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방수’ 왕치산, 침묵 깨고 무역전쟁 개입하나

Zhou Xiaohui
2018년 9월 4일 업데이트: 2019년 10월 26일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8월 24일 왕치산 부주석은 중남해에서 일·중연합회 의장과 자민당 중의원 노다(野田)가 이끄는 일·중연합회 대표단을 만났다. 주목할 점은 중국 관영매체가 왕치산의 발언 가운데 “중-일 관계 발전을 기대한다”는 말만 보도했을 뿐, 그 외에 그가 적극적으로 전하고자 한 소식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토통신’은 왕치산 부주석이 일본 대표단을 만났을 당시,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중 무역 마찰에 대해 공개적으로 처음 견해를 표명했다면서 “왕치산은 ‘미·중 간에 마찰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것이며, ‘무역전쟁’이 아니라 ‘마찰’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정세와 배경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왕치산은 미·중 무역 문제에 있어서 줄곧 침묵을 지켜왔고, 일부에서 예상했던 대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지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왕치산이 예상외 태도를 보인 것은 일본을 통해 외부 세계, 특히 미국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지난 5년 동안의 반부패 운동으로 인해 형성된 왕치산과 시진핑 사이의 특별한 관계에 기반한 것으로, 단지 개인의 생각을 피력한 것이 아닐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왕치산이 외부의 여러 가지 추측에 답하는 모양새로 자신이 중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있어 멀리 있지 않으며, 배후에서 미국 내 정세와 배경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었음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가 암시하는 말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내가 무대 앞으로 나가든 막후에 있든, 미중 관계에 대한 나의 개입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것은 해외 언론이 공개한 한 가지 사실과 일치한다. 중국공산당 제19차 당대회 전에, 왕치산은 미국 금융계 엘리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물었다. “트럼프 현상은 우연한 것인가, 아니면 추세인가?” 이것은 그가 트럼프의 역할과 배경에 관심이 있으며, 그가 부주석으로 취임한 후 6개월 동안 이 문제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였음을 보여준다. 비록 왕치산이 공개 석상에서 미·중 무역 문제에 많이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왕치산이 미·중 무역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경제 관료 출신에다 미국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왕치산은 미국 경제 사회 정치에 관해 두루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정재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왕치산은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전 재무장관인 헨리 넬슨(Henry Nelson)과 티모시 찬(Timothy CHAN) 등 미국 정치인들과 장기간 친분을 맺고 있으며, 미국 상업계에도 두터운 인맥이 있다.

또한, 2008년 왕치산이 원자바오(温家宝) 내각에서 부총리를 맡았을 때 담당한 것이 금융과 무역이었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매우 지적이고 패기가 있는 인물이며, 사업에 무척 밝다는 점을 인정한다. 미·중 무역에 정통한 왕치산의 조언은 당연히 고위층의 관심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맥락에서 미·중 무역전쟁을 살펴볼 때 왕치산은 현 상황에서 도리에 맞지 않는 쪽은 베이징이란 사실과 트럼프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 즉, 베이징은 WTO 규정을 준수해 공평하고 공정한 양자 무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무역 전쟁이 지속될 경우, 베이징이 직면하게 될 위기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나 중국 고위 정치권의 일원으로 오랫동안 물든 만큼, 왕치산의 말과 행동이 꼭 자신의 뜻과 같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왕치산의 태도를 다시 살펴보자.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우리의 직관적인 판단은 다음과 같다. 왕치산이 ‘무역 전쟁’이 아니라 ‘무역 마찰’로 보는 견해는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가 ‘무역 전쟁’을 입에 달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는 관영 언론이 의도적으로 이 내용을 빠뜨렸거나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왕치산의 말은 세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마찰을 강조하면서 무역 전쟁을 약화시키고, 점차 긴장되는 양국 관계를 완화해 향후 협상, 특히 트럼프와 시진핑의 협상이 가능하도록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중 마찰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예상치 못한 일도 아니고 별일도 아니며, 베이징이 이를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왕치산의 말에는 ‘중국과 미국 간의 분쟁은 본질적으로 세계 제1 대국과 제2 대국의 게임이다. 단지 트럼프 행정부가 이 복잡한 게임을 무역 분쟁을 계기로 점화했을 뿐’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당시 왕치산의 구체적인 발언, 맥락 및 분위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세 가지 해석 모두 가능할 수 있지만, 특히 그 중 마지막 해석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베이징에 대해 좀 더 강경한 대미 정책을 펴도록 이끌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6월 1일 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기업 임원들과 여러 글로벌 기업 총수들이 3월 말 왕치산과 만났을 때 그들은 왕치산으로부터 미·중 무역 분쟁에 대한 심각한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즉, 긴장이 고조되면 안전벨트를 잘 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미국 회사가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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