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와 정상회담 앞두고 희토류 통제…자원 무기화 가능성

도로시 리(Dorothy Li)
2023년 11월 10일 오후 2:36 업데이트: 2023년 11월 10일 오후 3:31

오는 11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이 희토류와 철광석 등 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희토류를 ‘협상 카드’로 꺼낼 것으로 보이며, 자원 무기화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중국 상무부는 공식 웹사이트에 성명을 게시해 “원유, 철광석, 동정광, 탄산칼륨 비료의 수입업자들은 실시간 거래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희토류 수출업자들도 수출 관련 정보를 당국에 제출하라”고 알렸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규제는 지난달 31일 발효돼 2년간 유지된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무역 안정을 위해 수출입 현황과 흐름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이 조치는 해외 무역업자가 질서 있게 수출입을 하도록 안내함으로써 대외 무역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입업자들은 실시간 선적 정보, 원산지, 계약 일자, 수량, 운송 세부 사항 및 기타 거래 정보 등을 모두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독점과 자원 무기화

중국의 이번 조치가 글로벌 무역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선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21년 59%보다 11% 늘어난 것으로, 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한 컨설팅 업체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처리 및 가공의 약 90%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허야둥 중국 상무부 대변인 | 연합뉴스

미국은 희토류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의 희토류 수입량 중 80%가 중국산이었는데,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그 비중이 74%로 줄었다.

한편 유럽연합은 희토류 약 98%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그런데 서방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무역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럽연합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자원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경종을 울리다

중국공산당이 희토류 및 기타 주요 원자재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미국과의 무역 경쟁에서 ‘협상 카드’로 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권은 지난 2010년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일 당시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이 희토류를 분쟁의 무기로 사용한 것이다.

또 2019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를 강화하자, 중국은 “희토류의 미국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첨단 반도체의 핵심 원료인 갈륨,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했다. 이는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통제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풀이된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주요원자재연합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80%, 게르마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미국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 미국이 중국의 자원 위협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