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를 얼려주세요” 암으로 돌아가신 80대 어머니 시신 ‘냉동 보존’한 아들

김연진
2020년 05월 13일 오전 11:38 업데이트: 2022년 12월 14일 오후 3:33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냉동 인간’이 탄생했다. 지난달 암으로 숨진 80대 여성이 국내 1호 냉동 인간으로 보존된다.

이 여성의 아들은 “의학기술이 발전한 미래에 다시 어머니를 소생시켰으면…”이라는 바람으로 냉동 인간 서비스를 신청하게 됐다.

지난 8일 생체 냉동보존 업체 ‘크리오아시아(KrioAsia)’는 경기도에 거주했다가 지난달 말 숨진 80대 여성이 아들의 신청으로 국내 최초 냉동 보존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크리오아시아의 한형태 대표에 따르면, 이 여성의 50대 아들은 수십년간 어머니와 함께 살아왔다.

크리오아시아

그러던 중 지난달 초 어머니가 위독해지자 냉동 보존 서비스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어머니가 숨진 뒤 아들은 크리오아시아 측에 냉동 보존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신청했다. 냉동 보존을 위해 1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오아시아 측은 국내에서 고인의 몸을 영하 20도로 얼려 보존하고, 리무진과 항공기 등을 이용해 러시아 모스크바 본사로 이동한다. 아직 국내에는 냉동 보존에 대한 법적, 행정적 근거가 없기 때문.

이곳에서 고인의 몸은 영하 193도의 극저온 액체질소에 담가져 장기간 보존된다.

한 대표는 “리무진 이용 및 항공료, 러시아 내 서비스 비용까지 모두 고려해 1억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유족이 러시아에 있는 냉동 인간 보존 장소까지 함께 가지 못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크리오아시아

크리오아시아에 따르면, 사람은 사망 선고를 받고도 두뇌와 신체 기능이 잠시 유지된다.

이 ‘골든 타임’에 몸이나 장기 등을 얼리면 먼 미래에 그대로 해동시킬 수 있다. 다만, 아직 냉동 인간의 해동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전 세계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 대표는 “전신 보존 계약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상담을 진행하는 주요 고객은 부모를 모시고 있는 40~50대 자녀들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부모를 떠나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년층 자녀들이 서비스에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