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헝다그룹 회장 사실상 사법처리 수순…예견된 말로

왕허(王赫)
2023년 10월 4일 오후 1:14 업데이트: 2023년 10월 10일 오후 1:31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 창업자 쉬자인(許家印·64) 회장이 경찰에 연행된 뒤 지정 장소(베이징의 한 거처)에서 ‘주거 감시’를 받고 있다고 27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헝다의 3개 계열사 주가가 폭락해 시가총액이 166억7600만 홍콩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고점 대비 98% 이상 감소한 수치다.

쉬자인이 중국 형사소송법에 따른 강제 조치인 ‘주거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은 중국 당국이 이미 헝다 사건의 성질을 형사사건으로 규정했음을 의미한다. 쉬자인은 천펑(陳峰) 하이난 항공 회장,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그룹 회장, 샤오젠화(肖建華) 밍톈 그룹 회장 등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헝다 그룹은 2021년 9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고, 2021년 연간 실적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2022년 3~4월, 홍콩증권거래소에서 헝다 계열 3개사의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 헝다 3개 계열사는 8월 28일 주식 거래를 재개했지만 해외 채무 조정에 제동이 걸렸다. 더 중요한 것은 헝다의 위기 상황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중국 당국이 장기간 관찰하고 고려한 끝에 개입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4가지 사실에 근거해 헝다그룹이 사실상 사법 처리 수순에 들어섰다고 본다.

첫째, 지난 1월 14년간 협력해온 4대 회계사무소 중 하나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헝다와의 협력을 중단했다. 이는 헝다의 재무 상황을 더는 숨길 수 없음을 보여준다. 앞서 PwC는 2021년 10월과 2022년 8월 홍콩 재무보고국의 조사를 받은 헝다 재무보고에 대해 적정 의견을 냈다.

둘째, 7월 17일 헝다가 발표한 2년치 실적보고서의 세 가지 실적 데이터다. 2021년 말 디폴트에 빠지면서 실적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았던 헝다그룹이 2년간의 실적을 동시에 발표했고, 이로 인해 ‘수면 아래에 있던 빙산(위기 상황)’이 드러났다.

▲2018~2020년 누적 수입이 약 1조4500억 위안에 불과했고, 2022년 수입 감소액이 6643억에 달했다. ▲헝다의 순자산은 2020년 말 3504억 위안에서 2021년 말 -4731억 위안으로 폭락했다. 1년 동안에 순자산이 8235억 위안 ‘증발’한 것이다. 2022년에는 더 악화돼 -5991억 위안으로 하락했다. ▲공개 데이터에 따르면 2016~2020년 헝다의 누적 배당금은 939억3300만 위안이며, 그중 디폴트에 빠지기 전인 2020년의 배당금은 577억7900만 위안이었다.

배당금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으로 얻은 이익과 합법적인 이윤을 기초로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 대해 감사원은 “감사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고 했다. 헝다에 경영과 관련된 불확실한 요소가 여럿 있다는 점, 헝다의 초기 잔액과 비교 숫자에 잘못된 표현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이는 헝다의 실제 상황이 더 나쁠 수 있다는 의미다.

셋째, 8월 16일 헝다그룹 계열사인 헝다부동산이 정보 공개 규정을 어긴 혐의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의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이는 헝다가 지난 3월 내놓은 해외 채무 구조조정 회의가 취소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넷째, 당국이 잇달아 헝다 관계자들을 조사·처벌하고 있다. 1월 초 헝다그룹의 커펑(柯鵬) 전 최고경영인(CEO)이 연행돼 조사를 받았고, 8월 16일 저녁 광둥성 선전시 공안국은 위챗 계정을 통해 헝다금융재부관리(恒大財富·에버그란데 웰스)의 두(杜)모씨 등 관련자들을 체포했다고 밝혔고, 같은 날 재신망(財新網)은 “헝다생명보험 전 회장이자 현 중룽(中融)생명보험 회장대행인 주자린(朱加麟)도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9월 25일 재신망은 헝다그룹의 샤하이쥔(夏海鈞) 전 최고경영자(CEO)와 판다룽(潘大榮)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불법 금융행위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상의 사실들로 볼 때, 쉬자인이 ‘주거 감시’를 받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쉬자인은 ‘주거 감시’를 받을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듯하다. 그는 경찰이 그를 연행하려 할 때 격렬하게 저항했다고 한다.

쉬자인은 헝다가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진 것을 알면서도 자신은 빠져나올 수 있다고 믿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헝다는 덩치가 크고 부채가 너무 많아 당국이 무너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된 환상이다.

현재 헝다그룹의 부채는 2조4000억 위안(약 465조원)으로, 전 세계 부동산개발업체 중 부채가 가장 많다. 이 가운데 분양계약 부채가 7210억 위안(약 134조원), 대출이 6124억 위안(약 113조원), 협력 업체에 갚아야 할 채무가 1조23억 위안(약 186조원)이다. 헝다의 부채 규모는 2022년 중국 GDP의 2%에 달하고, 베트남의 1년 GDP에 육박한다.

그래서 헝다가 파산하면 미완성 주택으로 인한 민원이 폭증하고, 금융 리스크와 부동산 공급망 리스크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당국이 살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쉬자인은 또 이러한 믿음하에 미리 자산 보전책을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첫 번째는 헝다의 재정이 거덜난 상태인데도 쉬자인과 헝다그룹 고위층은 이미 투자금을 환매하고 거액의 배당금을 챙기는 등 출구 전략을 완료했다는 사실이다.

헝다가 최근에 공시한 순자산은 – 5,991억 위안인데, 이런 재정 상태는 늦어도 2021년에 이미 형성됐다. 쉬자인이 해외로 도망가지 않고 국내에 남아 있는 것은 ‘민심 달래기’ 연기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번째는 쉬자인이 재산을 부인 딩위메이(丁玉梅) 명의로 넘겼다는 사실이다.  8월 14일 밤 헝다가 발표한 공고에는 딩위메이의 신분이 ‘쉬자인 교수의 배우자’에서 ‘당사와 관계자로부터 독립한 제3자’로 바뀌었다. 이는 쉬자인이 빚은 모두 자신이 짊어지고 부부의 재산은 모두 아내 명의로 넘겨 온전히 보전하려고 ‘위장 이혼’을 했음을 뜻한다.

세 번째는 헝다는 헝다 부동산이 8월 16일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조사를 받기 시작하자 다음 날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는 사실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헝다가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하면 190억 달러 규모의 채무 구조조정을 승인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법원이 이 구조조정을 승인하면 미국 내 채권자들의 채무 변제 요구와 소송으로부터 자산을 보호할 수 있다.

헝다는 디폴트가 발생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파산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중국 당국이 헝다와 쉬자인을 ‘처치’한 후의 여파를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쉬자인이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국은 단지 적절한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쉬자인은 요행 심리에 갇혀 공산당의 본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정치의 복잡성과 잔혹성을 과소평가한 채 중국 공산당과 ‘게임’을 하다 결국 감옥살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