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지도부, 19대 앞두고 갈등 격화

장둔(張頓)
2016년 05월 31일 오전 9:21 업데이트: 2019년 11월 3일 오후 4:33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가 내년 하반기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공 고위층들이 인선안을 놓고 벌써부터 난투를 벌이고 있다.

홍콩 잡지 동향(動向)은 지난 4월호에서 장쩌민 파 상무위원 장더장(張德江)-장가오리(張高麗)-류윈산(劉雲山)의 3인과 시진핑 진영 상무위원인 시진핑-왕치산(王岐山)-위정성(俞正聲)의 3인이 ‘보이지 않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진영 3인은 시진핑을 포함해 모두 원로가문인 태자당 소속이다. 여기에 리커창(李克強) 국무원 총리까지 가세하면 4인으로 인원수가 더 많다. 그러나 장쩌민 파는 좀 더 권력이 집중된 영역을 관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력균형을 잃지 않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 시진핑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하는 세력은 ‘판훙얼다이(泛紅二代)’이다. 판훙얼다이는 본인이나 부모의 직위가 높지 않은 공산당원 가문을 뜻한다. 혹은 부모는 직위가 높았으나 자신은 중상층에 들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19차 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두 세력의 대립은 격렬해지고 있다. 장더장은 인민대표대회의 권위를 이용해 시진핑을 저격했으며, 류윈산은 선전·언론기관을 통해 왕치산이 주도하는 반부패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장가오리는 경제분야에서의 결정권을 이용해 위정성과 기업가들 사이를 분열시키고 있다. 현재 장쩌민 파 상무위원 3인은 왕치산 서기가 이끄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면서 힘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위원들 간의 대립은 이들의 임기가 19차 당대회에서 대부분 끝난다는 점에서도 그 격렬함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홍콩언론들은 시진핑 주석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이 모두 교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 부주석,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왕양(汪洋) 국무원 부총리,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위원회 서기,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위원회 서기 등이 후임 물망에 거론되고 있다. 이들 6인은 모두 판훙얼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갈등양상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장의 낙마로 표면화됐다. 당시 시진핑-리커창은 전임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溫家寶)와 손잡고 장쩌민 파의 후계자 보시라이를 낙마시켰고, 중국 지도부의 분열은 급물살을 탔다.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개혁인 ‘호랑이(고위 부패관료) 사냥’도 두 세력 간의 대결로 이해될 수 있다. 반부패 개혁으로 지금까지 낙마한 성부급(省部級·장차관) 관료와 군 고위층 160여 명은 대부분 장쩌민 파의 인물이었다. 이 중에는 저우융캉(周永康), 궈보슝(郭伯雄), 쉬차이허우(徐才厚), 링지화(令計劃) 등 장쩌민 파 거물들이 다수 포함됐다.

현재 반부패 개혁의 선봉장인 왕치산 중기위 서기와 최대 조력자인 리커창 총리는 장쩌민과 2인자 쩡칭훙(曾慶紅)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시진핑 정부는 장쩌민 파가 독점하던 권력판도를 개편해 권력 일부를 획득하면서 장쩌민 파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에 장쩌민 파 상무위원 3인은 내부결집을 강화하며 시진핑에 반격 중이다.

두 동강 난 상무위원회의 모습은 지난 2014년 중국공산당 창설 65주년 음악회에서도 포착됐다. 시진핑의 오른쪽에는 리커창, 위정성, 왕치산이 순서대로 앉았고 장쩌민의 왼쪽에는 장더장, 류윈산, 장가오리가 앉아 극명한 대립을 보였다.

중국 논객 신쯔링(辛子陵) 군사학원 출판사 사장 역시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중국 집권당은 지도부가 둘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시진핑을 필두로 하는 개혁파이고, 다른 하나는 장쩌민을 핵심으로 하는 반대파”라고 논평했다.

신쯔링은 “위정성은 대표적인 덩샤오핑 주의자로 시진핑·리커창·왕치산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면서 “개혁파가 다수를 점하긴 했지만 장더장, 류윈산, 장가오리가 여전히 권력의 7분의 3을 차지하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통일된 것 같지만 이면에서는 항상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