아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대만군은 대만 주변 공역 및 해역에서 중국군 군용기와 군함을 각각 총 301대, 136척 포착했다.

조종사가 찍은 중국 정찰풍선 사진 공개한 美국방부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지난 1일부터 오는 8일까지 시뮬레이션 형태의 ‘킨 에지’ 훈련을 실시하며 해당 훈련에서 적국을 중국으로 정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양국은 훈련에 있어 가상 적국 명칭을 사용해 왔다.

교도통신은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군사훈련에서 방침을 바꿔 적국을 중국으로 명시한 것은 양국의 강한 위기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호주군도 이번 훈련에 처음으로 참가, 대만 유사시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을지 미·일 양국과 함께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훈련 성과를 반영해 올해 안으로 대만 유사시에 관한 정식 작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내년쯤에는 부대를 실제로 운용하는 군사훈련을 실시, 작전계획의 유효성을 검증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