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채 잠이 든 호국 영웅, 66년 만에 일흔둘 아들 품에 안기다

이현주
2020년 06월 1일 오후 1:35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25

66년 간 쌓인 한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게 됐다.

화살머리고지 전투 전사자에게 수여되지 못한 무공훈장이 유족 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국방부 제공

31일 국방부는 4월 20일부터 5월 30일까지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이뤄진 유해발굴 작업을 통해 유해 133점, 유품 만 4,839점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미군 방탄복과 중국군 방독면 등의 특이유품 외에도 6·25전쟁 당시 사용됐던 각종 총기·탄약류 및 전투장구류, 개인 휴대품 등의 유품이 발굴됐다.

국방부 제공

지난달 27일에는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로 신원이 확인된 고(故) 정영진 하사의 화랑무공훈장이 유가족에게 수여됐다.

1926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난 정 하사는 1952년 9월 육군에 입대해 2사단 31연대에서 복무했다.

이후 저격능선 전투와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했고, 정전협정 체결(1953년 7월 27일)을 2주 앞두고 1953년 7월 14일 화살머리고지에서 전사했다.

故정영진 하사 유품/연합뉴스

정부는 1954년 10월 15일 정 하사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지만, 전사로 인해 실제 훈장 수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 하사에게 훈장이 수여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았던 정 하사의 아들(72)은 유해발굴을 통해 66년 만에 부친의 훈장을 받게 된 것이다.

정 하사의 유해는 6월 이후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