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애국 교육 복원 행정명령 서명…“좌파 세뇌 교육 막을 것”

잭 필립스
2020년 09월 18일 오후 2:22 업데이트: 2020년 09월 19일 오후 7: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각) 미국 내 애국 교육을 복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이 주최한 행사 연설에서 “미국의 문화와 역사를 말살하려는 좌파의 ‘철회 문화’(Cancel Culture)는 유독한 정치선전”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철회 문화는 기업이나 공인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일종의 불매 운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회 문화의 한 사례로 뉴욕타임스(NYT)가 추진하는 ‘1619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학교와 직장 내에서 사라져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1619 프로젝트는 미국 건국사를 다시 쓰자는 움직임이다. 동명의 탐사 보도에 기반을 둔 이 프로젝트는 미국 건국을 노예제와 인종 차별주의에 근거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일부 공립학교에서는 1619 프로젝트를 교육과정에 편입시켜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부모들은 학교가 자녀를 세뇌시키는 것과 직장에서의 철회 문화, 공공장소에서의 전통적 신앙과 문화, 가치관의 억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판적 인종 이론, 1619 프로젝트, 미국 역사 반대 운동 등은 유독한(toxic) 정치선전이며, 이런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를 연합하게 하는 시민적 유대관계가 해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776 위원회’로 명명한 학교 내 애국 교육을 고취할 국가위원회를 설립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776년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해다. 오는 2026년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미국 역사를 교육해 애국심을 고취하겠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대의 폭동을 거론하며 “이런 급진적 운동은 소중한 유산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몇 달간 지속된 폭동, 소요, 반(反)경찰 기조에 대해서는 좌파들이 학교에서 세뇌시킨 결과라고 말했다.

흑인 플로이드의 사망에 분노한 시위대는 미국 일부 도시를 점거해 약탈, 방화, 폭동을 벌이며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일부 미국 건국 위인들의 인종 차별을 주장하며 기념물과 동상을 철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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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 오리건주에서 경찰이 폭도를 진압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2020년 9월 5일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킨 1619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1619 프로젝트만큼 신빙성이 없는 사례는 없다”며 “이 프로젝트는 우리 자녀들에게 미국이 자유가 아닌 억압으로 세워졌다고 교육하기 위해 미국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건국과정에서 노예제와 흑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해 미 정치계와 역사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 기자인 프로젝트 주창자는 올해 초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지난 몇 주간 1619 프로젝트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교육과정으로 채택·도입한 기관에 연방정부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비판적 인종 이론은 학교, 직장 훈련 등에서 강요되고, 친구와 이웃, 가족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고 말했다.

칼 마르크스 철학에 기초한 비판적 인종 이론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이 그 기원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비판이론과 비판적 인종 이론에 대한 교육 훈련이 미국의 국가체제를 전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에 공산주의를 침투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연방기관에 비판적 인종 이론 훈련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미 백악관은 이 훈련을 ‘반미(反美) 선전’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인종차별 시위로 인한 폭동과 소요에 맞서 ‘법과 질서’를 강조해온 노력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