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라이칭더 당선 직후 대만 수교국 탈취…태평양 나우루 단교 통보

최창근
2024년 01월 15일 오후 5:01 업데이트: 2024년 02월 6일 오전 9:51

지난 1월 13일 대선에서 라이칭더(賴清德) 후보의 총통 당선으로 민진당이 집권을 4년 연장하게 됐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의 중화민국(中華民國在臺灣)’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나우루 공화국에 ‘중국과 수교 시 대만과 단교할 것’을 요구해 온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은 실력 행사에 나섰다.

1월 15일, 프랑스 AFP통신은 “태평양 도서(島嶼)국 나우루가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한다.”고 긴급 타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아데앙(David Adean) 나우루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중화인민공화국을 인정하기로 한 나우루 정부의 결정”을 설명하며 대만과 단교를 발표했다.

대만 외교부는 15일 오후 2시 15분(타이베이 현지 시간), 타이베이 외교부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톈중광(田中光) 외교부 정무차장은 “나우루가 유엔 제2758호 결의 중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이유로 중화민국(대만)과 단교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브리핑했다.

톈중광 차장은 “국가 존엄과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나우루공화국과 외교 관계를 종료하고, 양국 협력 계획을 전면 중단하며 대사관, 기술 지원 인력을 철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는 “지난 2023년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중국은 나우루의 주요 정치인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며 ‘경제 원조’을 미끼로 공식 외교 관계를 대만에서 중국으로 ‘스위치’할 것을 유도해 오고 있다. 반면 그동안 전직 나우루 대통령들은 대만을 방문해 국경절(쌍십절) 행사에 참석하는 등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수교국 탈취 공작에 대해서는 “중국은 지난 수년간 대만 공식 수교국 탈취를 염두에 두고 나우루와 수교 협상을 벌여 왔다.”고 비판했다. 라이칭더 후보의 총통 당선 직후 나우루가 단교 통보를 한 점을 두고서는 “중국은 대만 대선 직후 엄중한 시기에 대만의 자랑스러운 자유민주주의에 타격을 가하고 공산전체주의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나우루는 대만과 수교, 복교(復交·외교관계 회복)를 되풀이하고 있다. 1980년 5월 최초 수교했으나 2002년 7월 제1차 단교했다. 당시 나우루의 국가 채무 문제가 대두됐고 중국은 차관 공여, 무상원조 등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며 나우루와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중국의 경제 원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2005년 나우루는 대만(중화민국)과 제2차 수교하고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 단교했다.

나우루는 2016년 5월 출범한 차이잉원 정부 들어 10번째 국교 단절국이다. 앞서 지난해 3월, 남미 온두라스가 단교 통보를 했다.

나우루와 단교로 대만의 공식 수교국은 12개국으로 줄어들었다. 지역별로는 ▲유럽: 바티칸 ▲오세아니아: 투발루, 마셜제도, 팔라우 ▲카리브해: 아이티, 세인트루시아, 세인트키츠 네비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중앙아메리카: 벨리즈, 과테말라 ▲남아메리카: 파라과이 ▲아프리카: 에스와티니이다.

나우루는 남태평양상 미크로네시아의 도서국이다. 면적 21㎢의 나우루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서 공화국이자 모나코에 이은 3번째 소국(小國)이다. 인구 1만1000명의 나우루는 지난날 인광석 수출로 부국(富國) 대열에 올랐다. 인광석 고갈 후 빈국(貧國)으로 전락했으며 호주, 뉴질랜드, 대만, 일본, 미국 등 외국의 지원에 의존해서 연명하고 있다.

대만과 국교 단절을 발표한 데이비드 아데앙 대통령은 2023년 10월 선출됐다. 당시 대만 외교부는 “나우루 공화국 새정부와 기존 튼튼한 기초를 바탕으로 양국 교류·협력을 심화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 중국은 나우루에 재수교를 제의했지만, 나우루는 지속적으로 거절해 왔다. 2019년 차이잉원 총통이 ‘해양 민주 여정’의 일환으로 나우루를 공식 방문하기도 했다. 2020년 미국 행정부는 ‘대만동맹보호법’을 제정하여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오고 있다. 이 속에서 대만 정부는 나우루와 외교관계 유지에 공을 들였지만 ‘민감한 시기’에 수교국을 잃었다.

중국과 대만의 수교국 쟁탈전은 1990년대 이후 지속하고 있다. 2008~2016년 친중 성향의 마잉주 총통의 국민당 정부 시기, 양안은 외교 휴전(外交休兵)’을 선언했다. 그 시기 아프리카 감비아 1개국을 제외하고 ‘단교국’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대만 정체성을 강조하며 1992컨센서스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는 차이잉원 정부 출범 후 중국의 수교국 쟁탈전은 심화하여 총 10개국이 대만에 단교를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