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규주택 가격 하락 8개월째…당국, 은행에 대출 확대 압력

강우찬
2024년 03월 27일 오후 8:32 업데이트: 2024년 03월 27일 오후 9:32

은행들, 정부 촉구에도 부실 우려에 신규 대출 기피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이 8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은행들은 현금이 부족한 부동산 개발 업체에 대한 대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은행의 재무 압력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규제당국은 부동산 시장의 전례 없는 유동성 경색을 완화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규 ‘화이트 리스트’ 파이낸싱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이미 위기를 맞은 부동산 부문에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화이트리스트’ 프로그램은 1조 5천억 위안(약 278조 9800억원)의 신규 자금을 국유 및 민영 개발 업체에 대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주요 은행은 대부분 정부의 거듭된 촉구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부문에 대한 대출 확대를 기피하는 모습이다. 관계자들은 “은행들이 주로 기존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부동산 분야 신규 대출을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지난주 규제 당국은 ‘올해 6월 말까지 화이트리스트에 있는 모든 대출의 승인과 지급을 완료하라는 지침을 각 은행에 내렸다’며 신규 대출 속도를 높이도록 재차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은행들이 정부와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은 부동산 시장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부동산 분야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수익성 압박에 직면한 은행들이 손실을 입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롱아일랜드 이코노믹스의 중국 연구 부국장인 크리스토퍼 베더는 “은행들은 손실 가능성을 알고 있지만, 전적으로 결정권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당국의 압력에 굴복해 부실한 부동산 기업들에 대출을 해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개발업체 자금조달 제한 조치 해제 등 부동산 시장 지원책을 내놨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투자와 신규 건축 착공은 각각 전년 대비 9.6%, 20.4% 감소하며 경제 활동 재개 이후 오히려 위축되는 형세를 나타냈다. 중국 100대 개발 업체들의 지난달 신규 주택 판매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4%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