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당원은 퇴근 후 해외 반동 방송·사이트 접속 금지” 中 공산당 새 규정

한동훈
2020년 06월 12일 오후 6:01 업데이트: 2020년 06월 12일 오후 8:57

중국공산당이 당원들에게 근무시간 외에도 정치와 관련된 발언을 주의하도록 하는 새 규정을 시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 규정을 담은 통지문에는 ‘불허한다’는 표현이 20곳에 등장해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 사태 이후 어수선한 당내 상황이 반영됐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는 ‘중앙과 국가기관 당원의 근무시간 외 정치 언행에 관한 규정(시행)’이라는 통지문이 유출됐다.

해당 통지문은 중국공산당 연중 최대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막 하루 전인 지난달 20일 발표된 것으로 사적인 자리에서 정치와 관련된 내용을 흘리지 말라며 입단속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우선 당의 노선 이탈을 경계하는 조항이 눈에 띈다.

통지문에서는 “당의 이론과 노선·방침·정책에 위배되는 발언은 불허한다” “2개 수호(兩個維護·시진핑 수호, 당 중앙의 영도 수호)를 벗어난 발언은 불허한다”고 했다.

사상 자유를 통제하고 언론과 인터뷰를 금지하는 규정도 있었다. “반동사이트 접속을 불허하고, 역외(해외) 반동 방송 시청을 불허한다” “언론, 특히 역외언론과 사전승인 없는 인터뷰를 불허한다” 등이다.

또한 “중앙의 주요 방침에 관한 망령된 논의(妄議·망의)를 불허한다”, “정치적 루머 생성·확산, 당과 국가 이미지 폄하를 불허한다” 등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부주의한 발언을 경계하는 조항도 있었다.

이 통지문에 ‘하지 말라’는 금지 조항이 많은 건 그만큼 당내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중앙과 국가기관 당원의 근무시간 외 정치 언행에 관한 규정(시행) | 화면 캡처

특히 규정 중에는 “두 얼굴의 사람이 됨을 불허한다”도 있었다. 앞에서는 충성하고 뒤에서는 다르게 행동하지 말라는 의미다.

당의 이념적, 정치적 노선에 대해 당원들의 충성도가 그만큼 낮아진 상황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지문이 배포된 5월 20일은 전국에서 모인 수천 명의 인민대표, 정협 위원들이 양회 참석을 위해 이미 베이징에 도착한 시점이었다.

중앙 당국자들의 ‘돌발 발언’이 인민대표들 사이에 입소문을 거쳐 지방으로 퍼지거나 당내 갈등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미 그런 현상이 목격되자 다급히 규정을 마련해 부랴부랴 배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공산주의 체제하의 중국이 세계 최악의 감시사회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때마침 우한 폐렴(중공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공산당의 감시 시스템은 더 사적인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당국이 자가격리 규정 준수를 감시하겠다며 장쑤성 창저우의 한 공무원 아파트 내부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일이 CNN에 보도되기도 했다.

윌리엄 저우(가명)라는 이 공무원은 마이크가 장착돼 음성녹음까지 가능한 카메라가 거실에 설치된 바람에 전화 통화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됐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번에 발표된 중국공산당의 ‘근무시간 외 규정’은 중요한 정치적 행사를 앞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여느 국가에서도 공직자 윤리·기강이 꼭 근무시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불허한다”는 조항만 스무 개에 이르는 규정을 퇴근 후까지 확대하는 모습은, 자가격리를 확인하겠다며 거실 내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집요한 통제만능주의와 맞물린다.

중국의 감시카메라 시스템은 인공지능(AI)과 연결돼, 얼굴인식은 물론 감시 대상자의 감정까지 분석하는 정도에 이른다. 말과 행동은 물론 사상과 감정까지 틀어쥐려는 ‘인민해방’ 국가의 단면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