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독립운동가는 “장님 주제에”라는 조롱에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12일 ‘남겨진 이들의 역사’라는 주제로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독립운동가 故 심영식 지사의 아들 문수일 할아버지가 출연했다.
심영식 애국지사는 전국의 3·1운동을 주도한 독립운동가로, 당시 유관순 열사와 함께 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에 수감됐다.
심영식 애국지사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문수일 할아버지는 “어머니는 눈이 안 보이니까 보이는 분하고 같이 손잡고 가면서 태극기를 치마 속에 감추고 다니며 나눠줬다”고 전했다.
할아버지는 이어 어머니가 한 이야기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할아버지는 “옥중 생활 할 때, 가끔 간수한테 불려 나가서 뺨을 많이 맞았대요”라며 “그래서 한쪽 귀 고막이 터졌어요”라고 말했다.
고문의 상처는 평생 몸에 남았다. 심영식 지사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귀에서 고름이 나왔다.
갖은 옥고를 치르면서도 심영식 지사는 결기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조롱이 쏟아졌다.
“야, 맹인 주제에 네가 무슨 독립운동이냐”
심영식 지사는 대답했다.
“내가 눈이 멀었을지언정 마음까지 멀었겠느냐?
눈이 멀었을지언정, 나라의 독립을 원하는 마음은 잃지 않았소”
아들은 그런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회고했다.
“시각장애인이 감옥에 가 있으면 어떻겠어요.
감옥 안의 감옥이지.
오로지 정신으로서 그걸 견뎌냈겠죠, 어머니가…”
그렇다면 광복 후에는 어땠을까.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앞을 보지 못하니까, 해방 후에 독립유공자 신청을 못 해서 돌아가실 때까지 독립유공자가 못 되셨어요”라고 밝혔다.
이후 심영식 지사는 삯바느질로 살림을 꾸리며 할아버지를 키웠다.
1983년 세상을 떠난 심영식 지사는 사후 7년인 1990년이 돼서야 공훈이 인정돼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