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등 돌리는 독일 기업들…”중국시장서 철수할 것”

인드라지트 바수(Indrajit Basu)
2024년 01월 30일 오후 6:35 업데이트: 2024년 01월 30일 오후 6:35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철수를 고려하는 독일 기업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중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던 독일 기업들이 경기 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중국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주중 독일상공회의소가 지난 24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중국 내 회원사 566곳 중 약 83%가 “중국 경제가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고 답했다.

또한 전체 중 65%는 “모든 주요 산업의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54%는 “중국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었다”고 답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은 약 9%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4%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상공회의소 회장인 울프 라인하르트는 성명을 내어 “2023년은 중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들이 ‘현실’을 점검한 해였다”며 “독일 기업들은 중국 현지 기업과의 경쟁 심화, 불공정 관행, 경제적 역풍,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독일 기업들은 중국 사업을 재평가하고 공급망의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설문 응답사의 44%는 “공급망을 다각화해 중국 의존도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국이 2022년 12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한 뒤 중국 경제가 잠시 회복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여기에 부동산 위기, 내수 부진, 외국 자본 이탈 등이 겹침에 따라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커졌다.

최근 발표된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2% 성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분석 전문가들은 “실제와는 다르게 과장된 수치”라며 “앞으로 중국의 GDP 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공회의소는 “중국 시장과 관련된 위험 요소는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으며, 중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낮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독일 기업들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간주하는 미국은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을 동맹국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도 2019년 중국을 언급하며 ‘라이벌(Rival)’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독일과 독일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의 상업적 이익 추구와 미국과의 지정학적 관계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상공회의소는 “독일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중국 사업을 재평가했다. 이제 기업들은 ‘기회’와 ‘위험’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밝혔다.

한편, 독일 정부는 자국 기업들에게 중국 의존도를 낮출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은 공동 이익을 위해 경제 안보를 우선시해야 한다”며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은 미래에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독일이 외부 요인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등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