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용무’ 끝난 공자학원, 명칭 바꿔 유지” 美 보고서

남창희
2022년 07월 10일 오후 4:25 업데이트: 2022년 07월 18일 오후 6:47

전미학자협회 보고서…미국 내 118곳 중 104곳 폐쇄
절반은 대학과 관계성 유지하며 간판 바꿔달기 시도
공자학원 문닫아도 초·중·고교 중국어 수업은 그대로
보고서 “공자학원 근절하려면 자금줄 투명하게 해야”

중국 당국 주도로 해외에 설치된 교육시설 ‘공자학원’이 최근 중국 공산당의 침투에 대한 각국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줄이어 폐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공자학원은 겉으로는 철수한 것처럼 위장하고 명칭만 변경해 계속 운영 중인 것으로 미국 비영리단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 학자·교수들로 구성된 보수단체 ‘전미학자협회(NAS)’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 <공자학원 그 이후(After Confucius Institutes)>에 따르면 미국 내 대학에 설치됐던 공자학원 총 118곳 중 104곳이 폐쇄됐거나 폐쇄될 예정이다.

하지만 58개 대학은 공자학원과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28개 대학은 문 닫았던 공자학원을 유사한 다른 교육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12개 대학은 공자학원을 대체할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다.

폐쇄됐던 공자학원 5곳은 제휴 기관(대학)만 바꿔 다른 대학에서 운영 중이다.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s)’이라는 명칭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NAS 보고서는 미국 대학이 폐쇄를 결정하면, 공자학원 측은 유사한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학은 주로 중국 대학과 자매결연 형식으로 공자학원을 도입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나 지방정부, 정부 기관의 자금을 지원받는다.

공자학원을 폐쇄하면 이 자금을 되돌려줘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 대학이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의 자금을 중국에 반납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자매결연한 중국 대학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공자학원을 재설치하고 있다.

NAS 보고서는 공자학원 직원들이 그대로 대체 기관으로 옮겨 근무하고 있으며, 교재와 자료도 그대로 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자학원이 문을 닫더라도 인근 초·중·고등학교와 연계해 진행하는 중국어 교육 수업인 ‘공자학당’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했다.

이러한 ‘브랜드 교체’가 공자학원의 생존 수법이며, 이는 중국 공산당이 과거 공자학원 운영기관을 교체한 방식과 동일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지난 2020년 중국 공산당은 공자학원이 스파이 기관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치솟자, 공자학원 운영기관을 교육부 산하 ‘국가한반’에서 민간단체인 ‘중국어 교류·협력센터’로 변경했다.

그러나 주요 책임자들은 여전히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와 밀접한 인사들로 채워져 간판만 바꿔 달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NAS 보고서는 미국 대학 등이 공자학원과 제휴할 때 ▲’비밀유지 계약서’에 서명해야 하고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금액을 비밀로 해야 하며 ▲교재는 중국 것을 쓰고 ▲정치적 이슈에 대해 언급하지 말 것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와 무관한 순수 중국 문화·언어 교육기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2020년 8월 미국 내 공자학원을 ‘외국정부대행기관’으로 지정했다. 교육기관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기관으로 본 것이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공자학원을 “미국 대학과 초중고 교실에서 중국의 국제적 선전과 악의적 영향력 행사 활동을 뒷받침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최고 수뇌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리창춘(李長春)은 재임 중이던 지난 2007년 4월 “중국 대외 선전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2018년 <중국의 해외 통일전선 공작'(China’s Overseas United Front Work)> 보고서에서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부와 오랜 기간에 걸쳐 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자금을 지원받고 있으며, 교재 비용과 교사 인건비 등은 공산당이 내는 돈으로 지급된다. 미국 상원 조사위원회는 2019년 2월 중국 공산당이 2006년 이후 미국을 거점으로 하는 공자학원에 1억58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NSA 선임연구원 레이철 피터슨은 공자학원에 따라붙는 말은 ‘성공’과 ‘경고’라고 했다.

피터슨 연구원은 공자학원을 건축용 발판에 비유했다. 그녀는 공자학원을 퇴출시킨 것은 성공적이지만, 이미 중국 공산당이 ‘영향력 공작’이라는 건물을 완공하면서, 더 이상 공자학원이란 발판은 쓸모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쓸모없어졌다고 버리는 대신 이름을 바꿔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NAS 보고서는 공자학원 폐쇄 결정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반응이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처음에는 그 충격에 격분했지만 점차 유감을 나타내는 식으로 차분해지면서 대체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형태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일부 비영리단체가 ‘브로커’ 역할을 하며 공자학원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공자학원 대책으로는 공자학원 혹은 유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국 내 대학 등 교육기관에 공적 자금 지원을 제한하고 외국인의 투자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보고서는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