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음식약식] 양념으로만 쓰기 아까운 ‘마늘’

2013년 05월 10일 오후 1:29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한때 흑마늘 바람이 불면서 마늘이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일정한 작용이 있는 약으로 부상했습니다. 마늘은 한의학에서 산(蒜), 혹은 대산(大蒜) 이라고 합니다. 또 달래를 소산(小蒜)이라고 했습니다. 달래는 마늘만큼 맵지는 않지만 거의 비슷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약효도 유사합니다. 먼저 동의보감에서 어떻게 마늘과 달래에 대해 서술했는지 보겠습니다.

 

△ 성질이 따뜻하거나 뜨겁다. 맛이 맵고 독이 있다. 종기를 없애고 풍습과 장기(?氣, 축축하고 더운 곳에서 풍토병 등을 유발하는 원인), 현벽(?癖, 옆구리 등에 덩어리가 뭉치면서 아픈 것)을 없앤다. 냉과 풍을 없애고 비(췌장)를 튼튼하게 하고 위를 따뜻하게 한다.
△ 혈기(血氣)로 가슴이 아플 때 생마늘 즙을 한 잔 마시면 곧 낫는다.
△ 오랜 가슴앓이로 참을 수 없이 아플 때 달래를 식초에 넣고 끓여 소금을 치지 않고 배불리 먹으면 곧 효과가 있다.
△ 정월(正月)에 다섯 가지 매운 것을 먹으면 전염병을 방지할 수 있는데, 마늘, 파, 부추, 해백, 생강이다.

 

마늘은 맵고 향이 강합니다. 이런 음식과 약재는 대부분 성질이 따뜻하거나 뜨겁다고 표현합니다. 온열(溫熱)한 약재는 대부분 비위를 따뜻하게 하고 소화를 촉진하며, 혈액순환을 돕는 작용이 있습니다. 기능 저하를 상징하는 한(寒) 증상에 대비됩니다. 아랫배가 사르르 자주 차갑고 설사를 하고 식욕이 없고 소화도 안 되며, 몸이 피곤하고 성기능도 떨어지며, 오한을 잘 느끼고 쉽게 지치는 경우는 대부분 찬 증상입니다.

 

서양에서 강장제로 각광받는 마늘

 

마늘은 소음인에게 가장 좋으며, 태음인 중에서 설사가 잦고 몸이 찬 경우도 비교적 괜찮습니다. 몸이 차고 기가 허할 때 마늘 복용법은 꿀에 버무려 중탕을 하거나, 뜨겁지 않은 온도로 장시간 발효시켜서 먹으면 좋습니다. 날 것으로 먹으면 맵기도 하고 오래 먹기 힘듭니다.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마늘을 같이 구워서 먹는데 돼지고기의 찬 성질을 상쇄하고 마늘의 독한 맛도 한꺼번에 잡을 수 있기에 괜찮은 섭취 방법입니다.

 

마늘은 열을 거치면서 독소가 상당 부분 사라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동의보감에서 마늘에 독이 있다고 한 것은 한 가지 성질이 워낙 강해서 장복할 경우 해로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찹쌀이나 도라지와 함께 복용할 경우 호흡기 질환(폐결핵, 백일해)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는 구충제가 없을 때 마늘을 구충 목적으로 먹기도 했습니다.

 

서양에서 마늘은 강장제로 통합니다. 마늘을 활용한 다양한 식품과 약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강장제는 성질이 뜨겁거나 따뜻한 편입니다. 마늘도 조루와 발기 부전 등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체질적으로 잘 부합한다는 가정이 있어야 하고, 평소 무절제한 성생활과 불규칙한 생활을 한다면 이를 시정해야 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생활을 해야 몸의 근본이 되는 음(陰)과 혈(血)을 기를 수 있고, 이때 마늘이 효과가 비로소 납니다. 마늘을 단순한 강장제 정도로 생각하고 먹는다면 부작용을 피할 수 없습니다.

 

부인과 질환에서도 냉이 많고 음부 소양감이 심한 경우에 마늘을 끓인 액으로 씻으면 도움이 됩니다. 약리적으로는 고혈압, 고지혈증, 혈전 용해, 면역 기능 항진 등이 밝혀진 상태입니다.

 

눈을 보면 아는 마늘 금기

 

마늘이 맞지 않는 사람은 소양인과 태양인입니다. 그리고 태음인 중에서도 열이 많고 변비가 잦고 안색이 쉽게 붉어지는 경우는 좋지 않습니다. 명나라 대의학자 이시진은 본초강목에서 이르기를 “매운 맛은 기를 잘 돌게 하고 열은 화를 돕기 때문에 폐를 상하게 하고 눈이 상하게 된다. 오래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라고 했습니다. 마늘은 양기가 강해 음이 허하고 화가 많은 사람에게 좋지 않다고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눈이 쉽게 충혈되고 열감이 있는 분에게는 좋지 않고, 마늘이나 흑마늘을 먹고 마찬가지로 눈 부위에 불편감과 두통을 느끼게 된다면 복용을 중단하셔야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도 주의할 점을 명시했습니다.

 

△ 오랫동안 먹으면 청혈(淸血) 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빨리 희게 변한다.
△ 마늘은 냄새가 나는 채소로서 오랫동안 먹으면 간과 눈을 상하게 한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