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유명 인플루언서에 SNS 실명제…“언론자유 제약”

강우찬
2023년 10월 22일 오후 7:33 업데이트: 2023년 10월 22일 오후 8:47

실명·직업 공개 의무화…“활동 위축 불가피”
정치·금융·연예 팔로워 100만명 이상 적용

중국 정부가 익명으로 운영되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대상으로 실명 전환을 시행한다.

인플루언서나 유명인은 소셜미디어 계정에 아이디나 예명을 사용할 수 없으며 계정 첫 화면에 본명, 직업 등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민간인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8일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여러 인플루언서들은 계정을 실명으로 운영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대상은 정치·금융·연예 분야로 한정됐으며, 미용이나 음식 등 사회적으로 비교적 덜 민감한 분야는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금융은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이나 경기 침체에 관한 과격한 발언이 오가는 분야다. 연예는 팬클럽 회원들의 결속력이나 행동력이 강하다.

웨이보는 해당 분야 팔로워가 100만 명 이상인 인플루언서들은 이달 말까지, 50만 명 이상인 이들은 올해 말까지 계정을 실명 전환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1인 방송에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당수 인플루언서들은 이번 방침에 반발하며 계정을 폐쇄하거나 콘텐츠를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실명이 공개되면 악플이 달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개인 신변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인플루언서들이 몸을 사리게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성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실명과 주소지 등이 공개되면 사생활 노출은 물론 안전상 위험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실명 공개 조치가 중국 공산당(중공) 당국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공 당국은 이미 모든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평론가 장광우(姜光宇)는 “당국은 이미 인플루언서들이 누구인지, 어디에 거주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실명 공개는 일종의 ‘좌표 찍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중공이나 정부를 비난하는 이들의 개인정보를 노출시켜 중공에 충성적인 댓글부대의 공격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공은 소셜미디어 실명제를 통해 인플루언서들의 입단속을 시키려 한다. 자기 검열을 하게 함으로써 감시와 관리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실명 공개에 부담을 느낀 인플루언서들이 스스로 계정을 폐쇄하게 하는 것도 노림수”라고 했다.

에포크타임스 칼럼니스트 왕허(王赫) 역시 같은 견해를 보였다. 왕허는 “익명 계정을 실명 전환하도록 하며 위력을 과시해 1인 방송 운영자들을 위축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들의 자기검열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