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최상의 가정용 소화제 ‘누룽지’

2013년 11월 12일 오후 5:40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누룽지, 생각만 해도 구수합니다. 밥솥에 잔잔하게 열을 가해 눌러붙게 만들다보니 열기가 충분히 들어 있습니다. 누룽지가 식어서 온도가 내려가도 그 온기는 남아 있게 됩니다.

누룽지를 바삭하게 그냥 먹어도 좋고, 다시 물을 붓고 불려서 끓여 먹어도 좋습니다. 어떻게 해도 온기는 남아 있습니다. 이 온기는 소위 속이 냉한 분들에게 좋습니다. 소화가 빨리 되지 않고 잘 체하고 밥맛도 없고, 밥 먹고 나면 기운이 빠지거나 졸리면서 몸이 무거운 분들은 대부분 속이 냉한 분들입니다.

동의보감에도 누룽지에 대한 구절이 나옵니다. 취건반(炊乾飯)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데, 오랜 위장 질환으로 음식을 먹지 못할 때 달여서 마시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고, 음식을 비로소 먹게 되면 약으로서 몸을 조리할 수 있다고 나옵니다. 여러 중증 질환의 상당수는 잘 못 먹게 되고 흡수도 잘 못하면서 몸이 야위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급격히 악화됩니다.

그래서 무조건 잘 먹을 수 있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룽지는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애피타이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소화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밥으로 만든 누룽지가 좋을까요? 이게 중요한 부분입니다. 곡물에 대해서는 다룰 것이 방대합니다만 오늘은 간략하게만 다뤄보겠습니다. 우선 이해를 돕게 하기 위해 각 체질별로 잘 맞는 곡물을 알아보겠습니다.

태양인: 멥쌀, 메밀
소양인: 멥쌀현미, 멥쌀, 보리
태음인: 통밀, 수수, 율무, 찹쌀, 대부분의 콩류
소음인: 검은쌀, 기장, 찹쌀

이 분류는 참고만 하시고 몇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최고의 곡물로 생각하는 현미(멥쌀 현미)가 사실 잘 맞지 않는 분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양인(소양인, 태양인)들에게 현미는 좋을 수 있지만, 음인들에게는 소화가 더디 되고 밥맛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말로 먹어서 속이 편한지를 다시 판단해보시라는 의미에서 이 분류를 알려드립니다.

음인(소음인, 태음인)에게는 찹쌀이나 찹쌀 현미가 더욱 좋습니다. 물론 일부 소음인 중에는 찹쌀을 먹으면 더부룩하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것은 내게 맞지 않다는 뜻입니다.
즉, 위의 대략의 분류를 참고해서 평소 먹는 밥을 선택하고, 누룽지는 건강을 위해 만들 되 내가 먹어서 가장 속이 편한 곡물로 만들면 됩니다. 누룽지처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음식도 드물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조언을 드리는 예를 들어보면 태양인에게는 백미(멥쌀)이나 현미(멥쌀)에다 메밀을 약간 섞어서 밥을 지어드시고 누룽지를 만들어 놨다가 속이 불편할 때는 끓여서 국물만 드시고, 속이 좀 풀리면 끓인 누룽지까지 드시면 된다고 알려드립니다.

마찬가지로 소양인도 멥쌀이나 멥쌀 현미에 보리를 약간 섞어서 합니다. 특히 보리는 누룽지에 섞이게 되면 그냥 밥으로 먹을 때 보다 식감이 좀더 나아집니다.

태음인은 통밀과 수수가 장을 튼튼하게 해주기 때문에, 특히나 대장이 불편한 경우가 잦은 태음인에게는 곡류 선택을 신중히 해서 잘 챙겨드시게끔 합니다. 찹쌀은 밥맛을 돌게 하고 체력도 보강해주는 보약입니다. 소음인은 검은쌀을 좀더 넣어서 먹으면 좋습니다.

흔히 가족중에는 두가지 체질이 섞인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밥을 할 때 한 곡물을 한쪽에 넣고 다른 곡물은 반대쪽에 넣고 하면 밥을 하고 나서도 크게 섞이지 않습니다. 밥그릇에 담을 때 몸에 좋은 것을 좀 가려서 담아드리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