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황호의 飮食藥食]내 몸을 가볍고 깨끗하게 율무

2012년 11월 22일 오후 11:51 업데이트: 2019년 06월 28일 오후 4:20

율무는 한의원에서 의이인(薏苡仁)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곡물 약재다. 율무 외에 찹쌀, 멥쌀, 발아 현미, 보리, 발아 보리, 메밀 등 많은 곡물을 약재로 사용하는데, 저마다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필자도 즐겨 사용한다.

율무는 율무차로 쉽게 접할 수 있고 최근에는 다른 잡곡과 함께 밥에 섞어 먹는 용도로도 사랑받고 있다. 이외에 피부 미용에 좋다 하여 율무로 만든 팩도 있고, 암환자의 경우 장복하시는 분들도 많다. 율무는 충분히 널리 각광받을 만한 효능이 있으며, 잘 알고만 먹는다면 건강에도 좋다.

신농본초경이라는 책에서는 율무는 맛이 달고 담백하며 성질은 서늘하다고 밝혔다. 또 비위와 폐로 들어가 비를 튼튼히 하고 습을 빼내며 저린 것을 없애고 설사를 멈추며 열을 내리고 고름을 빼낸다고 했다.

약재 중에서 담백한 맛(淡味)으로 분류된 것은 대부분 소화를 돕고 부종을 없애주고 소변을 원활하게 해준다. 일종의 이뇨제와 소화제 역할인 경우가 많다.

 
율무도 마찬가지로 부종을 없애주고, 특히 설사가 잦은 경우에 좋다. 또 소변이 시원하지 않고 자주 보는 경우에도 효과적이다. 반대로 변비가 심한 경우에 율무를 먹으면 변비가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서 율무는 뭔가 축축한 상태를 말려주고 소통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율무를 효과적으로 먹을 경우 몸이 가벼워지고 순환이 원활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율무는 비위를 강하게 해주는 성질이 있어서 만성 위염이나 소화불량에도 좋다. 특히 쉽게 배가 고프고 속이 쓰린 경우보다는 더부룩하고 소화가 더딘 경우에 잘 듣는다.

 

사마귀, 여드름에 좋은 효과
율무는 피부질환에도 널리 쓴다. 여드름이나 사마귀가 있을 때, 피부에 농이 있을 때도 사용한다. 장기간 먹으면 피부를 잡티 없이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데, 팩으로 만들어서 얼굴에 붙여도 효과가 있고 먹어도 효과가 있다.

좋은 점은 또 있다. 주로 허리와 하체의 관절을 가볍게 해주고 통증을 줄여주는 작용이 있는데, 무릎과 발 관절에 더욱 효과적이다. 한의학에서는 통증의 상당수가 습(濕)에서 온 것으로 보는데, 습으로 인한 통증의 특징은 추운 날씨와 습한 날씨에 증상이 악화되고 붓거나 무거운 것이 특징이다. 이런 경우에 율무가 잘 듣는다.

율무는 항암 효과도 있다. 특히 소화기암과 자궁암에 효과가 더욱 좋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체질에 맞고 먹고 나서 속이 편하다는 전제하에서 장기간 밥 혹은 죽으로 먹을 경우 도움이 된다. 율무를 비롯한 곡물 약재는 적은 양과 횟수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몸에 맞는 곡물을 골라 장기간 먹어야 한다.

참고로 율무뿌리도 약으로 썼는데, 회충을 몰아내는데 효과가 있다.
율무는 체질로는 태음인에게 가장 좋으며 다른 체질에게는 효과가 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설사가 잦은 태음인의 경우 율무를 장복할 경우 체중 감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변비, 임신중일 때는 피해야
한 가지 주의사항은 임산부는 율무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임신중에는 습을 말리는 약재를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율무는 약의 성질이 주로 위장과 대장, 자궁, 방광 등 아랫배 쪽으로 가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율무는 부드러운 약재에 속하므로 문제없이 먹을 수 있다.

율무를 먹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명나라 의학자 이시진은 곡주에 율무를 갈아서 섞은 뒤 마시면 관절 통증에 좋다고 한 바 있다. 이외에도 쌀에 율무를 섞어서 먹거나, 죽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또 살구씨와 함께 죽을 끓여 먹으면 가래가 있는 기침을 잡아 준다.

일설에 율무를 먹으면 정력이 약해진다는 말이 있는데, 별다르게 검증된 바 없다. 다만 율무가 몸에 맞지 않을 때, 특히 태양인과 소음인의 경우에는 부적합한 반응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억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태음인이라도 변비가 있고, 속에 열이 많은 경우에는 율무를 먹으면 속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글/ 한의사

 

경희대 한의학과 졸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現 강남경희한의원 원장
저서 ‘채소스프로 시작하는 아침불끈대혁명’

 김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