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리더십 필요”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추봉기
2020년 09월 21일 오전 6:30 업데이트: 2022년 12월 26일 오후 4:30

“위기를 기회로 삼아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중공 바이러스(신종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 8개월이 지났다. 현재로서는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 백신은 언제 개발될지 알 수 없다. 펜데믹 상황이 지속하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일, 예상치 못한 많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나뉠 것”이라며 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지금보다 더욱더 많은 변화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에포크타임스는 최근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를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코로나가 가져올 변화들’이라는 글을 올렸는데 당시 예측한 것이 맞았나. 특히 시진핑의 중국 장악 능력 저하를 예상했는데?

“경제 흐름에서 대면 산업이 어려워질 것이고 소비자들이 어떻게 바뀔지 등 쉽게 예측 가능한 측면들은 실제 일어났고 변화의 흐름도 빠르다. 코로나 초기에 우한 사태가 워낙 컸기 때문에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계속 시비의 대상이 된 시진핑이 권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단기적으로 맞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소비하는 상품과 소비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용품이나 운동기구 소비가 늘고 온라인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앱이 늘어났다.”

“산업에서 한계기업(재무구조가 부실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구조조정 되고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1997년 IMF 외환위기도 겪었지만,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 경제성장률이나 고용은 회복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런 것을 얼마나 참고 견딜 수 있느냐가 문제다.”

—소상공인 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4~6월 사이 전국에서 상가 10만 곳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이 있다면.

“단기적으로는 이들이 빈곤계층이나 신용불량자로 떨어져서 경제활동 기회가 봉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자영업 종사 비중이 OECD 국가 중 멕시코, 그리스 제외하고 가장 높다. 이들을 부가가치가 높은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체인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는 쉽지 않은 숙제다.”

위기를 기회로…과감한 재무 조정과 혁신 필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원가를 절감하는 과감한 재무 구조조정과 혁신 제품 생산이 필요하다. 위기를 겪고 나서 급성장하는 기업들의 공통적 특징은 우선 가혹할 정도로 재무 구조조정을 한다. 또 하나는 과감한 투자와 방향 설정으로 혁신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공격적으로 치고 들어갈 준비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의 생각, 움직임, 목표를 10배 이상 잡고 조직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구성원들도 위기 상황에서는 회사의 변화에 대해 대체로 수용적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평소에 하기 어려운 혁신이나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성공한 기업 사례가 있나.

“삼성전자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신경영으로 원가 조정하고 기술투자 해서 2000년 초반부터 급성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쿠쿠도 IMF를 극복하려고 전기밥솥과 압력밥솥을 결합한 혁신제품을 만들어서 살아났다. 이름 덕을 톡톡히 본 2080 치약, 비타민을 음료수도 만들어서 히트한 비타 500 같은 제품이 다 위기를 극복하느라 혁신을 가져온 사례들이다.”

—세계적으로 제조업 분야의 탈중국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생산, 수출, 수입 어느 것이든 특정 국가에 너무 편중되는 건 위험하고 시장을 다각화해야 해야 한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나 국수주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서 수출에 의존하던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살아갈 수는 없지만, 균형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임금 때문에 중국으로 갔던 기업들이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베트남 같은 나라로 공장을 많이 이전했다. 삼성도 최근 몇 개 공장 제외하고는 다 폐쇄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중국 생산 비중이 줄고 있다. 이미 기업들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자동화로 일자리 줄어들지 않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AI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4차 산업 혁명에서 자동화가 많이 거론됐지만, 자동화 때문에 잃게 되는 일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다. 산업혁명 초기 방적기가 자동화되면서 기계 파괴 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똑같은 얘기를 했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고용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데 생산성과 일자리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은행에 ATM기계가 배치되고 나서 은행원 수가 줄었나 하면 그렇지 않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가격이 낮아져서 수요가 늘어난다. 수요가 늘면 시장이 커지고 필요한 인원은 다시 늘어난다. 자동화된 업무는 ATM 기계로 하고 은행원은 융자 상담 같은 일만 하니까 적은 인원으로도 지점을 더 낼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그 욕망을 자극하면서 계속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일자리가 그렇게 줄어들지 않는다.”

—4차산업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사회가 변화하면 없어지는 직업도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디지털 경제로 빨리 옮겨간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소득이 높아졌다. 디지털 경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재교육을 통해서 디지털 경제로 빨리 끌어들이느냐 하는 문제는 상당히 어렵다.”

“우리가 저항한다고 해서 디지털 경제로 가지 않을 수는 없다. 디지털 혁신으로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계층이 정치적인 압력을 가한다고 혁신을 배척하고 구질서를 지키려고 하면 그만큼 디지털 혁신은 더뎌지게 된다.”

“일본도 디지털 혁신에 저항을 많이 했고 현재 디지털 화폐 결제를 통해 상거래 하는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나라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빠를수록 유리하다.”

확장 재정으로 경제 살리기는 어려워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기본소득제’에 대한 생각은.

“삶에 대한 긍지와 행복감은 대개 자기 직업과 직업에서의 성취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온다. 근로의 가치는 먹고 살기 위한 수단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사회에 기여하는 수단도 되는 것이다. 나는 실업자인데 복지로 먹고 산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본소득이라는 게 결국 내가 낸 돈을 내가 받는 것인데 낸 돈과 받은 돈을 따져보면 순이익이 되는 계층은 극소수다. 더구나 소득이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지속해야 하는데 코로나바이러스로 재난지원금 주면서 그걸 기본소득제라고 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판 뉴딜정책은 어떻게 보나.

“뉴딜정책은 원래 미국에 대공황이 왔을 때 정부가 대규모 사업을 일으켜서 일자리를 부양하겠다고 한 것처럼 정부 예산을 쓰는 거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과 그린 두 개가 축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기후변화 문제를 기술을 통해서 해결하겠다고 녹생 성장을 앞세워 그린 펀드를 만들었다. 지금 그린 뉴딜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보면 정부의 보조금 지원 없이 생산성, 경제성을 갖춘 사업은 거의 없다.”

“정부가 단기간에 대규모 재정을 확장적으로 사용해서 경제가 살아날 수 있으면 일본은 왜 그렇게 30년이나 고생했고 아르헨티나는 왜 경제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나. 그런 방식으로는 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재벌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를 출판했다. 재벌에 대한 다른 나라의 시각은 어떤지.

“재벌 정책은 우리나라에만 있다고 보면 된다. 다른 나라는 상속을 당연시하고 남의 재산권을 존중하기 때문에 재벌 정책이라는 게 따로 없다. 정경유착을 비판하지만 정치 권력이 강하지 않으면 정경유착할 이유가 없다. 재벌을 공격하는 논리는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논리라고 생각한다.”

—경제전문가로서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은.

“경제의 보편적 법칙들을 무시한 정책들로 인해 많은 폐해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면 경제활동으로 이익이 남고 경제가 살기 때문에 임금이 오르는 건데 거꾸로 임금을 올리면 경제성장이 된다는 식이다.”

“전염병으로 다들 어려울 때지만 방역을 이유로 정부의 권위가 너무 커지고 국민의 자유가 축소되는 것은 경각심을 가지고 견제해야 한다.”

이병태 교수는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 카이스트 경영학과 석사, 텍사스 오스틴대학에서 경영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 일리노이 대학 경영학 교수를 거쳐 현재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카이스트 경영대학 학장,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이사, IBM, Microsoft 등 국내외 기업 자문 교수, 고문, 사외 이사 등을 맡아 산학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디지털 경제에 관한 초청 강의를 많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