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모랄레스 퇴진, 민주주의 중대 순간…볼리비아 국민에 박수”

잭 필립스
2019년 11월 12일 오후 7:49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볼리비아의 사회주의 성향 지도자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에 대해 ‘민주주의에 중대한 순간’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치른 대통령선거의 개표 조작 의혹을 비난하는 시위가 3주째 계속되면서 결국 백기를 들고 불명예 퇴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볼리비아 헌법과 국민의 뜻을 전복하려던 모랄레스의 퇴진은 볼리비아의 민주주의를 계승하고 자국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 사건이 불법으로 세워진 베네수엘라 및 니카라과의 현 정권에까지 ‘민주주의와 국민의 의지가 승리함’을 일깨우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 준다고 부연했다.

남미 베네수엘라에서는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부정선거를 비난하며 마두로 정권 축출을 위한 군사 봉기를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이 났다. 중미 니카라과에서도 지난해 여름 부패와 빈곤에 시달리는 국민들이 독재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었다.

남미 중부에 위치한 볼리비아의 대통령직을 13년 동안 수행했던 모랄레스가 4선이 가능하도록 개헌까지 하며 권력욕을 드러내자 국민에게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모랄레스는 유권자 사기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승리를 선언했다고 BBC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을 떠나기 전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 2019. 11. 4.Nicholas Kamm/AFP via Getty Images

BBC에 따르면, 볼리비아의 윌리엄스 칼리만 육군 소장은 몇 주간의 시위 끝에 모랄레스에게 “평화 유지와 안정 유지를 위해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모랄레스가 10일 TV 연설을 통해 “나는 입법부에 사퇴서를 제출했으며, (대통령직에서) 사퇴한다. 모든 볼리비아인의 대통령이자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서 평화를 유지함은 나의 의무”라며 사임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시민 쿠데타’의 희생자”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권좌에 대한 그의 집착이 드러났다.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최초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집권 초기에는 빈곤 퇴치 정책 등으로 인기가 높았다.

한편, 모랄레스가 사임을 발표하자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이 반정부 시위대를 규탄하고 나섰다. 모랄레스와 같은 사회주의 노선인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당선자는 볼리비아 시위대를 ‘쿠데타’로 표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니카라과의 극좌파 지도자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 역시 모랄레스 사태에 대해 “파시스트적 관행이 행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인단 수를 집계하는 최고 선거재판소 본부가 있는 라파즈의 호텔 밖에 양 단체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에보 모랄레스 측은 제1야당 후보 카를로스 메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년 10월 21일. Aizar Raldes/AFP via Getty Images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와 국제앰네스티는 모랄레스의 인권 탄압에 대한 기록을 근거로 맹비난했다.

HRW는 2019년 갱신된 연례 자료를 통해 “볼리비아는 폭력 범죄 및 인권 침해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문제가 심각하다. 모랄레스 행정부는 인권 옹호자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적대적이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2019년 6월 13일 새로운 보고서에서 “모랄레스와 장관을 포함한 당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인권 옹호 단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위협해 그들을 사악하게 만들었으며, 그들의 중요한 일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