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새 연방 대법관 후보자 5명으로 압축…25~26일 발표

이은주
2020년 09월 22일 오후 2:06 업데이트: 2020년 09월 22일 오후 2:3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의 후임자를 오는 25~26일에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폭스채널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대법관 후보 명단을 12명에서 5명으로 압축했다고 전했으며, 인터뷰가 끝난 뒤 5명 가운데 2명을 먼저 공개했다.

공개된 후보자 2명은 둘 다 여성으로 바바라 라고아 제11 연방 항소법원 판사와 에이미 코니 배럿 제7 연방 항소법원 판사다. 이들은 유력한 차기 대법관으로 거론되던 인물들이다.

바바라 라고아 제11 연방 항소법원 판사(왼쪽)와 에이미 코니 배럿 제7 연방 항소법원 판사(오른쪽) | 플로리다법원, 노트르담 대학=로이터

당초 후임자 지명은 25일 이전에 발표될 것으로 예측됐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CBS 방송에서 후임자 지명이 23일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명이 2~3일 정도 늦춰진 것은 별세한 긴스버그 대법관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고려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존경을 표하고 싶다”며 긴스버그 대법관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는 중임을 고려해 장례식이 마무리된 다음 후임자를 지명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선거 유세에서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을 이번 주(당시 기준 다음 주)에 지명하겠다고 말했다.

후임 지명이 며칠 미뤄지긴 했지만 공화당과 대통령이 대선 전 후임 대법관 임명에 서두르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대선 후 임명을 주장하는 민주당은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으며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새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당)은 성명을 내고 “상원은 어떤 경우에라도 새 대통령의 취임 이후까지 긴즈버그 대법관을 대체할 생각을 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반면 공화당과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중간선거 때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과반 의석을 주었으므로 상원은 유권자에 뜻에 따라 공화당이 추진하는 인준에 협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공화당)는 선거에서 승리했고, 옳은 것에 대해 빠르게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또 명단에 오른 5명의 후보 모두 연방 하급법원의 상원 인준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속한 인준을 촉구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번에 췌장암으로 사망한 고 긴즈버그 대법관은 죽음을 앞두고 대선 전 대법관 지명을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라디오 방송 NPR에 따르면 긴즈버그 대법관은 손녀에게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는 (내가) 교체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유언이 조작됐을 의혹을 제기하며 민주당 소속인 아담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을 거론했다.

현재 대부분 공화당은 상원 전체 100석 가운데 53석으로 과반을 차지하는 데다 상원의원 대부분 ‘대선 전 인준’을 찬성하고 있어 인준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공화당 수전 콜린스 의원, 리사 머코스키 의원 등 2명이 반대하고 있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각각 올해 11월과 내년에 상원 선거를 앞둔 이들은 대선 전 인준이 자신들의 재선에 걸림돌이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와 의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재선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들 두 명을 놓고 인준 막판까지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많은 연방법원 판사(대법관 포함)를 임명한 대통령이다. 총 216명(대법관 3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운이 정말 좋다. (대법관을) 1명도 임명하지 못한 대통령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