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 뇌물수수 전 은행장에 사형 집행유예…금융 반부패 ‘먼 길’

왕요췬(王友群)
2023년 11월 22일 오후 6:00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4

쑨더순(孫德順) 전 중신은행(CITIC) 은행장이 뇌물 9억7950만 위안(약 1770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0일 산둥성 지난(濟南) 중급법원에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쑨더순은 2년 후 사형을 면할 경우 추가 감형이나 가석방 없이 종신형을 살게 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중신은행은 어떤 은행인가?

중신은행은 중국 공산당이 ‘개혁 개방’ 이후 최초로 설립(1987년)한 신흥 상업은행 중 하나이자 국내외 금융 시장 자금 조달에 가장 먼저 참여한 상업은행으로, 총 자산 기준으로 중국에서 7번째로 큰 대출 기관이다.

중신은행은 2007년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홍콩 증권거래소에 동시에 상장했고, 당시 홍콩 증시에 상장한 6개 은행 및 3개 보험사 중 하나이며 최대 주주는 60% 이상의 절대적 지배 지분을 보유한 중신그룹이다.

중신그룹의 설립자이자 중국 공산당 중앙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부위원장인 룽이런(榮毅仁)은 설립 당시 중신은행의 명예회장을 지냈다.

중신은행의 역사를 보면 국내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국유 기업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중신은행장은 중국공산당 체제 내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이 직책을 맡을 수 없다.

누가 쑨더순을 발탁했나?

쑨더순은 중국 국유기업인 인민은행(중앙은행), 공상은행, 교통은행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쑨더순은 2011년 10월 중신은행 본점 당위원회 부서기로 임명됐고, 이어서 중신은행 부행장(2011년 12월~2014년 5월), 중신은행 상무부행장(2014년 5월~2016년 7월), 중신은행 행장(2016년 7월~2019년 2월)으로 재직했다.

중신은행장의 직급은 부부장급(차관급)이다. 부부장급 관리의 임명은 반드시 당 중앙조직부의 승인을 거쳐 정치국회의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쑨더순은 자오러지(趙樂際) 현 전인대 위원장이 중앙조직부 부장을 지낼 때 중신은행장으로 발탁·중용됐다. 따라서 쑨더순을 중신은행장으로 임명한 데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자오러지에게 있다.

물론 시진핑에게도 책임이 있다. 최고 책임자로서의 책임이다. 당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쑨더순 임명 건을 논의하고 승인했기 때문이다.

쑨더순은 중신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중앙조직부가 직접 관리하는 ‘중관간부(中管幹部)’에 속했다.

또 천시(陳希) 전 중앙조직부 부장에게도 관리 책임이 있다. 그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중앙조직부 부장으로 재직할 시기에 쑨더순이 규율 위반 및 위법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쑨더순은 중신은행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의 감독 대상이었다. 따라서 2017부터 2019년까지 중기위 서기를 지낸 자오러지에게도 감독 책임이 있다.

쑨더순은 어떤 심각한 위법을 저질렀나?

2019년 9월 중순, 쑨더순이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사실 중기위에 의해 비밀리에 체포된 것이다.

중기위는 쑨더순이 ‘연락 두절’된 지 반년이 지난 2020년 3월 20일 발표한 통보문에서 쑨더순이 기율과 법을 심각하게 위반했고, 18차 당대회(2012년) 이후에도 “삼가거나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또 “금융 분야의 부패 문제가 특히 심각하고, 성격이 특히 악랄하고, 액수가 특히 큰 전형적인 사례”라면서 죄목 다섯 가지를 열거했다.

첫째, “정치의식과 대국(大局·전체국면)의식이 전혀 없고, 금융은 실물경제에 복무하라는 중공 중앙의 결정을 엄중하게 위반하고, 제조업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고 억제했다.”

둘째, “규정을 어기고 (직권으로) 대출 고객의 부동산을 이용하고, 자신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다른 사람에게 지불하게 했다.”

셋째, “개인 관련 사항을 규정에 따라 보고하지 않고, 직원 채용 과정에서 규정을 어기고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었다.”

넷째, “가치관이 극도로 왜곡돼 관리도 되고 싶고 부자도 되고 싶어 불법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해 자신과 친인척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다섯째, “탐욕이 극도로 팽창해 대출 인허가 권한을 개인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불법 사업가와 결탁해 권력과 돈을 맞바꾸고, 대출 및 인허가 등의 방면에서 직권을 이용해 타인에게 이익을 주고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

통보문은 쑨더순이 중국공산당의 정치 규율, 조직 규율, 청렴 규율, 업무 규율, 생활 규율을 “심각하게 위반”해 심각한 직무 위반 및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중기위는 쑨더순의 당적을 박탈하고, 부부장급 대우를 취소하고, 불법 소득을 환수하고, 검찰에 송치해 기소하기로 했다.

쑨더순은 어떻게 돈을 벌었나?

2022년 1월 방영한 중앙방송(CCTV) 반부패 다큐멘터리 시리즈 ‘무관용(零容忍)’에 따르면 쑨더순은 주로 ‘유령회사’와 금융 수단을 통해 거액의 부당 이득을 취했고, 현금 받는 것은 “너무 저급하다”며 꺼렸다.

쑨더순은 직권을 이용해 기업체들에 대출을 해주고 기업체 사장들은 사실상 쑨더순이 운영하는 플랫폼 회사에 투자 명목으로 거액을 투입하거나 수익성이 좋은 자신의 기업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가를 지불했다. 한마디로 편의를 봐준 회사의 돈으로 그 회사 알짜 프로젝트에 투자해 거액을 챙긴 것이다.

쑨더순은 투자 플랫폼 회사를 두 개 설립해 부하들에게 법인 대표를 맡기고 자신이 배후에서 조종했다. 이 두 회사는 지주회사 격으로 제1층 ‘유령회사’다.

그는 이 두 투자 플랫폼 회사 아래에 또 10여 개 프로젝트 회사를 설립해 제2층 유령회사로 삼았다.

이들 프로젝트 회사와 뇌물 제공 기업은 직접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다시 제3층 유령회사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불법 거래를 했다.

이 3중 유령회사의 최정점에 있는 쑨던순은 배후에서 거래를 결정하고 통제했다.

유령회사의 자금은 합법적으로 보이는 다양한 금융 상품과 주식 투자 계약으로 위장했다.

이런 식으로 쑨더순이 대출해 준 막대한 공적 자금은 일부는 기업 사장들의 권력·금전·성 거래의 자본이 됐고, 일부는 쑨더순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대출 40억 위안에 사례비 1억 위안 

2014년 말, 부채가 많은 한 에너지 회사가 중신은행에 대출 신청을 했다.

‘시장이 자원 배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에서는 은행이 이런 회사에 대출을 해주지 않지만, ‘권력이 자원 배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국에서는 거래가 ‘물밑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출이 가능하다.

당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중신은행장 쑨더순이 개입함으로써 40억 위안 대출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일이 성사된 후, 이 에너지 회사의 실소유주는 쑨더순이 지배하는 유령화사와 ‘주식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명분은 ‘투자’였지만 실제로는 쑨더순에게 사례비를 돌려준 것이다. 이 사례비는 무려 1억 위안에 달했다.

이 40억 위안은 곧 부실채권이 돼 회수할 수 없게 됐다. 이 거래로 에너지 회사 사장과 쑨더순은 거액을 챙겼고, 은행과 국가와 국민은 거액의 손해를 보았다.

쑨더순은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의 최대 ‘자금줄’

2018년 8월, 중국증권보는 ‘쑨더순 중신은행장, 실물경제 전폭 지원해 은행 자산관리 전망이 밝다’라는 인터뷰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2022 년 1월 방영된 다큐멘터리 ‘무관용’에 따르면 쑨더순은 중신은행장으로 있을 당시 실물경제 지원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돈을 빨리 벌고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무관용’은 “그는 부동산에 대출하는 경향이 있었고, 은행장 업무회의를 주재할 때 은행 전체가 즉시 제조업 대출을 중단할 것을 공개적이고 단도직입적으로 요구했다. 100% 담보가 있다고 해도 (제조업 대출은)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중신은행의 당위원회 부서기 류청(劉成)은 쑨더순이 재임하는 동안 은행의 대출 구조가 눈에 띄게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류청에 따르면, 당시 부동산 대출은 40% 이상 증가했고, 제조업 대출은 30% 이상 감소했다.

현재 헝다(恆大)그룹은 세계에서 부채가 가장 많은 부동산 회사다. 이 회사의 소유주인 쉬자인(許家印)은 한때 쑨더순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었고, 쑨더순은 쉬자인의 가장 큰 ‘자금줄’이었다.

2015년 3월, 중신은행과 중신신탁은 헝다그룹과 600억 위안 규모의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중신은행이 헝다그룹에 신용공여를 한 금액은 400억 위안이다.

2016년 2월, 중신은행 충칭지점은 헝다생명보험의 충칭 중신대동방인수보험 지분 50%를 인수하기 위해 1969만 위안의 대출을 제공했다.

2016년 12월, 중신은행 광저우 지점은 헝다그룹에 312억 위안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조성했다. 이는 중신은행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 펀드다.

2017년 초, 중신은행과 헝다그룹은 ‘1000억 위안 플러스’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중신은행은 헝다그룹에 400억 위안의 종합 신용여신, 500억 위안의 부동산 펀드, 200억 위안의 다각화 인수합병 자금, 900억 위안의 ‘내보외대(內保外貸·중국 내에서 담보를 제공하고 중국 밖에서 대출을 받는 것)’ 등 총 1000억 위안 이상의 신용공여 제공에 합의했다.

쉬자인이 쑨더순에게 얼마나 많은 ‘사례’를 했는지는 외부에서는 알기 어렵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쑨더순은 40억 위안을 대출해 주고 1억 위안을 챙겼으니 그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중신은행장으로서 쑨더순은 말과 행동이 달랐고, 공개적으로 하는 일과 배후에서 하는 일이 달랐다. 그는 돈을 빠르게 벌고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곳이면 어디든지 투자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중신은행 시스템 전체에 ‘아랫물을 흐리는’ 효과를 내 중신은행의 시스템적 부패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쑨더순이 조사를 받는 시점을 전후해 중신은행 시스템의 여러 고위 간부들도 조사를 받았다.

2018년에는 바오쉐친(包學勤) 전 중신자산관리회사 회장이 직무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중국 재신망의 보도에 따르면, 쑨더순은 바오쉐친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조사를 받은 중신은행 관계자는 전 자오칭 지점장 리셴원, 자오칭 지점 전 총경리 량칭화, 전 샤먼 부지점장 천잉, 전 하얼빈 지점장 위청신, 전 광저우 지점장 셰훙루, 전 선전 부지점장 천쉬잉, 전 양저우 지점장 천융, 전 닝보 지점장 우쉐원, 전 쿤밍 지점장 린정야오 등이다.

중기위 통보문은 쑨더순이 18차 당대회 이후에도 “삼가거나 멈추지 않았다”며 “금융 부문 부패에서 문제가 특히 심각하고, 성격이 특히 악랄하고, 금액이 특히 큰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18차 당대회 이후 쑨더순을 발탁·중용하고 관리·감독한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는가? 자오러지 당시 중앙조직부장, 자오러지의 후임인 천시 중앙조직부장, 당시 중앙 기율위 서기 자오러지가 직접적인 책임이 있고, 중국공산당 총서기도 총책임자로서 책임이 있다.

시진핑이 2013년 1월 ‘호랑이(고위 부패관리) 사냥’ 캠페인을 시작하고 2015년 ‘금융 호랑이’ 척결을 시작한 이후 ‘금융 호랑이’를 포함한 중국공산당 고위 관리들이 줄줄이 조사받고 기소됐다. 쑨더순은 시진핑·자오러지·천시가 지켜보는 가운데 10억 위안에 가까운 부정을 저질렀다. 대규모 부패 척결 운동을 벌이는 와중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절대 권력은 필연적으로 절대 부패를 낳는다.

시진핑 당국은 “당정군민학, 동서남북중,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黨政軍民學, 東西南北中, 黨是領導一切的)”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구호를 부활시켰다. 이는 당이 절대 권력을 가진다는 의미다. 당이 모든 것을 관여하면 필연적으로 아무것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고, 패착을 반복하고 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시진핑이 이미 ‘금융 호랑이’ 라이샤오민(賴小民) 화룽자산관리회사 전 회장을 사형으로 처단했는데 또 다른 ‘금융 호랑이’ 쑨더순 중신은행장이 나타난 것이 그 증거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