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치 “美 정부, 백신여권 의무화하지 않을 것”

이은주
2021년 04월 6일 오전 9:55 업데이트: 2021년 04월 6일 오후 12:15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5일(현지시간) 연방정부가 백신여권을 의무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연방정부가 백신여권 개념의 주도자가 될지는 의문”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민간 기업이 백신여권을 도입할 때 공정과 형평성을 위해 과정에 일부 관여할 수 있지만, 백신여권을 의무화하는 등 이를 직접 주도할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다만 파우치 소장은 일부 사업체 또는 학교는 백신여권을 요구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거나 할 것이라는 게 아니라, 독립 기관이 ‘백신을 접종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면 우리는 당신을 상대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러한 행위가 연방정부에 의해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파우치 소장은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의 이번 발언은 미 백악관이 백신여권을 도입하는 민간 기업과 협력해 제도의 기준이 될 만한 지침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가 민간 기업과 함께 백신여권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 같은 보도가 나온 뒤 기자회견에서 백신여권 제도의 기준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재 백신 검증과 관련한 질문들을 검토하는 부처 간 절차가 있고, 검증은 잠재적으로 사회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기관들이 작업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지침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백신 여권의 개발 또는 결정은 민간 기업에 의해 추진될 것”이며 정부는 기준 삼을 수 있는 지침 마련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침에 대한 몇 가지 핵심 원칙을 구상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도 했다. 정부 차원에서 백신여권 도입을 검토하고 이를 논의하는 것은 처음이다. 

백신 접종을 입증하기 위한 디지털 증명서인 백신여권은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전 세계 각국은 이미 백신여권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아이슬란드 등 일부 국가들은 국민들의 일부 활동에 있어 백신여권을 의무화했고, 독일 당국은 백신 접종자에 대한 특권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의 자유를 제약하고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백신여권 도입은 잠재적으로 미국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것이며 스마트폰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CLU는 “우리는 특정한 맥락에서 백신 접종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디지털 여권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타협과 실패를 감안할 때 우리는 초래할 부작용과 장기적 결과를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여권 의무화 조짐에 일부 주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공화당 소속 론 드산티드 플로리다 주지사는 백신여권 제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와 유사한 입법을 주의회에 촉구했다. 행정명령은 주민들이 공공장소 방문 시 백신 접종을 증명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내년 말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의원들이 백신여권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부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더힐과 인터뷰에서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 확보를 위해 백신여권 통제 문제를 부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