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협 대비 태세 갖추는 美…“中, 美와의 직접 경쟁 능력 확보”

황효정
2024년 03월 12일 오후 3:55 업데이트: 2024년 03월 12일 오후 4:24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현 단일 패권국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11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이 미국에 대한 직접적 경쟁자로서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미국 정보 당국의 분석이 제기된 가운데, 같은 날 미 행정부 또한 국제 인프라 건설 및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 등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위한 다양한 계획안을 공개했다.

미국의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은 11일 연례 위협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은 미국 및 동맹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위협할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는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미국과 동맹 사이에 균열을 야기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국제 규범을 바꾸려 시도할 것”, “무엇보다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을 압박할 것이며 이는 미국과 중요한 마찰점이 될 것” 등의 전망이 담겼다.

특히 “2024년 대만 총통 선거 이후 중국은 장기적 양안 통합을 위해 대만에 대한 경제 및 군사적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대만은 미중의 중요한 갈등 지점이며, 중국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 증가에 대응해 한층 강력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담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가정보국은 “중국은 2035년까지 군을 완전히 현대화하고 2049년에는 인민해방군을 세계 수준의 군대로 변모하고자 한다”며 “그럼에도 중국은 최근의 전투 경험이 부족하며, 이는 군 전반의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미국 사회에서의 악의적 영향력 확대와 관련, “중국이 생성형 인공지능 등을 이용해 한층 정교한 수준의 영향력 행사를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는 자료 사진. 작년 7월 부산에 기항한 미 핵잠수함 켄터키함|연합뉴스

해당 보고서가 발표된 이날 미 국방부는 국가안보전략상 경쟁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예산을 대폭 반영한 2025회계연도(2024년 10월~2025년 9월) 국방예산안을 제시했다.

국방부는 대만에 대한 ‘대통령 사용 권한(PDA)’용 예산 5억 달러(6565억 원)를 처음으로 예산안에 포함했다. PDA는 미 의회의 허가가 없어도 미국 대통령이 미군이 보유한 무기 등 군 물자를 이전할 수 있는 권한으로, 보다 빠르게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억제력 강화를 위한 태평양 억제력 이니셔티브(PDI) 예산으로 이전보다 증액한 99억 달러를 배정했다. 미 육군 또한 이번 회계연도 동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년보다 2개 많은 총 11개의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 밖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핵잠수함을 비롯한 소위 3대 핵전력의 현대화에도 더욱더 박차를 가하고 인공지능(AI) 무인 자율 무기체계 도입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예산을 지출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국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요청은 더 공격적으로 위협을 제기하는 중국에 맞춰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우리의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는 미국이나 동맹·파트너 국가에 대한 침략을 억제하는 데 더 나은 태세를 갖추게 될 것이며 필요시 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연합뉴스

중국을 겨냥한 방침을 내놓은 것은 미 국무부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미 국무부는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며 향후 5년간 국제 인프라 건설 구상을 공개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응하는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인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설립 구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브리핑에서 리처드 베르마 국무부 운영·재정 담당 부장관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총 4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 40억 달러 중 국제 인프라 투자를 위해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가 사용된다. 베르마 부장관은 “중국의 해외 인프라 건설에 맞서 신뢰할 만한 ‘대안’을 제공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에 따르면, 인프라 건설 투자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20억 달러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파트너 국가들과의 경제적 파트너십 강화 등을 통해 중국에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게임 체인징(game changing)’ 투자에 쓰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