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수출규제 뚫고 미국산 반도체 구매…국영기관·군부대까지

로이터(REUTERS)
2024년 01월 16일 오후 2:25 업데이트: 2024년 01월 16일 오후 3:25

미국의 대중(對中) 첨단기술 수출 규제에도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로이터 통신이 관련 입찰 문서를 검토한 결과, 미국 당국의 수출 규제 이후에도 중국 국영기관과 군부대 등 수십 곳이 엔비디아 반도체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2022년 9월 중국과 홍콩으로의 수출이 금지된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인 A100 및 H100 칩이 포함된다. 저사양 AI 칩인 A800, H800도 수십 건 거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첨단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중국에는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을 통해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완벽하게 대체할 제품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금수 조치 이전에는 중국 AI 칩 시장에서의 엔비디아 점유율이 약 90%에 달했다.

조사 결과 중국 국영기관이 엔비디아 A100 칩을 100건, A800 칩도 수십 건 구매한 내역이 확인됐다.

중국 하얼빈공과대학은 지난해 5월 ‘딥러닝 모델 훈련’을 명목으로 엔비디아 A100 칩 6개를 구입했다. 중국 전자과학기술대는 2022년 12월 A100 칩 1개를 사들였으며, 그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거래 내역이 확인된 기관들 가운데 논평 요청에 응답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들이 반도체를 조달한 경로는 명확하지 않지만, 중국의 반도체 암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금수 조치 이후, 중국에서 미국산 반도체를 거래하는 암시장이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중국의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엔비디아의 잉여 재고를 사들이거나 인도, 대만, 싱가포르 등에 있는 현지 회사를 통해 반도체를 수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자료사진 | 연합뉴스

엔비디아 측은 모든 수출 통제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협력사·고객사에도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회사 대변인은 “고객사가 제삼자에게 (반도체를) 불법 재판매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다만 미국 당국은 금수 조치의 허점을 메우겠다고 공언했으며, 중국 외 지역에 있는 중국 기업의 불법적인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미국 터프츠대 교수이자 ‘반도체 전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을 위한 싸움’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는 “반도체는 크기가 매우 작아 쉽게 밀수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미국의 수출 통제가 빈틈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수출 통제가 아니라, 중국이 첨단 반도체의 대규모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군의 반도체 구매

조사 결과 중국군도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사 데이터베이스의 입찰 자료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인민해방군 산하의 한 부대가 엔비디아 반도체를 조달했다.

구체적으로 이 부대는 지난해 10월 A100 칩 3개, 이번 달에 H100 칩 1개를 구매했다. 구매 목적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중국의 각 기관이 구매한 반도체 수량은 AI 거대언어모델을 새로 구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하지만 이미 구축된 AI 모델을 향상시키거나 머신 러닝 작업을 실행하는 것은 첨단 반도체 소량으로도 가능하다.

실제로 중국의 산둥인공지능연구소는 지난달 29만 위안(약 5300만 원) 규모의 A100 칩 5개 계약을 체결했다.

또 칭화대는 2022년 금수 조치 이후 A100 칩 80개를 사들였고, 충칭대도 최근 A100 칩을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