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매체 차이신, 경찰 물고문 사건 보도 기사 삭제…파문 확산

강우찬
2024년 01월 18일 오후 1:33 업데이트: 2024년 01월 18일 오후 1:33

언론 자유가 심각하게 제약된 중국에서도 고위층 비리를 과감하게 폭로하는 매체가 있다. 경제 매체 ‘차이신망’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차이신망이 보도한 5년 전 고문치사 사건을 두고, 사건 자체의 참혹성과 함께 차이신망의 용기에 대한 평가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4일 차이신망은 ‘용의자 쑨런쩌의 죽음(嫌疑人孫任澤之死)’이란 특집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기사 일부를 캡처한 이미지와 이를 보도한 해외 언론 기사는 검색된다.

이 기사는 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인 쑨런쩌(孫任澤·31·남)가 신장위구르자치구 경찰 당국의 고문 끝에 2018년 9월 숨진 경위와 이후 경찰의 사건 은폐 사실을 다뤘다.

특히 얼굴에 수건을 덮고 뜨거운 물을 붓는 물고문, 반바지만 입힌 채 사지를 침대에 묶어 배 위에 무거운 물건을 올리는 가혹 행위, 호랑이 의자(老虎凳·의자를 이용한 고문 수법의 하나)를 비롯해 성고문 등 끔찍한 고문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일반적으로 증거로 남겨지기가 거의 불가능한 이러한 고문 과정 일부가 구치소 내에 설치된 감시카메라(CCTV)에 녹화돼 영상 증거물로 남았다는 것이다.

차이신망이 보도한 법정 심문에 따르면, 당시 구치소 소장이 감시카메라를 끌 것을 지시했지만 부소장이 ‘보험용’으로 몰래 감시카메라 하나를 켜놓았고, 이렇게 확보된 영상 자료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핵심 증가가 됐다.

차이신망의 특집기사 ‘용의자 쑨런쩌의 죽음(嫌疑人孫任澤之死)’ 기사문 일부. | 화면 캡처

경찰, 부동산 업자 옭아매려 고문으로 자백 강요

차이신망에 따르면 신장위구르자치주 경찰들은 범죄영화의 부패한 경찰들처럼 사건을 조작해 실적을 올리려 했음이 드러났다.

고문치사로 숨진 쑨 씨는 여러 차례 감옥을 들락날락한 인물로, 현지 유력 부동산 개발업자 자오샹(趙祥)의 하수인 노릇을 한 정황이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한 채무자의 빚을 추심하기 위해 호텔로 데려가 구금했다가 이 채무자가 호텔에서 떨어져 숨진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다만, 이 사건과 그의 ‘보스’인 자오샹과의 관련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8년 중국 정부가 전국적인 ‘조직범죄 소탕 작전’을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신장위구르자치주 경찰 당국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부동산 개발업자 자오샹에게 혐의를 조작해 잡아넣는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사건 수사에 별 진전이 없자 그의 하수인인 쑨 씨를 2015년 사건과 관련해 ‘소란죄’로 체포, 자백을 받아내려 했다.

2018년 체포된 쑨 씨는 같은 해 9월 구치소에서 경찰관 여러 명으로부터 7시간 이상 고문당한 후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후 여러 병원의 중환자실을 전전하다가 11월 사망했다.

경찰은 항의하는 쑨 씨의 유가족에게 “쑨 씨가 심문 중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다 사레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졌다”며 발뺌했다.

그러나 아들의 죽음 앞에 압력 속에서도 진상을 파헤친 어머니 러팅팅(任亭亭) 씨의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6일 우쉐민(吳學民), 류셴융(劉憲永) 등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 8명은 쿠이툰(奎屯)시 법원에서 고의상해죄로 1심에서 징역 3~13년을 선고받았다.

쑨런쩌 씨의 고문치사에 관한 첫 재판이 휴정된 후 쑨씨의 어머니 런팅팅이 며느리와 손녀를 데리고 길거리에서 지폐를 태우며 아들의 영혼을 위로 하고 있다. | 차이신왕 캡처

차이신망, 7시간의 고문 과정 상세히 폭로

“9월 26일 오후 4시쯤, 쑨런쩌가 고문으로 다리가 상해 제대로 걷지 못하자 우쉐민 등은 쑨런쩌를 휠체어에 태워 취조실로 보냈다. 경찰은 쑨런쩌를 결박하고, 구타하고, 매달고, 물을 뿌리는 등 7시간 넘게 고문했다.”

“쑨런쩌는 9월 27일 오전 0시 37분 혼수상태로 취조실에서 들것에 실려 나왔고 43일 후 사망했다.”

차이신망에 따르면 법정 심문에는 CCTV 영상에 담긴 고문 수법들이 하나하나 소개됐다.

경찰은 고문 당일 오후 4시부터 11시 30분까지 쑨런쩌의 얼굴에 수건을 씌우고 물을 뿌리거나 직접 얼굴에 물을 뿌리는 물고문을 10여 차례 이상 가했다. 그중 두 차례는 각각 15분, 16분 동안 지속됐다.

유선 전화기의 전선을 이용한 전기고문도 있었다. 경찰들은 쑨런저의 몸에 외상을 남기지 않으려 손목과 발목을 수건으로 감싼 후 결박하는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중국의 고문 방식 중 하나인 호랑이 의자. 다리를 밧줄 등으로 단단하게 묶은 후 발목 뒷부분을 차츰 높여 고통을 준다. 고통이 극심해 두렵다는 의미로 호랑이 의자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이미지는 파룬궁 수련생이 증언을 토대로 그린 작품. | 밍후이왕

특히 적나라한 성고문을 가한 주범 류셴융은 법정에서 “쑨런쩌의 인격을 모욕하고 그의 심리적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싶었다”며 자신의 행위를 인정했다.

피고인 중 한 명인 진보원(靳博文)은 쑨런쩌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2층 침대 아래층에 묶어 놓고 그에게 강제로 물을 주입했다. 눈과 코에는 겨잣가루를 발라 고통을 주고, 콜라병에 물을 담아 그의 코와 입에 주입했다. 그 과정에서 수건으로 쑨런쩌의 입과 코를 막은 다음 계속해서 물을 부었다. 이런 과정을 서너 번 반복했고, 쑨런쩌는 의식을 잃었다.”

쑨런쩌가 입원한 병원의 진료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7일 오전 1시 30분 이송 당시 그는 호흡이나 맥박이 없었고 동공은 풀려 있었으며 의식을 영영 회복하지 못했다.

시사평론가 리린이(李林一)는 “차이신망이 이번 사건을 보도한 것은 언론으로서 당연한 사명을 이행한 것이지만, 중국 같은 환경에서 이런 기사를 냈다는 것은 용감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리린이는 “이 기사가 삭제된 것은 중국 공산당이 감추고 싶은 일을 드러냈다는 의미”라며 “이 기사에서 소개한 고문 수법은 그동안 파룬궁 수련자나 티베트, 신장위구르족 등 인권 탄압을 받는 사람들과 이를 알리려는 해외 활동가들이 말해왔던 내용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