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위기에 ‘새 해법’ 모색…계획경제 회귀하나

박숙자
2024년 02월 23일 오전 11:27 업데이트: 2024년 02월 23일 오전 11:27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 조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는 ‘새로운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과거 계획경제 모델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국가대표팀’으로 불리는 국영 펀드를 동원해 부동산 부문에서 민간 기업을 압박하는 동시에 ‘보장성 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중국 당국이 내세우고 있는 부동산 부문의 ‘새로운 모델’과 일치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경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중국 당국의 부동산 시장 살리기 위한 2대 계획

홍콩고등법원이 지난달 29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에 청산 명령을 내렸다. 헝다는 현재 2조4000억 위안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중국 매체에 따르면 헝다의 미완공 주택은 2000여만 채에 이른다. 따라서 중국 당국이 헝다가 남긴 이 골칫거리를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헝다그룹을 비롯한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급속도로 부동산 시장을 장악하고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엄청난 부채 거품을 만들어냈다. 이제 이것이 베이징의 골칫거리가 됐다.

WSJ은 지난 16일 보도에서 시진핑이 부동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고 민간 부문을 견제하는 새로운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가 문제가 된 민간 개발업체의 부동산 프로젝트를 인수해 주택으로 개조한 뒤 정부가 임대하거나 매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가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을 위해 ‘보장성 주택(저가형 서민 임대주택)’을 더 많이 건설하는 것이다. 시진핑의 목표는 현재 전국 주택 재고의 5% 수준에 머무는 보장성 주택을 30%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 같은 계획은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장성 주택과 관련해 정부 당국이 지난해부터 자주 언급해 왔다. 시진핑은 지난해 12월 주재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부동산 리스크 해소뿐만 아니라 부동산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회의 관련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이 모델은 국가가 제공하는 보장성 주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무원 14호 문건에 따르면, 초보적인 계획은 향후 5년 안에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인구 300만 명 이상의 35개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보장성 주택 600만 채를 건설하고 점차 ‘보장성 주택+분양주택’의 투트랙 시스템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보장성 주택은 당국이 추진하는 ‘3대 공정’ 건설안에도 포함된다.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30~31일 열린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 ‘3대 공정’ 건설안을 제시했다. △보장형 주택 건설 △성중촌(城中村·도시 외곽에 이주민이 모여 만든 환경이 열악한 주거지구) 개조 △평급양용(平急兩用·평상시에는 관광과 요양 등의 목적으로 활용하고 비상시에는 응급 시설로 활용) 공공인프라 구축 등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중국국가개발은행(CDB)은 푸젠성 푸저우시 솽룽신쥐(雙龍新居) 보장성 주택 프로젝트에 2억2천만 위안의 한도대출(펀드파이낸싱)을 제공하기로 하고 첫 대출금 1000만 위안을 지급했다.

재미 시사평론가 차이선쿤(蔡慎坤)은 지난 16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민간 기업이 주도하던 부동산 시장의 호황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토지재정 모델이 더 이상 실행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기업은 막대한 부채를 남겨 놓았고, 이 골칫거리를 결국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며 “이를 처리하지 못하면 사회 불안으로 이어져 정권 안정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결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을 통제하던 계획 경제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분명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 살리려면 100조 위안 필요 

왕궈천(王國臣) 대만 중화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16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계획과 관련된 자금 조달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첫 번째 계획에 따라 중국 전체 민간 부동산 기업의 재산권을 인수하거나 민간 기업의 부채를 처리해 주택 시장을 구제할 경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위 10개 부동산 회사의 부채만 해도 10조 위안에 달하고, 상위 50개 부동산 회사의 1년 유동성 부채도 약 10조 위안에 달한다. 정부가 이들 부동산 회사를 전부 인수하려면 적어도 100조 위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중국 정부가 이 많은 돈을 찍어내거나 부동산 부채를 떠안을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왕 연구원은 두 번째 계획은 불필요하다고 봤다. 당국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주택 공급이 이미 과잉인 데다 인구도 줄어들고 있어 추가로 재정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2020년 부동산 위기에 대응해 ‘2020년 노후주택 개조 계획’을 시작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국유 시중은행이 주택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도록 유도하고, 국유 시중은행은 개발업자들이 노후 주택을 사들여 새 주택을 더 지을 수 있도록 대출을 제공했다. 이는 부동산 수요를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됐지만 주택 공급 과잉을 악화시키기도 했다.

왕 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두 가지 계획은 재정적 부담을 가중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계속 미뤄질 것이고, 두 번째 계획은 지난해부터 언급돼 왔기 때문에 반드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의 새로운 주택 전략을 베이징 당국이 ‘국가대표팀’을 동원해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증시를 떠받치려는 시도와 비교하기도 한다.

왕 연구원은 “이른바 국가대표팀은 지난 수년 동안 매우 바빴다”며 “중국 당국이 1년에 사용할 수 있는 은행 자금은 약 10조 위안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제 은행은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채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부채, 중앙정부의 특별 국채,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자금, 그리고 주식 시장을 지탱하기 위한 자금 등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왕 연구원은 “1~2년 안에 중국 전역의 은행들이 상당한 위기 상황에 몰릴 것이고, 대규모 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제 시진핑은 수십 년 전 당이 시장을 장악하고 대다수 중국인이 직장이 제공하는 집에서 살던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로 되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 이 기사는 중하이닝, 뤄야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