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신용평가사 6곳에 벌금…“증시 비판 입막음” 경제 관측통

알렉스 우
2024년 02월 6일 오후 6:42 업데이트: 2024년 02월 6일 오후 6:42

중국 증시가 폭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주요 신용평가사 6곳에 벌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신용평가사들이 중국 경제의 실상을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 중국공산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일 “청신국제신용평가, 상하이신세기신용평가, S&P 중국법인, 중정펑위안, 롄허신용평가, 극동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 6곳에 벌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들 중 5곳은 일관성의 원칙을 위반했으며, 4곳은 법정 평가절차와 업무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신용평가사 6곳에 부과된 벌금은 총 3446만 위안(약 63억 6000만 원)에 달한다. 그중 212만 위안(약 3억 9000만 원)이 S&P 중국법인에 부과됐다. 미국의 신용평가사인 S&P가 중국에서 벌금을 내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처벌 배경

중국의 한 자산운용사에서 최고준법감시책임자(CCO)를 지낸 량샤오화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증시는 끝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다. 이 모든 건 중국공산당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력 생산량, 국민 소득과 같은 지표는 중국공산당이 입맛에 맞게 조작할 수 있다. 그 반면에 주식 시장은 실제 돈에 관한 것이므로 당국이 주가를 임의로 조작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증시가 폭락함에 따라 중국공산당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의 한 은행에서 은행원이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지폐를 세는 모습 | STR/AFP/Getty Images/연합뉴스

량샤오화는 “증시 하락, 부동산 위기 등 중국 경제의 부정적인 측면을 들춰냈다는 이유로 주요 신용평가사에 처벌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용평가사들의 보고서는 중국의 경제 상황을 명확히 보여줄 뿐, 이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며 “경제 위기를 초래한 건 신용평가사가 아니라 중국 당국”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신용평가사들은 중국의 금융 리스크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S&P 중국법인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부동산 부문의 약세가 장기화함에 따라 경기 침체의 위험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이는 부동산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대만의 경제학자 황시충은 지난 3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용평가사가 중국 경제를 비판적으로 묘사하거나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이 칼을 빼 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당국이 해야 할 일은 신용평가사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지 고민하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자본주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이런 행동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고 일갈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